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약초·꽃차·고목...강화도에서 만난 다섯 개의 시간('동네 한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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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약초·꽃차·고목...강화도에서 만난 다섯 개의 시간('동네 한 바퀴')

뉴스컬처 2026-06-12 05:16:00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강화도로 향한 발걸음이 가벼워지는 순간이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자기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방송되는 KBS1 ‘동네 한 바퀴’는 ‘오늘도 설렌다 – 강화군’ 편을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삶을 다시 세우고 있는 다섯 개의 이야기를 꺼낸다.

실패를 지나 선택으로, 상황버섯 농부의 시간

사진=동네 한 바퀴
사진=동네 한 바퀴

여러 번의 실패를 겪은 끝에 고범수 씨는 남들과 다른 길을 택했다. 쉽게 갈 수 있는 방법 대신, 더 까다로운 공중재배를 선택했다. 손이 더 가고 시간도 더 들지만, 그만큼 깨끗하고 건강한 버섯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보다 과정에 더 무게를 둔 선택이다.

그의 일상은 농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버려진 재료를 모아 트랙터를 개조하고, 작은 오두막을 세우며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간다. 나무 조각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손을 거친 모든 것에는 그의 생각이 담긴다.

그 곁에는 늘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아내 백규숙 씨가 있다. 어떤 선택이든 함께 감당해 온 시간 덕분에 두 사람의 결은 단단하다. 새로운 땅, 새로운 도전을 이야기하는 지금도 그들의 표정에는 여전히 기대가 남아 있다.

조미료 없이 완성한 깊은 맛, 약선오리 한 상

사진=동네 한 바퀴
사진=동네 한 바퀴

전규석 씨에게 풀 한 포기는 그저 스쳐 지나갈 대상이 아니다. 오랜 시간 약초를 공부해 온 그는 자연에서 답을 찾는다. 사업 실패 이후 시작한 식당은 그렇게 재료에 대한 집요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소금 하나를 고르는 일도 쉽게 넘기지 않는다. 15가지 약재와 제철 식재료를 더해 완성한 약선오리는 화학조미료 없이도 깊은 맛을 낸다. 아내 서정숙 씨 역시 같은 기준을 지킨다. 손님이 먹는 한 끼가 곧 건강이라는 생각이 기준이 됐다.

시간이 쌓이자 식당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한 번 찾은 손님이 다시 찾아오는 이유가 생겼다. 멀리서도 이곳을 찾는 발걸음이 이어진다. 어렵게 시작했지만, 결국 남은 건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이름이다.

시간을 깎지 않는다, 고목에 남은 이야기

사진=동네 한 바퀴
사진=동네 한 바퀴

정윤성 작가는 나무를 억지로 바꾸지 않는다. 갈라진 결, 오래된 흔적, 세월이 만든 모양을 그대로 따라간다. 나무가 지나온 시간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그가 사용하는 재료도 특별하다. 고목뿐 아니라 체육관 바닥재, 오래된 배 조각, 폐가의 잔해까지 작품의 일부가 된다. 버려진 것들이 다시 새로운 형태로 이어지는 과정 자체가 그의 작업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길이었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막노동을 하면서도 작업을 이어갔고, 결국 공방을 열었다. 3년이 흐른 지금, 그의 작업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고 전시로도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만든 결과다.

계절을 덖어내다, 꽃차에 담긴 하루

이혜숙 씨의 하루는 꽃이 피는 순간을 기다리는 일에서 시작된다. 색과 향에 이끌려 시작한 꽃차는 이제 그의 삶이 됐다. 꽃이 가장 좋은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계절의 변화를 세심하게 읽어낸다.

꽃차는 간단하게 완성되지 않는다. 수분을 날리고 여러 번 덖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한 잔의 차가 된다. 그 시간 동안 꽃이 품고 있던 계절이 천천히 스며든다.

남편 김윤수 씨도 그 곁을 지킨다. 아내가 좋아하는 일을 이어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같은 기쁨을 나눈다. 공간을 채우는 향처럼, 두 사람의 일상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바다로 시작해 바다로 끝나는 하루

사진=동네 한 바퀴
사진=동네 한 바퀴

고현수 씨의 하루는 늘 바다에서 열린다. 어부였던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럽게 이 길을 선택했다. 지금은 가게와 배, 집을 오가며 바쁜 시간을 보낸다.

황산도 앞바다에는 계절마다 다른 생선이 들어온다. 특히 제철 밴댕이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맛이다. 물살을 가르며 잡아 올리는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같은 바다라도 결과는 매일 다르다. 그래서 그는 다시 배를 띄운다. 익숙한 풍경 속에서도 새로운 기대가 생기기 때문이다. 하루의 끝에서 또 다음 날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유다.

각자의 자리에서 이어온 시간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하나로 모인다. 좋아하는 일을 붙들고 살아가는 힘, 그리고 지금을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다.

‘동네 한 바퀴’ 강화군 편은 그 조용하지만 단단한 이야기들을 따라간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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