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업급여 지급액이 역대 최대 규모인 17조원을 넘어서면서, 고용보험 사업비 지출액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20조원을 돌파했다.
이로 인해 고용보험 기금은 6천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으며, 빌린 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은 사실상 바닥을 드러내 재정건전성에 비상이 걸렸다.
14일 고용노동부의 '2025회계연도 고용보험기금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 사업비 지출액은 총 20조 9,4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8조6천456억원)보다 12.3%(2조2천949억원) 급증한 수치다.
고용보험 사업비 지출이 20조 원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고용 충격이 정점에 달했던 2011년(21조577억원) 이후 4년 만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는 17조~18조 원 수준을 유지해왔다.
고용보험 기금은 실업급여 지급과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 사업 등의 재원을 충당하기 위해 노사가 내는 보험료와 기금운용수익 등으로 조성된다.
지난해 지출이 이처럼 폭증한 것은 기금의 가장 큰 축인 실업급여 지급액이 17조4천83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장기 불황,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실업급여 하한액 상승과 더불어 실업급여 계정에서 함께 지출되는 육아휴직급여 등의 모성보호 급여 지출이 급증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실업급여 지출 증가로 적립금은 마이너스다. 지난해 고용보험 기금은 5천920억원의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연말 기준 고용보험 기금 적립금은 지표상 7조8천3억원으로 나오지만, 정부가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온 예수금을 제외하면 실제 남은 실질 적립금은 796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특히 실업급여 계정만 떼어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실업급여 연말 적립금은 1조7천275억원이지만, 빌린 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은 5조9천933억원 적자다. 사실상 빚을 내어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보험법은 대량 실업 등 고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연간 지출액의 1.5~2배를 실업급여 여유자금으로 쌓아두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지난해 실업급여 적립 배율은 기준치에 턱없이 못 미치는 0.1배까지 추락했다.
앞서 감사원은 고용보험 기금 감사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고용위기 발생 시 대응 여력이 낮아 기금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최근 고용 한파가 들이닥치면서 재정 악화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취업자가 줄어들면 기금의 수입원인 보험료는 줄어드는 반면 실업급여 지출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 수(2천912만명)는 전년 동월 대비 4만 명 감소하며 1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기금 고갈 우려가 눈앞로 다가왔지만 고용노동부의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하다.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고용보험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 마련에 착수했으나, 현재까지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계와 노동계 안팎에서는 모성보호급여 재원을 일반회계로 분리하는 방안을 비롯해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 실업급여 하한액 하향 조정, 고용보험료율 인상 등이 거론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TF에서 고용보험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논의 결과가 나오면 관련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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