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10일(이하 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과 EU는 정치·경제·안보 전반에서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며,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 공동 국익 수호와 국민 삶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로 했다.
특히 디지털통상협정(DTA)을 체결해 데이터 현지화 의무를 금지하고 전자상거래 환경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한 '한-EU 경쟁력 파트너십'을 출범하고 고위급 경제대화를 신설해 공급망·첨단기술·에너지 등 전략적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양측은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북한 간 불법적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면적 휴전과 재건 지원을 강조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북한은 결코 NPT 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 의무 준수를 촉구했다.
李 대통령 "EU와 비밀정보보호 협정 협상 개시…안보협력 강화"
이재명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양측의 안보·방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비밀정보보호 협정' 체결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EU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유럽 안보가 긴밀히 연계되고 있다"며 "협정이 조속히 체결돼 민감 정보를 안전하게 공유하고 이를 활용한 산업·연구 협력이 활발히 진행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안정·번영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며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EU의 변함없는 지지와 건설적 역할을 요청했고, 양측이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중동 정세와 관련해선 "호르무즈 해협의 즉각적 개방과 선박의 자유로운 통항 보장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으며, 우크라이나 평화 회복과 재건을 위한 기여 의지도 재확인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디지털통상협정(DTA) 체결 사실을 알리며 "안정적인 데이터 비즈니스 환경이 구축돼 양측 간 디지털 교역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협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양자기술 등 미래산업 분야에서 공동 연구와 연구자 교류를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양측이 '승객 예약자료 전송 협정'을 타결한 점도 소개했다. 그는 "관세 당국이 우범 여행자를 미리 선별해 검사할 수 있도록 EU 국적 항공사의 승객 예약 자료를 확보할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며 "이를 통해 테러·마약 등 초국가 범죄 예방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EU는 1963년 수교 이후 60여 년간 우호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며 "정치·경제·안보 분야에서 제도적 기반을 공고히 구축했고 전략적 동반자로서 깊은 신뢰를 쌓아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 회담에서 양측 관계 발전 의지를 재확인하고 구체적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협의했다"며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공동 국익을 수호하고 국민 삶에 도움이 될 실질적 성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韓-EU 공동성명…"러시아-북한 간 불법적 군사협력 강력히 규탄""北, 핵보유국 인정안돼"
한국과 유럽연합(EU)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제3자의 지원, 특히 북한의 지원을 규탄한다"며 "러시아-북한 간 불법적 군사협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이 같은 입장을 담은 성명을 채택했다.
양측은 성명에서 "전면적 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복구 및 재건을 지원할 것"이라며 "러시아와 북한은 모든 관련 활동을 중단하고 유엔 헌장과 안보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북한은 조속히 NPT 비핵보유국으로서의 의무와 IAEA 포괄적 안전조치 협정을 준수하고 추가의정서를 발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한은 결코 NPT 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되지 않을 것이며 특별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또한 한반도 평화와 안정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북한 인권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국제기구 및 인도주의 기구의 접근을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과 대만 문제도 언급됐다. 양측은 "남중국해를 포함한 해역에서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를 지지한다"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중요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현상 변경을 위한 일방적 시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중국의 '대만 포위' 군사훈련 당시 EU가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고 비판했던 입장과 맥을 같이한다.
중동 정세와 관련해선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와 안전한 통항, 민간인 및 인프라 보호, 국제법 존중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명시했다.
경제 협력 강화도 성명에 포함됐다. 양측은 "무역·투자·공급망·디지털·첨단기술·에너지·혁신 등 전략적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할 것"이라며 "경제안보와 산업정책 협력을 위해 한-EU 고위급 경제대화 설립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자유무역협정의 전면적 이행을 기반으로 견고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고, 각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회담 전 "EU의 철강관세 쿼터 축소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새로운 무역장벽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성명에는 "양측은 GFSEC 등을 통해 글로벌 철강 과잉생산 문제를 공동 대응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또 "산업정책과 순환경제, 에너지 집약산업에 대한 CBAM 등 각자의 입법·정책에 대해 긴밀히 협의한다"고 명시됐다.
아울러 양측은 한-EU 그린 파트너십을 통한 에너지 전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플라스틱 오염 종식, 해양보호 강화 등 환경 분야 협력도 논의했다.
2500억원 외투 유치·디지털통상협정 서명…한-EU 경협 강화
이번 이 대통령의 유럽연합(EU) 방문을 계기로 통상·투자·디지털 분야에서 주요 협력 성과를 거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함께 '유럽지역 투자신고식'과 '유럽투자가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유럽 4개 기업이 총 1억6천500만 달러(약 2천500억 원)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를 신고했다.
