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그 온기가 한국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무라증권은 12일 "현재까지는 반도체 호조의 낙수효과가 강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무라증권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에서 '2026년 한국 경제 및 주식시장 미디어 브리핑'을 열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 호조의 낙수효과가 존재하는지 의문"이라며 "주식시장과 정부 재정을 통해 얼마나 흘러 들어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아직까지는 강한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경제 지표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투자에서도 반도체 낙수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봤다. 설비투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대표 반도체 업체의 자본적지출(CAPEX)에 의존하는 구조다. 반도체를 제외한 여타 산업의 설비투자는 사실상 정체 상태다. 건설투자는 더 어둡다. 중동 전쟁으로 공사비가 오른 데다 올 하반기 금리 인상 국면이 이어지면서 건설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투자 측면에서의 낙수효과는 반도체가 이끄는 3분기까지가 될 것"이라며 "이후에는 효과가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간소비도 부정적인 상황이다. 국내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 4, 5월 연속 감소했다. 소비 지표에서는 양극화가 뚜렷하다. 지난달 백화점 카드 승인액은 17.1% 급증한 반면 전체 카드 승인액은 7.0% 증가해 명품 소비로 집중될 뿐 일반 가계로는 좀처럼 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여윳돈이 생겼을 때 소비하겠다고 답한 비율도 2% 수준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물가는 공급 측면에 의해 8, 9월 정점을 보인 후 상승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반도체 낙수효과가 강하고 이로 인해 향후 수요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고용은 늘지 않고 있다"며 "성과급을 받아도 당장 소비하기보다 퇴직연금에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금으로 인한 물가 압력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오는 7월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에 가깝다고 봤다. 이날 신현송 한은 총재도 "늦지 않게 인상하겠다"고 발언한 바 있다. 노무라증권은 현재 2.5%인 기준금리가 향후 세 차례 인상되어 올해 최종금리가 3.2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일각에서 거론되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나 7·8월 연속 인상은 기본 시나리오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3번 인상 시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20조원 이상 늘어나지만, 재정 여력이 충분해 상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노무라증권은 원·달러 환율을 올해 말 1470원, 내년 1420원으로 전망했다. 3분기까지는 1500원대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환율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거나 단기간에 1400원대로 내려가긴 어렵다고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은 변수로 꼽았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인상 기조로 돌아서게 된다면 달러 강세로 인해 원화 약세 압력은 커질 것"이라며 "환율은 펀더멘털 문제가 아닌 수급상의 문제로,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상방 압력을 조금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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