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권수빈 기자] 동남아시아 대륙 한가운데 위치한 태국은 예로부터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교차하는 길목이었다. 여러 곳에서 온 사람들과 문화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태국은 주변국의 양식을 수용하면서도 유연한 태도로 독창적인 아름다움을 빚어냈다.
특히 13세기 수코타이 왕국의 성립 이후 왕실과 불교를 중심으로 발전한 태국의 전통 미술은 정교한 금속 공예와 조각 분야에서 예술적 성숙도를 보여주면서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국내 최초로 태국의 문화와 미술을 대규모로 소개하는 특별전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을 오는 23일부터 9월 6일까지 특별전시실 1에서 개최한다. 선사시대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태국의 역사와 미술을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자리로, 태국 전역 21개 국립기관에서 출품된 조각, 회화, 공예 등 총 214건 239점의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태국의 미술 발전 양상은 고대 이웃 국가들의 종교 양식을 흡수하면서도 점차 독자적인 미감을 정립해 나간 흐름을 보인다. 초기에는 주변 캄보디아의 크메르 양식 등의 영향을 받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고유의 자연스러운 신체 비례와 유연한 곡선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태국 전통 미술의 독창성이 가장 찬란하게 꽃핀 시기가 바로 13세기 중반에 등장한 수코타이 시대다. 수코타이 왕조는 불교를 국교로 숭상하며 이전 시대와 구별되는 불상 양식을 창조했다.
대표적으로 이번 전시에서도 볼 수 있는 14세기 수코타이 시대의 ‘걷는 부처’는 높이 154cm의 청동상으로, 한 자리에 정좌해 있는 전통적인 불상들과 달리 부처가 한쪽 발을 내딛으며 앞으로 걸어 나가는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가사와 물 흐르듯 유려한 팔다리의 곡선 처리는 수코타이 조각 예술이 도달한 기술적 경지를 보여준다. 인간적이고 자비로운 면모를 시각화한 이 불상은 태국 불교 미술의 최고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대규모 태국 미술 특별전인 만큼 관람객들은 그동안 태국을 휴양지나 관광지로만 인식했던 시각에서 벗어나 고대 동남아시아의 문화적 깊이를 체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선사시대 유물부터 14세기의 청동 불상, 근현대 공예품까지 이어지는 서사를 따라가면서 외부 문화의 영향을 수용하면서도 독자적인 미술 전통을 발전시켜 온 태국 문화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뉴스컬처 권수빈 ppbn0101@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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