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지호 기자] 짧은 순간으로는 부족한, 지나칠 수 없는 존재감으로 자꾸만 시선을 붙잡는 배우들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 <돋보기:인터뷰> . 돋보기:인터뷰>
배우보다 인물이 먼저 보이는 순간이 있다. 이설은 자신을 앞세우기보다 인물을 살아 숨 쉬게 만드는 배우다. ‘골드랜드’ 속 차유진 역시 그렇게 이설이 아닌 차유진으로 존재했다.
지난달 27일 마지막 회를 공개한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를 떠나보낸 이설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935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TV리포트와 만나 단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골드랜드’는 밀수 조직의 1,500억 원 상당 금괴를 손에 넣은 희주(박보영)가 탐욕과 배신이 뒤엉킨 아수라장에서 금을 차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금빛 욕망 생존 스릴러다. 이설은 양포세관 통관지원과 팀장이자 희주의 상사, 도경의 전 연인 차유진 역을 맡아 극의 한 축을 이끌었다.
욕망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가는 인물들 사이에서 차유진은 끝까지 현실을 붙잡고 있는 인물이다. 현실적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계산할 줄 안다. 그러면서도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현실에 발을 붙인 캐릭터가 욕망 앞에서 발을 떼기까지 이설은 차근차근 차유진을 완성해 냈다.
하지만 자신의 연기 이야기가 나오자 이설은 공을 함께한 배우들에게 돌렸다. 그는 “선배들이 워낙 잘 해주셨다. 자연스러운 반응을 잘 이끌어내 주신 덕에 잘 담긴 것 같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마지막 장면에서 이광수와 함께 액션 호흡을 맞춘 이설은 “연습도 많이 하고, 함께 대화도 많이 나눴다”며 “한참 후배인 나에게도 세심하게 물어봐 주시고, 배려해 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배우를 넘어 사람으로서도 이광수는 이설에게 고마운 선배였다. 그는 “누구에게나 다정하시고 성품이 참 좋으신 분이라 닮고 싶었다. 그런데 촬영이 시작되는 순간 완전히 돌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정말 멋지다고 다시 느꼈다. 본업도, 사람을 대하시는 모습도 너무 좋았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좋은 사람이 결국 좋은 배우가 된다. 이설은 이 말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골드랜드’ 현장에서 함께 호흡한 선배 배우들을 통해 이설의 믿음은 더 단단해졌다.
이설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광수 선배님, 보영 선배님도, 희원 선배님도 그렇다. 감독님도 정말 좋은 분이셨다. ‘좋은 사람들끼리 함께하는구나’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박보영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이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는 “작중에 전부 나오진 않았지만, 약을 탄 술을 희주에게 강제로 마시게 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조금 더 자극적으로 찍었다. 보영 선배가 엄청 고생하셨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이설은 힘든 촬영 속에서도 주변을 먼저 챙겼던 박보영의 태도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힘든 티가 찰나의 순간이라도 드러날 법한데 오히려 현장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노력하시더라. ‘사람이 어쩜 저렇게 클까.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심을 드러냈다.
실제 박보영의 모습에 대해서도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설은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우시다. 그리고 다정하다. 실제로는 내가 더 체구가 있지만, 오히려 더 큰 언니처럼 느껴지고 보호받고 싶었다. 존재감이 엄청나셨다. 현장에 오시는 순간 분위기가 확 집중되는데, 정말 엄청난 힘인 것 같다”고 전했다.
김희원이 건넨 짧은 한마디 역시 이설에게는 오래 남은 배움이었다. 그는 “‘뭘 해 그냥 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말이 엄청난 고민과 치열한 노력 끝에 나온 것이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속 빈 강정’, ‘요란한 빈 수레’ 이런 말이 있지 않나. 그런데 선배님들은 그 안이 꽉 차 있는 것이 느껴졌다. 존재감이 그런 꽉 찬 부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설득력과 공감의 힘이 그 부분에서 기인한다고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이설은 “‘그냥 하라는 말을 하시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있었을까’ 매 순간 생각했다. 정말 장난이 아니시다. 현장에서 정말 열심히 하시고, 내가 열심히 하는 것은 열심히 한 것도 아니었다. 그 모습을 보며 더 힘을 냈다”고 이야기했다.
열연을 펼치는 선배 배우들과 함께한 현장은 존경과 동시에 긴장의 연속이기도 했다. 이설은 “나는 거기서 도망을 안 친 게 다행이다. 도망가고 싶었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으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사실 긴장도 정말 많이 하고, 무척 겁먹었다. 감독님이 좋은 모습을 잘 거둬주신 것 같다”며 “잘 하려고 하니 긴장이 더 되더라. 그래서 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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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호 기자 / 사진= 오민아 기자, 디즈니플러스 ‘골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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