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절 블랙박스 풀렸다···RNA 치료제 개발 속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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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조절 블랙박스 풀렸다···RNA 치료제 개발 속도 기대

이뉴스투데이 2026-06-11 00:00:00 신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RNA 치료제 개발에서 핵심 난제로 꼽혀온 ‘유전자 조절 단백질의 작동 원리’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특정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하는 RNA 치료제를 더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기초 원리가 확인되면서, 대사질환과 알츠하이머 등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RNA 연구단 김빛내리 단장과 서울대 생명과학부 노성훈 교수 공동 연구팀이 유전자 발현 조절 단백질인 ‘아고넛’의 활성화 과정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11일 0시 게재됐다.

아고넛은 세포 안에서 필요 없는 유전자 정보를 찾아 제거하는 단백질이다. 마이크로 RNA(miRNA)와 결합한 뒤 표적 전령 RNA(mRNA)를 찾아 분해하며, 이를 통해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한다. RNA 치료제는 이 같은 원리를 이용해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활동을 선택적으로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동안 miRNA가 아고넛과 결합해 실제 유전자 조절 기능을 갖추는 과정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RNA 치료제 설계 과정에서도 어떤 구조와 특성을 가진 RNA가 아고넛에 안정적으로 결합하는지 예측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아고넛이 활성화되는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샤페론 단백질과 결합한 아고넛 복합체를 분리·정제했다. 샤페론은 다른 단백질이 정상적인 3차원 구조를 갖추도록 돕는 단백질이다. 연구팀은 초저온 전자현미경 기술을 활용해 이 복합체의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분석했다.

분석 결과 샤페론은 아고넛을 열린 형태로 붙잡아 miRNA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 이 공간에 miRNA가 결합하면 샤페론은 떨어져 나가고, 아고넛은 유전자 조절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닫힌 구조로 완성됐다.

시험관 안에서 이 과정을 재현해 작동 원리도 검증했다. 완성된 아고넛 복합체는 표적 mRNA를 정확히 잘라내는 기능을 수행했다. 특히 세포 안에 존재하는 원래 형태인 이중가닥 miRNA가 있을 때만 아고넛이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miRNA가 없거나 단일가닥 형태일 때는 정상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번 연구는 miRNA의 역할을 새롭게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기존에는 miRNA가 아고넛에 유전자 조절 정보를 전달하는 분자로 주로 이해됐다. 그러나 연구팀은 miRNA가 아고넛의 올바른 구조 형성에도 직접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아고넛에 효율적으로 탑재되는 RNA의 조건도 분석했다. RNA의 화학적 특성, 이중나선 구조, 20~24개 염기의 길이 등이 아고넛 결합에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현재 임상에서 쓰이는 siRNA 치료제의 화학 잔기가 아고넛 조립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규명했다.

siRNA는 특정 유전자의 활동을 선택적으로 차단해 질병 원인 단백질 생성을 억제하는 인공 RNA다. 최근 차세대 신약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체내 안정성과 표적 선택성, 부작용 최소화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이번 연구 결과는 siRNA 치료제의 구조와 화학적 설계를 개선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빛내리 IBS RNA 연구단장은 “그동안 시행착오에 의존하던 RNA 치료제 설계에 분자적·이론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라며 “이를 이용해 향후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siRNA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노성훈 서울대 교수는 “이미 완성된 구조가 아니라 단백질이 기능을 갖춰 가는 과정을 직접 관찰한 데 의미가 크다”며 “단백질 조립 원리를 규명함으로써 생물 현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성수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실장은 “이번 연구 성과는 생명에 대한 이해와 치료의 폭을 넓혀갈 기초과학 연구의 결실”이라며 “원천 지식이 국가 경쟁력의 토대가 되는 만큼 연구자들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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