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기구, 김정은 시찰한 영변 신규 핵시설에 원심분리기 9천대 추정
고농축 우라늄 2,100㎏ 보유한 것으로 추산…영·프 10분의 1 수준
WSJ "北, 미국 등과의 핵협상 복귀 가능성 낮아졌다는 의미"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북한이 영변 핵 단지 내에 신규 핵시설을 갖추고 핵무기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영국 검증조사훈련정보센터(VERTIC·버틱) 분석을 인용해 북한의 신규 우라늄 농축시설이 완전히 가동되면 연간 우라늄 농축 능력이 75% 확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버틱이 언급한 영변의 신규 핵시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일 직접 현지 지도한 장소다.
북한은 김 위원장이 방문한 공장의 구체적 위치나 생산능력 등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버틱은 위성사진과 기존 원심분리기 성능 데이터 등을 토대로 분석해 이곳에 연간 약 160kg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심분리기 9천 대 이상이 설치돼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의 기존 고농축 우라늄 생산 능력이 연간 215kg으로 평가되는 만큼, 신규 시설이 완전히 가동되면 이러한 역량이 최대 75% 확대될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이처럼 북한이 우라늄 농축 능력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로는 현재 개발 중인 핵추진 잠수함 수요에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버틱은 또 북한이 이미 약 2천100kg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영국이나 프랑스가 보유한 군사용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의 약 10분의 1 수준에 해당한다.
버틱의 보고서를 작성한 그랜트 크리스토퍼는 "북한은 이미 중규모의 핵무기 보유에 필요한 모든 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이며, 현재는 수량을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북한이 조만간 이런 시도를 중단할 것이라는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도 연례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을 60기로 상향 조정하고, 최소 90기 이상을 추가 제조할 수 있는 핵분열성 물질도 확보하고 있다고 추정한 바 있다.
WSJ은 김 위원장이 해당 신규 핵시설을 현지 지도하는 모습을 공개한 정황 등으로 볼 때 북한이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핵무기 보유를 늘려나가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신규 핵시설이 북한의 주요 핵 단지인 영변 중심부에 있고 국영 매체를 통해 줄지어 선 원심분리기 모습도 공개한 만큼, 대외적으로 핵 증강 의지를 과시하려 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버틱 보고서의 공동 저자이기도 한 오스트리아 민간연구기관 오픈뉴클리어네트워크(ONN)의 신재우 분석가는 신규 핵시설이 "외부의 시선이 닿지 않는 깊은 산속이 아니라 영변 한복판에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발견되도록 의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WSJ은 이런 움직임을 토대로 북한이 핵 축소를 대가로 제재 완화 등을 제안해 온 미국 등과의 협상에 복귀할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북한은 지난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대가로 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뿐 아니라 5곳을 추가로 포함하는 포괄적 합의를 요구해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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