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와 국내 신고 가상자산사업자들이 처음으로 실시한 합동 조사에서 불법 가상자산취급업자 12곳이 적발됐다. 적발된 업체들은 제도권 밖에서 영업하며 최대 10%에 달하는 고율 수수료를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평균 수수료의 최대 62배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가 텔레그램과 자체 홈페이지 등을 활용해 국내 이용자를 끌어모으며 사실상 음성적인 거래 시장을 형성해 온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닥사는 지난 2월부터 약 3개월간 국내 신고 가상자산사업자들과 공동으로 불법 영업 행위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 조사 대상은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하지 않은 채 영업한 장외거래소와 국내 이용자를 상대로 서비스를 제공한 정황이 있는 해외 거래소였다.
조사 결과 불법 장외거래소 8곳과 미신고 해외 거래소 4곳 등 총 12곳이 적발됐다. 닥사는 이들 업체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신고 수리를 마친 가상자산사업자들이 협력해 불법 영업 행위를 추적하고 수사기관에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텔레그램 앞세워 영업…제도권 밖 고율 수수료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업체들은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 국내 이용자를 상대로 거래를 중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업체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운영하며 원화 환전과 가상자산 매매를 알선했고, 일부는 한국어 홈페이지를 구축해 사실상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영업했다. 원화 결제를 지원하는 해외 거래소도 적발 대상에 포함됐다. 금융당국의 감독과 심사를 받지 않으면서도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거래 서비스를 제공해 온 셈이다.
특히 수수료 수준은 제도권 거래소와 큰 차이를 보였다. 닥사에 따르면 적발된 불법 장외거래소의 매매 대행 수수료는 최소 1.5%에서 최대 10%에 달했다.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평균 수수료가 약 0.16%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 10배에서 최대 6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일부 이용자들이 이러한 거래를 이용한 것은 신속한 환전이나 익명성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높은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이용자 보호 장치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 개인정보 요구 정황도…자금세탁 우려 제기
문제는 높은 수수료에만 그치지 않았다. 조사 과정에서는 일부 업체가 거래 과정에서 주민등록증과 통장 사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요구한 사실도 확인됐다. 정식 신고 사업자가 아닌 상태에서 본인 확인을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거래 구조가 범죄 자금의 유통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이다. 닥사는 제도권 거래소보다 훨씬 높은 수수료를 부담하면서도 불법 장외거래소를 이용하는 수요가 마약이나 불법 도박 자금의 환전 수요와 연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신고 해외 거래소 역시 자금세탁방지(AML) 체계와 이용자 보호 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 영업을 이어간 정황이 확인됐다. 거래 과정의 투명성이 떨어지는 만큼 시세 조종이나 불공정 거래에 노출될 위험도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다.
▲ 음지 거래 정조준…단속 본격화 신호탄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가상자산 시장 내 음성 거래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르면 FIU에 신고하지 않고 영업 목적으로 가상자산사업을 운영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동안 불법 장외거래나 미신고 해외 거래소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단속은 개별 기관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닥사와 신고 사업자들이 직접 협력해 불법 영업 정황을 추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자산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제도권 거래소에 대한 감독은 강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장외거래와 해외 플랫폼을 중심으로 한 사각지대는 남아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미신고 사업자와 음성 거래 시장을 겨냥한 점검과 단속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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