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15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3개 은행에서만 상반기 동안 1600억원 이상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더불어 위험가중자산(RWA)까지 늘어나며 신규 영업이나 자산 운용에 쓸 수 있는 자본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하나금융과 기업은행의 외화환산손실은 각각 약 624억~702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원·달러 환율이 올 1월 2일 1441.8원에서 이달 12일 1519.8원으로 80원 가까이 오른 영향이다. 양사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 약 80억~90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은행은 환율 10원 상승 시 약 20억원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해 왔다. 이를 고려하면 시장에서는 최소 160억원 이상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타 은행들도 환율 타격 영향권에 있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은행권 전체에 100억~120억원 규모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연초 대비 환율 상승분을 단순 계산하면 각 은행의 외화환산손실 규모가 780억~93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화환산손실은 일회성이지만 은행의 비이자이익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율 상승은 은행의 외화유동성과 건전성 지표에도 부담을 준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의 원화 환산액이 커져 RWA가 늘어나고 이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의 분모를 키워 자본비율을 끌어내린다. 금융권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CET1 비율이 약 0.01~0.03%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도 대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 1분기 말 은행권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은 2061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35조6000억원 증가했다. 대출 자산이 커질수록 RWA도 함께 불어나는 구조인 만큼 고환율이 지속될수록 은행 입장에서는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이에 은행권은 리스크 관리 수준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보통주자본(CET1)비율,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 등 자본적정성 지표 관리를 위해 위험가중자산이익률 지표를 도입했다. 신한은행도 고환율 시나리오별 컨틴전시 플랜을 그룹과 자회사별로 작성해 위험가중자산(RWA)을 관리 중이다.
하나은행은 보수적 자산운용 기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환율 변동에 취약한 차주와 산업군을 중심으로 특별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IBK기업은행은 외화대출 보유 기업을 대상으로 원금 및 할부금 상환을 최대 1년간 연장해주거나 기한부 수입신용장 만기 연장, 외환수수료 우대 등을 통해 수출입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화환산손실 추정치는 환율 변동만을 단순 반영한 것으로, 실제로는 보유 외화자산과 외화부채의 규모 및 만기 구조, 통화별 포지션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고환율 충격이 일회성 평가손실을 넘어 건전성과 영업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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