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시범 도입 후 2017년부터 전국 확대…농번기 일손 부족 해결 '단비'
인권 침해·브로커 개입 등 부작용도…전문가 "구체적 시스템 갖춰야 성공"
(전국종합=연합뉴스) 농어촌지역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따른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된 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최소 3년 이상 장기 체류가 필요한 외국인 고용허가제와 달리 이 사업은 농번기 등 특정 계절에만 농어업 현장에서 단기간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어 특히 호응도가 높다.
이 사업은 2015년 충북 괴산군 배추산업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뒤 확대 시범사업을 거쳐 2017년부터 전국에서 시행됐다.
매년 전국에 배정되는 인원이 증가하는 가운데 농가에 큰 힘이 된다는 긍정적 효과와 함께 인권 침해나 불법 브로커 개입 등 부작용도 잇따라 정부와 지자체가 사업 실효성을 담보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외국인 계절근로자, 고령화로 일손 부족한 농촌에 '단비'
1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배정된 외국인 계절 근로자는 9만3천503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농협이 이들을 고용해 소규모 농가에 공급하는 '공공형 계절 근로'는 지난해 91개소·3천67명에서 올해 142개소·5천39명으로 대폭 늘었다.
갈수록 일손이 줄어드는 농가에 이들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인력이 된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농가 인구는 194만5천명으로 사상 처음 100만명대로 줄었다.
올해 65세 이상 농가 인구 비율은 지난해(56.0%)보다 높은 56.6%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이렇다 보니 고령화와 일손 부족을 겪는 농가로서는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을 배정받는지 여부가 한 해 농사에 영향을 끼칠 만큼 중요해졌다.
경기 양평군에서 8천평가량 부추 농사를 하면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4명을 고용 중인 이석종(52) 씨는 "부추 농사는 상당히 노동집약적이라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없으면 농사일을 할 수 없을 만큼 역할이 절대적이다"며 "4년 전부터 매년 이들을 고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가능하다면 꾸준히 고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지자체들은 외국인 계약근로자들을 위한 크고 작은 지원을 이어가며 '핵심 인력 모시기'에 힘쓴다.
제주도는 계약이 끝나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들을 대상으로 '계절근로자 국내·귀국항공료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원은 실비 정산 방식으로 이뤄지며 지원 한도는 국내 항공료(제주↔육지부 공항) 왕복 16만원 이내, 본국행 귀국항공료 편도 30만원 이내다.
경남도는 각 시군에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공항에 데리러 가는 버스 대절 비용과 3대 의무 보험(임금체불 보증보험·농어업인안전보험·상해보험) 가입비, 주거개선 비용, 농작업 도구 구입 비용 등을 지원한다.
충북에서는 시군 상황에 따라 총 16명의 통역 인원을 배치하는 한편 일부 시군(제천·영동·진천·괴산·음성·단양)은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마약 검사 비용도 지원한다.
전북 군산시도 재입국 근로자의 편도 항공료 50%, 전담 통·번역사 등을 지원하며 외국인 계절근로자 모집에 정성을 들인다.
◇ 인권 침해·브로커 개입·무단이탈 등 부작용도 잇따라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법무부가 지난달 7일 발표한 외국인 계절근로자 인권 보호를 위한 실태 점검 중간 결과에 따르면 전국 8개 시군 61개 사업장에서 위반사항 84건이 적발됐다.
주요 위반 유형으로는 최저임금·초과근무수당 미지급, 휴일 미보장, 임금체불 등 근로조건 위반이 25건에 이르고 핸드폰 사용 제한, 언어폭력 등 인권침해 25건, 소화기 등 화재 예방 시설 미비 18건, 주거용으로 부적합한 컨테이너 숙소 제공 16건 등이다.
전남 고흥군에서는 지난 4월 외국인 계절근로자들 임금 착취와 인권 침해 사건이 발생해 사업주와 브로커들이 형사 입건됐다.
고용노동부가 고흥군 굴 양식장 등 사업장 2곳을 상대로 특별근로감독을 벌인 결과 외국인 계절근로자 총 26명의 임금 3천170만원 체불이 적발됐다.
중간 브로커 2명은 매월 일정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700만원을 가로챘다.
이 밖에 이들 사업장은 임금 명세서 미교부, 여성 노동자 야간근로 동의 절차 미이행, 안전난간 미설치, 사다리 설치 불량 등도 적발됐다.
노동부는 확인된 위반사항 24건에 대해 사업주와 브로커들을 형사 입건하고, 임금대장 미작성과 임금 명세서 미교부 등에는 과태료 630만원을 부과했다.
지난달 인천에서는 체류 기간이 지난 베트남 국적 계절근로자 2명이 지역을 무단으로 이탈해 도주했다가 나흘 만에 검거되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인천에서 전남 완도군까지 도주해 다시마 건조장에서 불법 체류·취업 중인 상태였다.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은 알선 브로커 개입 등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 정부·지자체, 적극 지원 속 '사업주 역할 시스템화' 필요
각 지자체는 주거 환경 개선과 지역사회 적응 지원 등을 추진하며 이 같은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강원 인제군은 필리핀 지자체와의 탄탄한 신뢰를 바탕으로 브로커 개입 없이 직접 업무를 추진한다.
올해도 지난 9일을 기점으로 계절근로자 705명이 모두 입국했으며, 결혼이민자 가족 초청 방식으로 입국해 일손을 돕고 있는 인원은 현재 총 211명에 이른다.
정선군은 최근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춘 공동 숙소를 지어 계절근로자들 생활 만족도를 높였다.
필리핀 국적의 욜란다 리베라(30·여)씨는 "기숙사 시설이 정말 훌륭하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이 세심하게 구비돼있어 머무는 동안 전혀 불편함이 없다. 기회가 된다면 내년에도 꼭 다시 오고 싶고, 앞으로 더 많은 필리핀 근로자가 이곳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북 임실군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게 지난 4월 외국인 농업근로자 기숙사를 준공했다.
충남 논산시는 총사업비 100억원을 투입해 '논산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기숙사'를 건립하고 있다.
경북도와 경기 포천시 등도 기숙사를 건립해 주거 안정을 돕는다.
경기 양평군은 혹서기를 앞두고 계절근로자들 농작업 시 폭염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고용주 등을 대상으로 안전사고 예방과 인권 보호를 위한 교육을 강화한다.
법무부는 지난달 외국인 계절 근로자 관련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기관인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을 '중앙 계절근로 전문기관'으로 지정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단순한 비즈니스 모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시스템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농어업은 소위 성장 산업이 아니고 계절성이 강해 내국인 인력 유입이 쉽지 않아 업주들이 이 사업을 매우 반길 만큼 취지만 놓고 보면 성공적"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외국인 계절 근로자들을 사업주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사업주가 이 사업을 유지, 발전시킬 수 있게 교육하는 등 역할을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영수 김준범 변지철 이승형 우영식 김광호 전창해 장영은 천정인 이상학 이준영 기자)
l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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