[평범한미디어 윤동욱 기자] 지난번에 부산 여행기를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같은 시기 다녀왔던 울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지난 2022년 10월 인터뷰 일정 수행을 위해 울산에 갔다온 적이 있다. 태어나서 처음 가봤는데 말 그대로 점만 찍은 느낌이었다. 그때 너무 아쉬웠기 때문에 기왕 부산까지 간 김에 바로 옆동네인 울산을 가보기로 했다. 같이 간 친구 철민이(평범한미디어 김철민 크루)도 울산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다. 차를 몰고 울산으로 향했다.
고래박물관의 모습. <사진=윤동욱 기자>
울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태화강의 기적'으로 상징되는 공업도시가 연상될 것이다. 국내 최고의 관광지로서 부산과 비교해봤을 때 뭔가 관광 부문은 약할 것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울산은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다.
가장 먼저 고래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울산은 예로부터 고래잡이로 유명했고 돌고래가 출몰하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특히 장생포라는 곳에서 포경 작업과 고래 해체 작업이 많이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포경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장생포에는 고래박물관이 있는데 국내 유일의 고래 전문 박물관으로 울산의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울산은 정말 고래에 진심이다. 해마다 고래 축제도 개최한다. 사실 이번 울산 여행은 고래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고래 컨텐츠가 8할 이상이었다.
그래! 고래박물관부터 가보자! 볼 것들이 참 많았는데 표 하나로 박물관과 체험관을 모두 살펴볼 수 있었다. 거대한 고래 모형이 우리를 반겨줬다. 실제 크기를 재현해놓은 것 같은데 정말 거대하고 웅장했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거대한 생물체가 흰수염고래(최대 30미터 이상에 200톤)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모형을 지긋이 바라보면서 이렇게 거대한 생물이 바다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에 신기함을 넘어 경외심을 느꼈다. 사실 저 정도의 몸집이면 물리법칙상 육지에서 살 수가 없다. 2억년 전의 공룡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래 덕후라면 고래박물관으로 꼭 가보길 바란다. 100% 대만족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모든 고래의 뼈들이 전시되어 있고 각종 고래 종류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다. 세계 문화 유산 중 하나인 그 유명한 반구대 암각화도 있다. 고래 생태 및 포경의 역사도 직관적으로 접할 수 있다. 재밌는 것이 고래의 유틸리티다. 고래는 고기 외에도 정말 많은 것들을 제공해준다. 바다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나 다름 없다. 고래기름도 유용하게 쓰이는데 특히 "용연향" 즉 고래의 배설물은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고 한다. 구하기 힘든 만큼 '바다의 로또'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고래 체험관의 모습. <사진=윤동욱 기자>
돌고래가 뛰어오르는 모습. <사진=윤동욱 기자>
포경사업은 장생포를 근거지로 계속 이루어지다가 1985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금지됐다. 이곳에는 포경선도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이 고래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생태체험관은 살아있는 돌고래와 각종 해양생물들을 볼수 있는 곳이다.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정말 많았다.
한 마디로 아쿠아리움과 유사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아쿠아리스트들이 직접 돌고래를 보여주며 생태 설명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도 가서 설명을 들었다. 생태체험관은 돌고래의 생태 보전이 주요 목적이다. 그런 만큼 비판을 많이 받는 돌고래쇼는 없었다. 물론 돌고래들이 한 번씩 점프를 하며 스펙터클을 연출했으며 관람객들의 탄성을 이끌어냈다. 기본적으로 돌고래들이 너무 귀여웠다. 돌고래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울산 여행의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충족감이 느껴졌다.