독일 첨단소재 기업 오라폴은 지난해 인수한 한국 반사필름 기업 A사의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으며, 네덜란드 프로드라이브 테크놀로지스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 장비 모듈을 수입·판매하기 위한 한국 법인을 처음으로 설립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유럽 투자기업들과 미래 협력 방향을 논의하며 "한국의 첨단산업 공급망과 AI 생태계는 유럽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외국인투자 인센티브 확대와 규제 환경 개선은 물론 투자 과정에서 애로사항을 적시에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과 EU는 디지털통상협정(DTA)을 공식 체결했다.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통상·경제안보 집행위원은 양측 정상이 임석한 가운데 서명식을 진행했다.
한-EU DTA는 한국이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체결한 양자 디지털 통상협정이자, 5대 교역 상대국과 맺은 최초의 디지털 협정이다. 협정은 데이터 현지화 의무를 금지해 우리 기업이 EU 진출 시 현지 데이터센터를 추가 구축하지 않아도 되는 등 부담을 완화할 전망이다. 또한 안전한 전자상거래 환경 보장, 전자 서명·인증, 전자 송장 활용 등 디지털 교역 활성화 방안도 포함됐다.
양측은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상·투자·공급망·디지털·첨단기술·에너지·혁신을 포괄하는 최상위 경제 협력 구상인 '한-EU 경쟁력 파트너십'을 출범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FTA 무역위원회, 차세대 전략대화, 공급망 산업정책 대화 등 기존 협의 채널을 총괄·조정하는 고위급 경제대화도 신설한다.
유럽언론, 한국·EU 방산 협력 주목 'K팝부터 K2탱크까지, 한국이 유럽에서 위력 발휘'
미국의 유럽 안보 보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이 K팝·K뷰티·K무비 등 문화적 소프트파워를 넘어 방산 분야에서도 존재감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로뉴스는 1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한-EU 정상회담을 앞두고 「K팝에서 K2전차 탱크까지, 한국의 유럽 영향력을 발휘하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이 평가하며, 3년 만에 성사된 이번 회담에서 방산 협력이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자주적 안보 역량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으며, EU 역시 미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상황이어서 국방·안보 협력이 경제 협력과 함께 회담의 중심축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유로뉴스는 한반도의 특수한 안보 환경을 고려할 때 한국이 강력한 방산 산업을 갖춘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한국이 나토(NATO)의 두 번째 규모 무기 공급국이라는 점을 소개했다.
특히 미국이 유럽 안보에서 점차 발을 빼는 가운데 드러난 방위력 공백을 한국이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에 유럽 각국이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 역시 출국 전 소셜미디어에 "복합적 글로벌 위기가 중첩된 시기에 이뤄지는 순방"이라며 EU와의 안보 협력 강화와 방산 시장 확대를 모색할 뜻을 내비쳤다.
폴리티코 유럽판도 이번 회담에서 국방 협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매체는 "한국산 무기는 급속히 재무장 중인 유럽에서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특히 신속한 납기 능력을 갖춘 한국 방산업체들이 폴란드·루마니아·에스토니아·노르웨이·핀란드 등 러시아 위협에 직면한 동·북유럽 국가들의 주요 공급자로 부상했다고 짚었다.
또한 EU가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새로운 협력 파트너를 찾는 상황에서 한국은 매력적인 선택지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번 회담에서는 국방뿐 아니라 산업·과학기술 등 다방면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다.
알렉산더 리프케 유럽외교관계위원회(ECFR) 연구원은 "한국은 EU의 '위험 경감(de-risking)'을 위한 핵심 파트너"라며 "이번 회담은 경제·안보 협력을 심화할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아울러 안드리우스 쿠빌리우스 EU 집행위원이 한국의 '유럽방위연합' 참여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유럽방위연합은 유럽의 국방 체계와 방산 기반을 긴밀히 통합하려는 구상 단계의 개념으로, 영국·노르웨이·우크라이나·캐나다·튀르키예 등에도 문이 열려 있다는 설명이다. 관련 제안은 내달 초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이후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유로뉴스는 이 대통령이 대중문화의 영향력에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출국 전 글에서 "다음 달 초 BTS의 첫 벨기에 단독 콘서트를 앞둔 만큼 양국 미래 세대를 잇는 협력도 더욱 깊어질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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