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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기지개를 켜던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또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부풀었던 자본시장 낙관론을 비웃듯, 글로벌 주요국들이 잇따라 긴축 페달을 밟기 시작하면서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선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기 전 딜을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전을 펼치는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오히려 알짜 매물을 잡기 위해 인수와 매각 측 모두 분주한 모습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물가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ECB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건 지난 2023년 9월 이후 약 2년 9개월 만이다. 이란 전쟁발 유가 폭등이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다시 자극하자 주요국 중 가장 먼저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낸 건 유럽 뿐만이 아니다. 일본은행(BOJ)은 이달과 4분기에 금리를 두 차례 인상해 현재 0.75%인 기준금리를 연말까지 1.25%로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정책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한국은행 역시 신현송 총재가 지난 12일 간담회에서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며 7월 인상설에 무게를 실었다.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년간 이어진 고금리에 지친 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완전히 소멸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이다. 당초 올해 M&A 시장은 누적된 드라이파우더(미소진 자금) 집행과 경기 회복 기대로 온기가 돌 것으로 전망됐으나, 조달 비용의 추가 상승은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전세계적인 긴축 도미노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M&A 시장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매각 측은 본격적인 통화 긴축이 이어지기 전 조금이라도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에 딜 클로징을 서두르고 있다. 인수 측 역시 조달 금리가 치솟기 전에 알짜 매물을 선점하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예상치 못한 속도전과 눈치싸움이 동시에 고조되는 모양새다.
다만 거시경제 지표가 가리키는 냉기?와 달리 현장에서 체감하는 딜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상반기 마무리를 앞두고 △골프존카운티·글로벌세아 제지사업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넥스플렉스 △한국펀드투자파트너스 △KDB생명 △율곡 등의 매물이 예비입찰 단계에서부터 흥행을 예고했다.
실제 금리 인상기는 경우에 따라 M&A 기회가 되기도 한다. 대규모 현금을 보유한 기업은 대출없이 회사를 살 수 있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또 구조조정 매물이 증가해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기업을 인수하게 될 수 있다. 전체 시장은 위축되더라도 K-뷰티, K-푸드, 반도체 등 특정 섹터는 여전히 좋은 평가를 받기도 한다.
대형 로펌의 M&A 부문 대표변호사는 “금리 인상 기조로 이자율이 가파르게 오를 수 있어 다들 리스크를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사려는 쪽이나 팔려는 쪽이나 모두 딜을 굉장히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고, 어떻게든 많이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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