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한쪽에 며칠째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달걀. 먹어도 되는 걸까 망설여질 때가 있다. 날짜는 지난 것 같은데 멀쩡해 보이고, 버리자니 아깝다. 이럴 때 집에서 간단히 신선도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물 한 그릇만 있으면 된다.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이 '물에 띄워 보기'다. 깊은 그릇에 물을 담고 달걀을 살며시 넣어 보면 된다. 신선한 달걀은 바닥에 가라앉아 옆으로 눕고, 오래된 달걀일수록 한쪽이 뜨거나 아예 물 위로 떠오른다.
원리는 달걀 속 '기실' 때문이다. 달걀의 둥근 쪽에는 공기가 든 작은 방인 기실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며 껍질의 작은 구멍으로 수분이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공기가 차면서 기실이 점점 커진다. 그래서 오래된 달걀일수록 가벼워져 물에 뜨는 것이다.
물 말고도 있는 확인법
물이 없다면 흔들어 보는 방법도 있다. 신선한 달걀은 속이 꽉 차 있어 흔들어도 소리가 거의 없지만, 오래된 달걀은 안에 빈 공간이 생겨 흔들면 출렁이는 느낌이나 소리가 난다. 깨뜨렸을 때로도 알 수 있다.
신선한 달걀은 노른자가 봉긋하게 솟아 있고 흰자가 노른자를 단단히 감싸지만, 오래되면 노른자가 납작하게 퍼지고 흰자가 묽게 흐른다. 톡 쏘는 듯한 냄새나 유황 냄새가 난다면 상한 것이니 먹지 말아야 한다.
다만 물에 조금 떴다고 무조건 상한 것은 아니다. 신선도가 떨어졌다는 신호일 뿐, 냄새와 모양까지 함께 확인해 판단하는 것이 정확하다.
씻지 말고, 뾰족한 쪽을 아래로
보관에도 의외로 잘못 알기 쉬운 점들이 있다. 첫째, 달걀은 씻어서 보관하면 안 된다. 달걀 껍질에는 '큐티클'이라는 얇은 보호막이 있어, 세균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준다.
물로 씻으면 이 막이 벗겨지면서, 오히려 껍질에 있던 살모넬라균 같은 세균이 물을 타고 작은 구멍으로 달걀 속에 들어갈 수 있다. 겉은 깨끗해 보여도 속은 더 위험해지는 셈이다. 표면에 이물질이 묻었다면 마른행주로 가볍게 닦고, 사용하기 직전에 씻는 것이 좋다.
둘째, 보관 방향이다. 뾰족한 쪽을 아래로, 둥근 쪽을 위로 향하게 두는 것이 좋다. 공기가 든 기실이 둥근 쪽에 있는데, 이 부분을 위로 두어야 노른자가 기실에 닿지 않아 신선도가 더 오래 유지된다.
셋째, 보관 위치다. 많은 사람이 냉장고 문 쪽 달걀 칸에 두지만, 이는 권하지 않는다. 문은 여닫을 때마다 온도가 오르내려 변화가 심하기 때문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살모넬라균이 빠르게 늘 수 있다.
한 실험에서도 4도 이하에서 보관한 달걀은 오래도록 세균이 억제됐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세균이 다시 증가했다. 그래서 달걀은 온도가 일정한 냉장고 안쪽에, 사 온 포장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참고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세척란 기준으로 산란일로부터 약 45일까지를 권장 보관 기간으로 본다. 다만 이는 냉장 보관을 전제로 한 것이니, 보관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기간과 상관없이 신선도를 직접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물에 띄워 보고, 씻지 않고, 뾰족한 쪽을 아래로 해 냉장고 안쪽에 두는 것. 이 작은 습관만 지켜도 달걀을 더 안전하고 신선하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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