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년간 공사가 진행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 올해 마침내 외관 완성을 앞두고 있다. 1882년 첫 삽을 뜬 이 건축물은 현존하는 교회 중 가장 높은 높이를 자랑하며, 가우디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중앙 첨탑인 예수 그리스도 탑이 최근 완공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스페인 국왕 펠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가 참석하는 가우디 추모 미사 및 축복식이 6일부터 12일까지 이어지는 교황 방문의 핵심 행사로 마련됐다.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의 수장을 맞이한 스페인 전역이 뜨거운 환영 열기에 휩싸였다. 베네딕토 16세가 2011년 방문한 이후 무려 15년 만에 성사된 교황의 스페인 순방이기 때문이다.
마드리드 시벨레스 광장에서 7일 거행된 야외 미사에는 150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역대 교황 최초로 스페인 의회 연단에 선 것도 이번 방문에서였는데, 8일 이루어진 연설에서 그는 세계적 양극화 심화와 군비 경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평화와 인내의 가치, 소외 계층을 향한 연대가 반복적으로 강조됐다.
미국 국적을 가진 사상 첫 교황인 레오 14세는 반전 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며 이란과 군사적 충돌을 벌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순방 마지막 목적지는 아프리카발 이주민들이 유럽으로 향하는 관문인 카나리아제도로 정해졌는데, 이민자 차별 반대 메시지 역시 현 미국 행정부 정책과 정면 충돌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동 분쟁에 대해 유럽에서 가장 비판적 목소리를 내온 산체스 중도좌파 정부가 비교적 개방적 이민 정책을 추진해왔으나, 스페인에서도 우파 부상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9일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면서 카탈루냐 일정이 본격 시작됐다. 오후 시간대에는 바르셀로나 대성당 미사가 집전됐고, 밤에는 몬주익 언덕 류이스 쿰파니스 올림픽경기장으로 4만 명의 청년들이 모여 철야 기도에 동참했다.
스페인어와 함께 카탈루냐어를 구사한 교황에게 청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애초 교황청은 방문 기간 내 스페인어만 사용할 것이라 발표했다가 비난 여론에 직면해 방침을 수정한 바 있다. 페루에서 오랜 선교 활동을 펼쳐 스페인어에 유창한 교황이지만, 스페인 최고 부유층 지역이자 분리독립 열망이 거센 카탈루냐에서 고유 언어 보존은 민감한 사안이다.
청년들이 털어놓은 우울증, 가정 내 폭력 등 삶의 고통에 교황은 "하느님께서 우리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신다"는 위로로 화답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나 청년층에 만연한 우울증을 사회가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고 그는 역설했으며, 여성 대상 폭력의 심각성도 경고했다. 아울러 "무엇을 변화시키고 어떻게 새로워질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 어떤 사회를 건설할지 스스로 물으라"고 청년들에게 주문했다.
10일 오전 일정으로는 칸 브리안스 교도소가 택해졌다. 스페인 교정시설을 교황이 방문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재소자들 앞에서 그는 "과거가 미래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전했다.
이후 바르셀로나 인근 명소인 몬세라트 수도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지난해 설립 천 년을 맞은 이 수도원 성당 안팎으로 약 7천 명이 운집했다. 발코니 앞 신자들은 바티칸 국기와 카탈루냐 깃발을 함께 흔들며 열렬히 환호했다.
카탈루냐어와 스페인어를 병용한 강론에서 교황은 성모마리아에게 간구했다. "상처 주는 말과 섣부른 판단, 험담과 비방을 멀리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청했으며, "가정과 친구 사이, 직장과 SNS, 정치 논쟁 그리고 그리스도교 공동체 안에서 증오가 희망과 평화로 전환되도록 사랑을 배우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교황 일행은 바르셀로나로 복귀해 산트 아구스티 성당을 거친 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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