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떠난 맹자, 왜 국경을 넘지 못했나('부활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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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떠난 맹자, 왜 국경을 넘지 못했나('부활수업')

뉴스컬처 2026-06-14 00: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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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활수업
사진=부활수업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떠나야 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왕을 등지고도 국경을 넘지 못한 철학자. 맹자가 카메라 앞에 앉는다.

EBS ‘AI 드라마–부활수업’이 동양 사상의 거인 맹자를 다시 불러낸다. 공자의 계보를 잇는 사상가로 기억되는 맹자는 방송에서 냉정한 논객이 아닌, 머뭇거리는 인간의 얼굴로 등장한다.

사진=부활수업
사진=부활수업

이야기는 기원전 312년 늦가을, 제나라 서남쪽 관문 객사에서 시작된다. 이미 왕에게 하직을 고했지만, 맹자는 사흘째 길을 떠나지 못한 채 머문다. 혹시라도 군주가 마음을 돌려 다시 부르기를 바라는 기대를 끝내 내려놓지 못한 상태다.

카메라는 정지된 시간을 정면으로 비춘다. “추나라 사람 맹가요.” 짧은 소개 뒤로 드러나는 눈빛은 여전히 단단하지만, 내면에는 갈등이 깊게 자리한다. 왕 앞에서 거침없이 직언하던 철학자가 국경에서 발을 묶은 이유가 서서히 드러난다.

사진=부활수업
사진=부활수업

맹자는 제선왕에게 왕도정치를 설파하며 이상을 밀어붙였지만, 현실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맹자의 주장은 영토 확장의 명분으로 소비됐고, 비난은 오롯이 그의 몫이 됐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결국 결별로 이어진 흐름이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왕과의 대화를 하나씩 복기한다. 특히 소 한 마리를 살려준 왕의 마음을 다시 꺼내며, 그 안에 남아 있던 연민이 어디서 끊겼는지 집요하게 짚어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다고 믿었던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이 무너진 자리에서 정치 역시 방향을 잃었다는 판단이 이어진다.

사진=부활수업
사진=부활수업

방송은 위대한 사상가를 높이 세우기보다, 선택 앞에서 흔들리는 한 인간으로 그려낸다. 떠나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등을 돌리지 못하는 시간, 사흘의 공기가 화면을 채운다. 결단 이전의 머뭇거림이 오히려 인물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제작진은 원전 ‘맹자’ 7편을 토대로 대사를 재구성하고, 전국시대 기록과 전문가 자문을 더해 사실성을 강화했다. AI는 창작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검증된 텍스트를 시청각적으로 구현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인간 작가와 기술의 협업이라는 제작 방식이 그대로 유지됐다.

사진=부활수업
사진=부활수업

‘부활수업’은 앞서 소크라테스를 소환한 데 이어, 동서양 사상가들을 연이어 불러내고 있다. 각 인물의 결정적인 하루를 현재의 감각으로 풀어내며, 시간을 넘어서는 메시지를 전한다.

제작진은 “강직한 철학자로 알려진 맹자에게도 망설임의 시간이 있었다”며 “그 사흘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순간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경의 객사에 멈춰 선 시간. 떠남과 머묾 사이에서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마음이 끝내 화면을 채운다. 14일 밤 11시 EBS1 방송.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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