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홈플러스發 ‘전대차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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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홈플러스發 ‘전대차 잔혹사’

투데이신문 2026-06-14 10:46: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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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5일 경기도 고양시 소재 홈플러스 일산점. 지난달 28일 영업을 중단했다. ⓒ투데이신문
지난 1월 15일 경기도 고양시 소재 홈플러스 일산점. 홈플러스 일산점은 지난해 12월 28일 영업을 중단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그래도 최소한 10년은 넘게 장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기업 홈플러스 간판을 믿고 들어왔는데, 회생 신청 한 번에 유령 건물이 되더니 이제는 당장 나가라고 하네요.”

지난해 12월 영업을 종료한 홈플러스 일산점에서 마지막까지 불을 밝히고 있는 식당 ‘더 팔당’ 점주 신 모씨(42)의 말이다. 현재 이곳에서 영업을 이어가는 입점업체는 신씨가 유일하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제11민사부는 지난 1일 홈플러스가 신씨를 상대로 부동산명도단행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명도단행가처분은 본안 판결에 앞서 점포를 비우도록 하는 임시 처분이다. 이에 따라 신씨는 점포를 비워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2019년 홈플러스 일산점에 입점한 신씨에게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과 폐점은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신씨는 “최초 계약 당시 특약사항에는 2036년 12월까지 계약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고 최소 10년 이상은 장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설마 홈플러스가 회생을 신청할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느냐”고 말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해 5월 서울회생법원의 허가를 받아 홈플러스 일산점 건물주인 신한은행과의 임대차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신씨와는 점포 인도 시점을 미루기 위해 한 달 단위의 ‘쪼개기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에는 9월 말까지 계약 연장에 합의하지 못하면 점포를 반환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양측은 보상 협상을 이어갔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법원은 이후 새로운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만큼 신씨가 계약에 따라 점포를 인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신씨는 계약 담당 직원으로부터 계약 종료와 관련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해 기존 계약이 묵시적으로 연장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당시 단기 계약도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한다. 그는 “담당 직원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POS 매출 조회가 되지 않아 정상 영업이 어렵다고 했다”며 “매장을 운영하려면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기존 전대차계약이 종료된 만큼 기존 방식의 매출 정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안내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신씨가 지난해 5월 홈플러스 직원으로부터 안내 받은 문자 내용.
신씨가 지난해 5월 홈플러스 직원으로부터 안내 받은 문자 내용.

이번 분쟁의 핵심은 계약 구조에 있다. 신씨는 그동안 건물주가 아니라 홈플러스와만 계약을 맺은, 전형적인 전대차(임차 후 재임대) 구조에서 영업해 왔다. 특별한 사정이 아니면 신씨는 건물주와 직접 상대할 일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홈플러스가 회생절차 과정에서 건물주와의 계약을 끝내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법원은 신씨가 계약을 계속 유지하려면 홈플러스가 아닌 건물주를 상대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는 등 법에서 정한 절차를 거쳤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신씨는 “그동안 계약은 모두 홈플러스와만 했는데 건물주가 누구인지, 어디에 연락해야 하는지 알 필요도 없었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며 “대형마트 안에서 장사하는 점주가 건물주를 직접 찾아 계약 연장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신씨가 퇴거를 거부한 이유는 보상금 규모 때문이다. 신씨는 “수억원을 들여 밤낮 없이 고생한 대가가 결국 보상금 기천만원이라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다”며 “이 돈으로는 인근에서 다시 장사할 수도 없다”며 버티는 길을 택했다.

이번 판결의 파장은 홈플러스 일산점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홈플러스처럼 건물을 임차해 운영하는 점포의 입점업체 상당수는 신씨와 같은 전대차 구조로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회생이나 폐점이 이어질 경우 비슷한 분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대구 소재 홈플러스에서도 신씨와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연대 양창영(변호사) 민생희망본부장은 “신씨의 경우 법률적으로는 구제 가능성이 크지 않은 사건”이라면서도 “홈플러스가 경영을 잘못해 발생한 피해를 입점 점주들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홈플러스는 고객 유입과 장기 영업을 전제로 입점 업체를 유치해 놓고, 경영 위기에 처하자 그 부담을 점주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며 “제도적 보완이 없다면 비슷한 사례는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신씨의 무단 점유로 약 5억원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신속한 명도 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신씨는 집행관들이 들이닥칠 압박 속에 마지막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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