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오늘] “신변보호 소용없었다”…배관 타고 6층 오른 스토킹 살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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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오늘] “신변보호 소용없었다”…배관 타고 6층 오른 스토킹 살해범

이데일리 2026-06-11 00:00: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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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지난해 6월 11일 경찰은 살인 혐의로 40대 남성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스토킹 범행으로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을 흉기로 살해한 남성이 도주한 것이었다. 피해자 안전 조치에도 스토킹 피해 여성이 숨지기까지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 침입해 스토킹하던 50대 여성을 흉기로 살해하고 도주한 윤정우가 지난해 6월 16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사진=뉴스1)


◇미리 외벽 구조 파악…범행 나흘 만에 체포

사건이 발생한 날은 같은 달 10일이었다. 이날 오전 3시 30분께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6층에서는 50대 여성 A씨가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됐다. 심정지 상태였던 A씨는 가족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1시간여 만에 숨졌다.

범인은 경찰이 이미 주시하고 있던 40대 남성 윤정우였다. 그는 한 달여 전부터 A씨를 스토킹하거나 흉기로 협박해 경찰에 입건된 상황이었다. 경찰은 한 차례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며 윤씨는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이 A씨 집 앞에 안면인식용 인공지능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했음에도 윤씨는 피해자 집에 찾아가 범행했다. 복면과 장갑을 착용한 채 가스 배관을 타고 올라 6층 A씨의 자택에 침입한 것이었다.

윤씨는 곧바로 경찰에 붙잡히지도 않았다. 그는 지인 명의 차량을 이용해 세종시 부강면 일대 야산으로 달아났고 택시를 타고 부친의 산소로 향했다. 폐쇄회로(CCTV)에는 윤씨가 산소로 가는 모습이 촬영된 게 마지막 행적이었다. 당시 윤씨가 카드나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고 수일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며 도주 기간은 길어지기만 했다.

윤씨가 검거된 것은 그가 달아난 지 나흘 만이었다. 공중전화로 지인에게 연락한 것을 포착, 경찰이 그가 도착할 장소에서 잠복하던 중 체포한 것이었다.

검거 후 윤씨는 “숨어 지내다 심신이 지쳐 모든 것을 정리하기 위해 전날 산에서 내려왔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 조사에서는 피해자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수사 결과 윤씨는 사전에 침입 경로를 파악하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외벽 사진을 촬영해 구조를 확인했고 사건 당일에는 얼굴을 가리고 배관을 이용해 올라간 것이었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경찰이 지난해 6월 19일 공개한 윤정우. (사진=대구경찰청)


◇法 “공권력 탓하기만, 잘못 뉘우치는지 의문”

검찰은 윤씨가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 점,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법정 최고형이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씨 측은 우발적 살인 등을 주장하며 범행을 일부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징역 40년을 선고한 1심 재판부는 “윤씨는 경찰이 실적을 쌓는 데 급급했다는 등의 공권력을 탓하는 태도를 보였고 자기 잘못을 뉘우치는지에 대한 강한 의문이 든다”며 “피해자는 자신의 소중한 공간이었을 주거지에서 공포와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했다”고 판시했다.

이에 불복한 윤씨는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범행이 계획적이며 극도로 잔인하고 유족에게 용서받지 못한 점 등에 비춰 원심에서 형량을 충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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