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 성당 명성 뒤의 그림자…오버투어리즘에 주민 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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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 성당 명성 뒤의 그림자…오버투어리즘에 주민 원성

연합뉴스 2026-06-11 01:47: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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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난제 대형 계단·광장…"주택가 철거, 많게는 1만명 이주 필요"

"사그라다 파밀리아, 일부 주민에겐 저주"

10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가는 길목에서 교황을 기다리는 사람들 10일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가는 길목에서 교황을 기다리는 사람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바르셀로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표 명소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 성당)이 10일(현지시간) '신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이 코르네트 타계 100주기를 맞아 레오 14세 교황의 축복 속에 외관 완성을 기념했다.

그러나 화려한 기념식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짙게 깔려 있다. 성당이 '오버투어리즘'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데다, 착공 144년만의 최종 완공을 앞두고 대규모 주택가 철거 문제가 불거지면서 현지 주민들과 충돌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방문을 몇 시간 앞둔 10일 낮, 성당을 주변 거리에서 현지 경찰과 보안 인력들이 철제 펜스를 치고 행인들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먼저 차량 진입을 막고 사람들까지 막기 시작한 것이다.

통제구역 내에 있던 주민들이 건물 밖을 나서려다가 고개를 흔들며 문 안으로 돌아가는 모습, 가게 문을 미처 닫지도 못한 채 팔짱을 끼고 거리를 바라보는 상점 주인도 있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지하철역 입구에도 철제 셔터가 굳게 닫혀 있었다.

전날 만난 현지 주민 라야 씨는 교황이 방문해 대대적인 행사를 하는 데 대한 생각을 묻자마자 "난 별로 좋지 않다"고 답하며 "큰 행사가 매년 열리는 데 그럴 때면 야단법석이 난다. 어느 정도는 좋다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관광객이 너무 심하게 많다"고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2024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오버투어리즘 반대 시위대 2024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오버투어리즘 반대 시위대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바르셀로나가 속한 카탈루냐 지방의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2천10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관광객들이 지역 경제를 부흥시키기는 하지만, 현지 주민들에게는 거주할 주택이 줄어들고 임차료가 급등하며 사회 인프라를 관광객에게 빼앗기는 문제가 발생했다.

구름 인파로 조용할 새가 없고 대형 행사에 따른 교통 통제로 통행이 불편해진다. 거리에서 도시 특색은 점점 사라지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가게들만 우후죽순 들어서는 문제도 있다.

바르셀로나에는 '관광객은 집에 가라'는 피켓을 들고 관광객을 향해 물총을 쏘는 시위가 벌어진 적도 있다.

2025년 바르셀로나에서 오버투어리즘에 반대하며 물총을 쏘는 시위대 2025년 바르셀로나에서 오버투어리즘에 반대하며 물총을 쏘는 시위대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그 논란의 중심에 있다.

지난해 사그라다 파밀리아에는 490만명이 유료 입장했다. 입장하지 않고 외관만 구경하는 관광객까지 따지면 2천만명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아직 최종 준공까지는 '영광의 파사드' 완공, 세부 공사, 성당 진입을 위한 대형 계단과 광장 설치라는 과제가 남아 있는데, 그중에서도 영광의 파사드와 주변 거리를 잇는 대형 계단 설치가 최대 난제다.

가우디의 구상대로 대형 계단과 광장을 설치하려면 주변 건물 철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AP 통신과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어떤 식으로 계획을 짜느냐에 따라 최대 두 블록에 걸친 주택을 철거해야 하고 적게는 1천명, 많게는 1만명의 이주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테베 캄프스 사그라다 파밀리아 건설위원회 회장은 지난해 유로뉴스에 이런 확장 계획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5년 6월 바르셀로나에서 오버투어리즘 반대 시위에 대비해 일대를 통제하는 경찰 2025년 6월 바르셀로나에서 오버투어리즘 반대 시위에 대비해 일대를 통제하는 경찰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사그라다 파밀리아 피해 주민 단체'의 살바도르 바로소는 뉴욕타임스(NYT)에 많은 이웃이 창문에 검은 리본을 매달고 항의하기로 했다면서 '선한 기독교인'이라면 임차료 고공행진과 주택난 속에 이재민이 되는 부조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일부 주민들에게는 '저주'가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가우디가 43년간 작업하다가 타계한 이후 100년간 후대 건축가들이 작업을 이어온 이 성당이 정말 가우디의 작품인지, 가우디가 원하는 방향의 건축이 맞는지에 관한 논란과 이어진다.

성당 확장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가우디의 많은 도면과 자료가 1936년 스페인 내전 중 발생한 화재로 파손되거나 사라진 만큼 가우디가 정말로 대형 계단을 원했는지 등은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

르코르뷔지에, 호안 미로를 비롯한 건축가, 예술가, 지식인들은 1965년 이미 후대의 건축은 "가우디의 명성을 이용해 자신들의 족적을 남기려는 것"이라며 성당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냈다.

6월 3일 사그라다 파밀리아 근처에서 여가를 보내는 주민들 6월 3일 사그라다 파밀리아 근처에서 여가를 보내는 주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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