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산수에서 채색 도원으로"…국립무용단 '몽유도원무'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흑백 산수에서 채색 도원으로"…국립무용단 '몽유도원무'

이데일리 2026-06-11 23:52:49 신고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무대 위에 흑백의 산수가 펼쳐진다. 무용수들은 능선처럼 겹겹이 몸을 포개며 산세를 이룬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풍경처럼 고요하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면 그 안에서 무용수들은 쉴 새 없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이내 봇짐을 멘 무용수가 등장하고, 차례로 봇짐을 나눠진 무용수들이 저마다의 춤을 풀어내기 시작한다.

국립무용단 '몽유도원무'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장)


멀리서 바라본 대자연은 압도적인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굴곡진 길을 직접 걸어가는 것은 고단한 현실의 여정이다. 국립무용단 ‘몽유도원무’의 한 장면이다. 이 작품은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이야기한다.

국립무용단은 11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몽유도원무’ 프레스콜을 열고 전막 시연을 진행했다.

‘몽유도원무’는 조선시대 화가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모티브로, 고단한 현실을 지나 이상 세계인 도원에 이르는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안무가 차진엽이 그림 속 한국 산세의 ‘굽이굽이’ 이어지는 흐름에서 영감을 받아 몸짓언어로 확장해 작품의 서사를 풀어냈다. 2022년 초연 당시 약 40분 분량의 더블빌 소품으로 시작해 2024년 재연에서 60분으로 확장됐고, 올해 세 번째 무대에 오른다. 매 공연 90% 이상의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며 국립무용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작품은 총 2막으로 구성된다. 1막은 무채색 의상과 봇짐을 짊어진 무용수들이 비슷한 움직임을 반복하며 현실의 고된 삶을 그린다. 2막에서는 형형색색의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이 미디어아트와 어우러지며 이상 세계 도원으로의 여정을 화사하게 펼친다.

국립무용단 '몽유도원무'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장)


음악은 일렉트로닉 뮤지션 하임과 거문고 연주자 심은용이 맡았고, 영상은 미디어 아티스트 문규철·황선정(oOps.50656)이 구현했다.

차진엽은 “단순히 2022년, 2024년 작품을 재연하는 게 아니라 2026년 지금 우리의 모습, 몸과 마음의 상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시 관찰하려고 했다”며 “그 과정에서 무용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지금의 마음으로 이번 작품을 촘촘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올해 달라진 점에 대해 그는 “일부러 작품을 발전시킨다는 의미보다는, 지금 우리 각자가 지나온 삶의 모습과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며 안무 캐릭터를 2026년의 이야기로 변화시켰다”며 “지금 저에게 와닿는 말은 정성과 돌봄이기 때문에 삶에서 어떻게 서로를 잘 돌보고, 정성스럽게 내 춤과 삶과 몸을 담을 수 있을까 고민한 것을 담아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합류한 무용수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올해 공연엔 초연 멤버인 김미애, 김은이, 박지은, 박혜지, 조용진, 황태인, 이도윤 외에 새로운 무용수가 합류했다. 국립무용단 ‘향연’, ‘회오리’ 등에서 활약한 황용천과 엠넷 ‘스테이지 파이터’에 출연해 주목받은 박준우다.

차진엽은 “새로운 무용수가 들어오면서 그 장면을 그 무용수가 가진 몸의 언어로 풀어내 또 다른 의미를 담으려 했다”며 “황용천 무용수는 자신이 가진 삶의 이야기를 본인 스스로 적극적으로 녹여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박준우 무용수는 어리고 프로로서 경험이 적을 수 있지만 부족하지 않았고, 그 나이대에 맞는 표현과 생각이 있어 그 자체로 완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국립무용단 '몽유도원무'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장)


무대 영상은 점군데이터(point cloud data)와 생성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살아 움직이는 수묵화를 구현했다. 황선정 미디어아티스트는 “구글에서 산의 지형도를 가져와 3D로 형상화하고, 이를 수십억 개의 점으로 만든 점군데이터를 활용했다”며 “음악이 가진 리듬을 실제 산의 형상으로 만드는 시도를 했다. 화려함보다는 가장 자연의 상태에 가깝게, 라이브적인 요소를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부연했다.

무용수들은 작품에 개인의 이야기를 녹여내며 스스로도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박혜지 단원은 “안무가님과 움직임으로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살아 있다는 게 뭘까’라는 감각을 다시 돌이키는 계기가 됐다”며 “자연 속 무수히 많은 생명체 중 하나로,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에게 맞는 환경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임했다”고 전했다.

조용진 단원은 “안무가님이 말씀하신 ‘굽이굽이 걷는 사람, 이끄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마음에 남았고, 이상적인 곳으로 나아가도록 이끄는 존재로 상상하며 작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국립무용단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몽유도원무’는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립무용단 '몽유도원무' 공연 장면 (사진=국립극장)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