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선우웅상 교수는 난청은 흔히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겨지지만, 최근 연구들은 난청이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이는 강력한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즉, 치매는 아직 치료제가 없어 예방이 최우선인데, 이 치매를 예방하는 방법의 하나가 바로 난청의 관리라는 것이다.
특히 중년기에 시작된 청력 저하는 이후 인지기능 저하와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최근 국제 의학 학술지인 ‘The Lancet’에 발표된 대규모 분석 연구에 따르면, ‘중년기의 난청’은 예방 가능한 치매의 위험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치매의 약 45%는 조절 가능한 위험요인을 관리함으로써 예방이 가능하다고 보고됐다. 이중 난청 치료는 가장 비중이 높은 관리 요인으로 평가됐다. 이는 ‘LDL 콜레스테롤의 높은 수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선웅 교수는 “난청이 치매 위험을 높이는 기전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청각 자극이 감소하면 뇌의 청각피질과 인지 관련 영역의 활동이 줄어들게 된다”며 “뇌의 사용이 줄어든 영역은 점차 위축되며, 이러한 변화는 인지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소리를 정확히 듣기 어려운 상태에서 말소리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인지 자원을 사용하게 된다. 그 결과 기억력이나 판단력 등 다른 인지기능에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더해 난청은 대화 단절을 초래하고, 이는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고립 역시 치매의 주요 위험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난청은 감각기관의 문제를 넘어 뇌 건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다.
선우 교수는 “다행스러운 점은 난청이 ‘개입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라는 점”이라며 “나이나 유전과 같은 요인은 바꿀 수 없지만, 난청은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적인 청력검사를 통해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이상 발견 시 소음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중이염이나 이비인후과 질환을 적절히 치료해 난청이 진행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또 필요한 경우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청각 기능을 충분히 살리고 청각 자극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실제로 보청기 사용이 인지능 저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도 다수 보고 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난청을 단순히 “나이 들어서 그렇다”고 방치하지 않는 태도이다.
난청을 회복한다고 해서 치매나 경도 인지장애 같은 질환을 모두 예방할 순 없다. 치매는 높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 고혈압, 당뇨병, 흡연, 운동 부족, 비만, 과도한 음주, 사회적 고립 등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수면 부족 또한 중요한 위험요인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요인 중 예방 가능 요인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여전히 난청이다. 이는 곧, 조기에 관리하면 기대할 수 있는 예방 효과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4~60대 중년층은 치매 예방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난청은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본인이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TV 소리가 점점 커지거나,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대화가 어렵고, 자주 되묻게 되는 증상이 반복되면 이는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닐 수 있다. 이 같은 신호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청력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선우 교수는 “완전한 치료가 어려운 질환일수록 예방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난청은 예방할 수 있고, 조기에 교정 가능하며, 관리 가능한 위험요인”이라며 “지금 자신의 청력을 점검하는 것이, 앞으로 인지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