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가운데 섬식정류장이 들어서 있는 제주시 서광로 일대.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제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존폐 갈림길에 섰다. 위성곤 제주지사 당선인은 선거 기간 제주형 BRT의 핵심인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폐지까지 염두에 두는 발언을 했다.
민선 8기 도정이 추진한 제주형 BRT는 지하철처럼 문이 양쪽으로 열리는 양문형버스가 도로 한 가운데 마치 섬처럼 조성된 섬식정류장에서 승객을 승하차하는 것으로 전국 최초로 시행됐다. 양문형버스는 버스 전용 중앙차로로 운행한다.
오른쪽에만 출입문을 둔 기존 버스가 승객을 승하차하려면 기본적으로 도로 양방향에 각각 1개씩, 총 2개 차로 쪽에 설치된 '상대식 정류장'에 세워야하지만, 양문형버스는 왼쪽으로도 문이 열리기 때문에 이 버스가 정차하는 섬식정류장은 1개 차로만 점유한다.
또 상대식 정류장을 설치하려면 승객 대기 공간 확보 때문에 사람이 다니는 인도 폭을 축소해야 하지만, 섬식정류장은 인도를 대부분 유지하면서 시설할 수 있다. 상대식 정류장 두 개를 섬식정류장 하나가 대체하는 효과를 갖고 있어 공사비도 적게 든다.
서광로 3.1㎞ 구간(신제주 입구 교차로~광양사거리)에 제주형 BRT를 도입하며 투입한 순수 토목공사비는 71억원으로, 아라동 일원 버스 중앙차로 조성에 소요된 82억원보다 10% 가량 적다.
그러나 제주형 BRT는 이런 장점에도 여러 민원과 문제를 낳았다. 인도를 유지하는 대신, 기존 차로를 점유하는 방식으로 섬식정류장을 설치하다보니 일반 차량 차로 폭은 예전에 비해 감소해 운전자들 불만이 속출했다. 또 유턴 구간 폐쇄, 일부 구간의 S자 형태 차로 등으로 인한 혼선도 빚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양문형버스로 전부 전환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주형 BRT가 성급히 도입됐다는 것이다.
양문형이 아닌 일반 버스들은 여전히 상대식 정류장에 세울수 밖에 없어 서광로 구간 왕복 6차로 중 4개 차로를 버스에 내주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는 일반 운전자의 서광로 기피 현상과 서광로 인근 도로에는 차량 통행량이 역으로 증가하는 풍선효과를 불렀다. 서광로 구간에서 버스 이동 속도가 과거보다 42% 향상됐음에도, 위 당선인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는 이런 문제를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
위 당선인은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도민이 불편하면 개선해야 한다. 섬식정류장과 양문형버스는 폐지가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신 위 당선인은 도심 직행 급행버스, 마을형 순환버스, 지역 책임 택시 운영제를 시행해 거주 지역과 상관없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이동 기본권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다.
문제는 섬식정류장 등을 폐지하면 또다시 진통이 뒤따른다는 점이다. 이미 조성된 섬식정류장을 존치할지, 철거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예산 낭비 논란을 부를 수 있고, 국가로부터 확보한 예산도 반납해야 한다. 민선 8기 도정은 동광로 2.1㎞ 구간에도 제주형 BRT를 도입하기 위해 예산 60여억원을 편성한 상태다. 제주형 BRT는 도와 정부가 절반씩 사업비를 부담하는 구조다.
도 관계자는 "내구연한이 도래한 기존 버스들을 양문형버스로 교체한 것이고, 상대식 정류장을 오가는데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정책을 폐지한다고해서 해당 버스의 효용가치마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확보한 국비는 반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버스 이동속도는 분명히 향상됐고, 초기 발생한 불편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이런 점들을 위 당선인에게 잘 설명하겠다"고 했다.
■기사제보
▷카카오톡 : '한라일보' 또는 '한라일보 뉴스'를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 064-750-2200 ▷문자 : 010-3337-2531 ▷이메일 : hl@ihalla.com
▶한라일보 유튜브 구독 바로가기
Copyright ⓒ 한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