고래고기 모습. <사진=윤동욱 기자>
고래에 대한 탐구를 마치고 울산 시내로 왔다. 숙소 체크인을 하기 위함이었다. 새벽부터 움직였더니 상당히 피곤했다. 체크인을 하고 저녁 메뉴로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해봤다. 이왕 고래 원툴로 정한 만큼 고래고기를 직접 먹어보기로 했다. 사실 아주 어렸을 때 고래고기를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가물가물한데 먹어본 것 같기도 하다. 그만큼 고래고기는 희귀한 먹거리다. 의문이 들지 않는가? 포경이 금지되었는데 어떻게 고래고기를 먹을 수 있냐고? 불법 아니냐고? 불법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고래를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 어업을 하다가 우연히 고래가 그물에 걸려서 죽거나 죽은 상태의 고래를 발견했을 때는 그 고래를 식용으로 써도 된다. 물론 해경의 엄격한 조사와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련의 검증 과정을 거친 고래고기만이 식탁에 오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물량 자체가 태부족이다. 한국인들이 보편적으로 많이 먹는 닭, 돼지, 오리, 소와 달리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격도 비싸다. 수육 한 접시에 10만원이 넘는다. 공급이 불규칙하기 때문이다. 너무 비싸서 좀 망설여졌지만 큰맘을 먹고 고래고기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고래 수육 한 접시와 소주를 주문했다. 맛은 과연 어떨 것 같은가? 입에 넣고 씹어봤는데 아주 만족스러웠다. 정말 별미 개념으로 먹기 좋은 음식이다. 높은 가격대를 감당할 수 있다면 한 번씩 고래고기 맛집 탐방을 테마로 잡아 울산으로 가봐도 좋을 것이다. 추천하고 싶다.
사실 맛을 한 단어로 정의하기에는 복잡미묘하다. 약간 비릿한 감이 없지 않은데 심하지는 않았다. 굳이 이야기하면 육고기와 생선 그 사이 어딘가의 맛이었다. 근데 확실히 귀한 맛이 있다. 특히 비계 부분의 식감은 뭐랄까? 쫀득하면서 약간 젤라틴을 씹는 느낌이 들었다. 사이드로 나온 부추나물을 곁들여 먹으니 금상첨화였다. 소주 안주로도 최고였다.
실내동물원의 아기 원숭이 모습.<사진=윤동욱 기자>
실내동물원의 전경. <사진=윤동욱 기자>
철민이와 먹은 파르페. <사진=윤동욱 기자>
수육으로는 뭔가 아쉬워서 고래찌개도 시켜봤는데 상당히 시원했다. 주인장은 우리가 아쉬워하는 것을 눈치챘는지 서비스로 고기 몇 조각을 더 주기도 했다. 왜 아쉬웠냐면 너무 비싼 것 치고 양이 충분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그날 거나하게 취해버렸다. 평범한미디어는 음주운전 문제를 중대하게 보는 매체이기 때문에 애초에 숙소에 차를 주차해놓고 걸어왔다. 혹시라도 오해는 금물이다. 기회가 된다면 5년에 한 번씩은 별미로 먹어보고 싶다. 가성비를 따지는 사람들에게는 비추할 수밖에 없지만 황홀한 별미의 추억을 얻고 싶다면 조심스럽게 추천하고 싶다.
고래고기의 진한 향기를 품은 채 숙소로 돌아가 그대로 잠들었다. 다음날 어디로 가볼까? 철민이와 합의해서 동물원을 가기로 했다. 본업이 동물원 해설사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원 탐방 가는 걸 좋아한다. 상당히 큰 규모의 실내 동물원이었다. 동물원에서 본 여타 다른 동물들은 이미 익숙해서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아기 원숭이가 정말 귀여웠다. 꼭 사람 아이 같았다. 사육사에게 달라붙어 애교를 떠는 모습이 강렬했다.
그 다음에는 울산 시내 곳곳을 눈으로 구경하고, 사격장에 들어가 사격도 해보고, 점심으로 수제비를 먹었다. 진한 수제비 국물에 해장 효과를 제대로 봤다. 해장을 했으니 달달한 디저트가 땡겨서 카페로 가서 파르페를 오랜만에 먹었다. 비주얼만 봐도 완전 혈당 스파이크각이었는데 그냥 혈당 스파이크를 감내하고 맛있게 먹었다.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었다. 울산 여행은 이걸로 끝이다. 태화강을 보며 드라이브를 즐겼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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