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이 최근 큰 폭의 조정을 받으며 약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갈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미국 통화정책 전망 변화와 초대형 기업공개(IPO) 이슈가 동시에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금 시장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국제 금 가격은 이날 장중 트로이온스당 4022달러(약 610만원)까지 하락했다. 이는 하루 동안 1% 이상 떨어진 것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후 일부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4085달러(약 620만원) 선까지 회복했지만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약세가 우세한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 이어진 금 가격 상승 흐름이 최근 들어 꺾이는 추세라 보고 있다. 특히 최근 분기 성적은 지난 수년간 보기 드문 부진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은 약 10년 만에 가장 부진한 분기 수익률이 기록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금 가격의 하락 배경에는 중동 정세 악화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작용한 점이 거론된다. 일반적으로 전쟁이나 국제 분쟁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해 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던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국가들은 자국 통화 가치 방어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보유 금을 시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금 가격 상승을 이끌었던 단기 투자 자금도 시장에서 빠르게 이탈하며 매도 압력을 키웠다.
피터 킨셀라 UBP 투자서비스 책임자는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금을 현금화하고 있다"라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이 전체 포트폴리오 위험을 줄이는 과정에서 금까지 매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국제 금값 반년 만에 최저 수준 도달해
실제로 일부 국가들은 상당한 규모의 금 보유량을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튀르키예는 자국 통화 방어를 위해 약 200억달러(약 30조 3700억원) 규모의 금을 매각하거나 교환 거래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역시 재정 확보를 위해 금 보유분 일부를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참여자들은 미국 금리 전망 변화 역시 금 가격 하락을 이끈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까지 금융시장에서는 연내 미국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두세 차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물가 압력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졌고, 오히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금리가 오를 경우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금의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감소한다. 반면 미국 국채와 같은 채권 상품의 수익률은 높아지기 때문에 자금이 금 시장에서 채권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러한 구조가 최근 금 가격 약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Copyright ⓒ 나남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