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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2027년 적용되는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 유가 불안과 누적된 고물가 영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노동계는 실질임금 회복을 위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경기 둔화와 중소기업·소상공인 부담을 이유로 신중론을 펴고 있다.
최저임금 수준을 둘러싼 노사 간 시각차가 큰 만큼 관련 논의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는 지난 4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지난 11일 제5차 전원회의까지 이어가며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를 진행하고 있다.
첫 회의에서 노동계는 최저임금의 실질적 인상을 요구하며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지난해보다 2.9%(290원) 인상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영향으로 인상률이 2.7%에 머물렀던 김대중 정부 출범 첫해(1998년 적용 최저임금 결정)를 제외하면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반면 경영계는 경기 둔화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영 부담 등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처럼 최저임금 수준을 둘러싼 노사의 입장 차가 뚜렷한 가운데, 양측은 향후 본격적인 심의를 거쳐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노사 양측의 최초 요구안은 이달 중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 간 최저임금 수준을 둘러싼 공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노동 현장의 당사자인 직장인들의 인식을 담은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당 조사에서는 현재 최저임금 수준이 물가와 생계비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로 보는 직장인 희망 ‘최저임금’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월 2일부터 2월 8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법정 최저임금’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인 47.7%는 현재 법정 최저임금(시급 1만320원)이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반영하지 않고 있다’ 응답은 ‘비정규직’(52%), ‘비조합원’(49.7%) ‘비사무직’(52%), ‘5인 이상 30인 미만’(54%), ‘일반 사원급’(55.7%), ‘150~300만원 미만’(52.8%)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를 두고 직장갑질119는 “이들은 최저임금 수준에 가까운 임금을 받거나 고용이 불안정한 집단으로, 최저임금의 영향을 일상에서 직접적으로 체감할 가능성이 높다”며 “최저임금의 실질적 보호가 필요한 집단에서 현행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불만이 더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7년 적정 최저임금 수준에 대해 질의한 결과, 최저임금이 월 251만원(시간당 1만2000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응답은 62.3%에 달했다. 월 271만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응답도 30.3%로 적지 않았다. 다수의 직장인들이 현행 최저임금 대비 최소 16% 인상을 희망하고 있는 셈이다.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등 모든 노동자에게 법정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는 전체 응답자의 72.6%가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반대 응답은 27.4%였다.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이 단순한 비용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생계와 직결된 기준이라는 점에서 물가상승률과 체감 물가, 실질임금 하락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최소한 물가를 상회하는 수준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동계가 역대 최고 수준의 인상 폭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은 한층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동결 또는 최소 수준 인상을 주장하며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경영계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여건을 악화시키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비정규직 당사자들은 최저임금 적용 확대는 물론 각종 노동관계 법령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봤다.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이 지난 10일 이재명 정부 1년을 맞아 비정규직 노동자 1004명을 대상으로 지난 5월 2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실시한 ‘비정규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먼저 정부가 나서야 할 과제로 응답자 50.4%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을 꼽았다.
이어 49.0%는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채용 확대’를 꼽으며 비정규직 사용을 줄이고 고용안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세 번째로 높은 응답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법제화’(44.8%)였다. 그 외 ‘특고·플랫폼 노동자 권리 보장’(25.9%), ‘초기업단위 교섭 활성화 및 단체협약 확대’(12.2%), ‘중대재해처벌법 강화’(6.9%), ‘포괄임금제 금지 방안 마련’(6.7%), ‘이주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4.2%) 등이었다.
직장갑질119 최보화 노무사는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은 협상의 출발선이 아니라 생존의 마지노선”이라며 “그 마지노선이 물가에도, 실질생활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면 제도는 형식만 남은 것이다. 최저임금 심의는 기업 부담 논리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존엄을 기준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본보에 “최저임금 산정 과정에서는 물가상승률과 체감 물가를 반영하는 데 더해 내년도 예상 물가까지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게 유지되면서 실질임금 측면에서 누적된 하락 효과가 있는 만큼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인상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최임위 역시 최저임금 인상률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이 커 논의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수고용직,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등 기존 제도 밖 노동자들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가 이번 논의에서 쟁점인데, 관련 노동 형태를 포함해 기준을 조정할 경우 인상률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지만 반대로 적용 범위가 제한될 경우 인상 요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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