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 “예전엔 원두값만 신경 쓰면 됐는데 요즘은 컵, 뚜껑, 빨대까지 안 오른 게 없어요. 손님 부담 때문에 가격은 쉽게 못 올리는데 매달 원가 부담은 커지고 있어요”
서울 종로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A씨는 최근 커피 업계 전반에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오르면서 수입 원두 부담이 커졌고 중동 전쟁 이후 물류비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며 “개인 카페들은 대형 프랜차이즈처럼 원가를 버틸 여력이 크지 않다”고 토로했다.
12일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최근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업계 전반에서 가격 인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메가MGC커피는 오는 19일부터 ‘할메가’ 시리즈 3종 가격을 각각 200원씩 인상한다. 이에 따라 할메가커피는 2100원에서 2300원, 왕할메가커피는 3200원에서 3400원으로 조정된다.
메가MGC커피 측은 “동결건조(FD) 커피 원료 가격 상승으로 가맹점 수익 보전과 품질 유지를 위해 가격 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저가 커피 브랜드 더벤티도 지난달 말부터 일부 메뉴 가격을 100~500원 인상했다. 바닐라딥라떼(라지)는 3500원에서 3700원으로, 이천쌀라떼는 2800원에서 3300원으로 올랐다. 콜드브루라떼와 일부 크림 콜드브루 메뉴도 400원씩 인상됐다.
가정용 커피 제품 가격도 오름세다. 커피빈은 이달 들어 바닐라라떼 스틱커피 가격을 최대 8.1% 인상했고, 이디야커피 역시 스틱커피와 커피믹스 제품 가격을 최대 15.2% 상향 조정했다. 바나프레소도 지난 3월 디카페인·콜드브루 메뉴 가격을 최대 700원 올린 바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 원두값 상승보다 환율·물류·부자재 비용이 동시에 오른 복합 원가 부담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면서 수입 원두와 시럽 등 원재료 비용 부담이 커졌고, 중동 지역 분쟁 장기화에 따른 해상 운임 변동성도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국제 원두 가격은 지난해 급등 이후 다소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환율 부담을 더 큰 변수로 보고 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원두 가격은 지난해 굉장히 높았고 지금은 일부 내려온 상황”이라며 “업계에서는 원두 가격보다 환율을 더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드는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원두 가격 부담도 있지만 고환율이 장기간 이어지는 부분을 가장 크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소비 심리 위축 등을 고려할 때 추가 가격 인상 부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지난해 5월 가격을 한 차례 조정한 이후 현재 추가 가격 인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원두 외 원부자재 가격 부담도 커지고 있다. 플라스틱 컵과 뚜껑, 포장재 등 소모품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데다 우유·설탕 등 식자재 가격 부담도 이어지고 있어서다. 생산 단계에서의 가격 상승 압박 역시 확대되는 분위기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올해 5월 커피 및 차류 생산자물가지수는 129.81로 전년 동월 대비 6.8% 상승했다.
커피 업황 악화는 사업장 감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에 따르면 올해 4월 전국 커피음료점 사업장 수는 9만3551개로 전년 동월보다 1699개 줄었다. 커피음료점 수가 감소한 것은 2년 연속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엘니뇨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향후 원두 가격 변동성이 다시 커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브라질과 베트남 등 주요 원두 생산국에서 가뭄과 폭염 등 기후 변수로 작황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원두 가격이 지난해 고점 대비 일부 안정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환율 부담에 기후 변수까지 겹치면서 하반기에도 원가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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