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앞세운 체코 수비진 뒷공간 파고들어 2골 완성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말 그대로 '전술의 승리'였다.
홍명보호는 '장신숲' 체코를 상대로 점유율을 지키며 수비 뒷공간을 두드렸고, 같은 패턴으로 동점 골과 역전 결승 골을 뽑아내며 기분 좋은 역전 승리를 완성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멕시코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선제골을 내줬지만 내리 2골을 뽑아내며 2-1 승리를 따냈다.
대표팀은 체코를 상대로 똑같이 3-4-2-1 전술로 맞불을 놨다.
홍명보호는 꾸준히 공격할 때는 포백, 수비할 때는 파이브백으로 바뀔 수 있는 '가변형 스리백 전술'을 가다듬어왔고, 이날 체코전을 통해 전술 완성도를 끌어올리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 우리 축구를 했다!…'점유율 높이고 뒷공간 괴롭히고'
홍명보호는 장신 선수들이 포진한 체코를 상대로 최전방의 손흥민(LAFC)을 목표로 롱패스를 펼치며 기동력이 떨어지는 체코의 수비라인을 괴롭혔다. 체코 역시 '롱패스를 통한 공격' 한 가지 패턴으로 한국을 상대했다.
하지만 단순하게 접근한 체코를 상대로 한국은 중원에서 볼을 간직하면서 황인범(페예노르트)과 이강인(PSG)이 수비수 뒷공간으로 향하는 패스를 잇달아 시도하며 득점에 도전했다.
전반 3분 손흥민을 향한 수비수 이기혁(강원)의 날카로운 롱패스를 비롯해 3분 뒤 이강인이 오버래핑에 나선 이태석에게 전달한 대각선 패스는 상대 수비라인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비록 후반 14분 스로인에 의한 헤더라는 단순한 공격을 높이의 열세 때문에 알고도 실점한 한국은 '뒷공간 패스'를 100% 활용해 동점 골과 역전 골까지 완성하는 끈질김을 보여줬다.
한국은 후반 22분 중원에서 이강인이 체코 최종 수비수 사이의 틈을 겨냥한 공간 패스를 넣어줬고, 황인범이 쇄도하며 수비수와 골키퍼까지 한 차례 볼을 접는 동작으로 무력화한 뒤 오른발 슈팅으로 동점 골을 뽑았다.
후반 35분 오현규(베식타시)의 역전 결승 골 역시 중원에서 백승호(버밍엄)가 상대 수비 뒷공간으로 내준 패스를 황인범이 잡아 크로스를 연결했고, 쇄도하던 오현규가 밀어 넣어 역전 결승 골을 터트렸다.
그동안 '전술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팬들의 비판을 받았던 홍명보호는 90분 내내 끊임없이 체코 뒷공간을 노리는 전술로 기막힌 역전승을 완성했다.
◇ 슈팅 15개에 2골…더 날카로워져야 할 '결정력'
한국은 이날 체코를 상대로 15차례 슈팅을 시도했고, 6차례 유효 슈팅 가운데 2개를 득점으로 완성했다.
이날 보여준 공격 전술의 완성도를 볼 때 득점력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후반 24분 오현규와 교체될 때까지 6차례 위협적인 슈팅을 때렸지만 좀처럼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아 팬들의 가슴을 졸였다.
손흥민은 이날 중앙은 물론 좌우와 중원까지 내려와 볼을 받아 조율하고, 전방까지 빠르게 침투해 슈팅을 시도하는 만점 활약을 보여줬지만, 결정적인 슈팅 기회를 득점으로 완성하지 못한 건 옥에 티로 남았다.
손흥민이 전방을 비우고 중원으로 내려왔을 때 그 자리를 다른 선수가 채우지 못해 공격 전개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장면도 몇 차례 나온 것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 이기혁-김민재-이한범 스리백 라인은 '합격점'
홍명보 감독은 센터백 조유민(알샤르자)이 부상으로 하차하면서 스리백 라인 완성에 고민이 생겼다.
대표팀은 지난 4일 엘살바도르 평가전 때 이기혁-김민재(뮌헨)-이한범(미트윌란) 조합을 내세워 1-0 무실점 승리를 따냈고, 이를 바탕으로 이날 체코전에도 똑같은 스리백 조합을 출전시켰다.
이날 스리백 조합은 체코에 1골을 내줬지만, 경기 전반적으로는 김민재가 체코의 장신 공격수 파트리크 시크를 완전히 제압하면서 세트피스 이외의 공격에선 큰 위기를 만들지 않은 게 승리 요인이 됐다.
이기혁은 뛰어난 왼발 능력으로 전방에 원활한 볼배급을 이어갔고, 김민재 역시 수비뿐만 아니라 공간 패스를 시도하며 공격 전술에 힘을 보탰다.
월드컵 데뷔전을 치른 이기혁이 전반 16분께 측면을 돌파하는 상대 선수에게 태클 실수로 뒷공간을 열어준 장면은 아쉬웠지만 비교적 무난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horn90@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