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글보글 끓는 맑은 국물과 하얀 생선 살, 미나리가 어우러진 뚝배기 한 한 그릇. 한국인에게는 평범한 해장 음식이 외신 기자의 눈에는 공포와 경이로움이 교차하는 대상으로 비쳤다. 미국 CNN 방송이 한국 부산의 향토 음식이자 고유한 식문화인 복 요리를 집중 조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국그릇에서 독 제거하기'라는 기획 보도를 통해, 치명적인 복 요리가 어떻게 안전하고 훌륭한 성찬으로 거듭나는지 전 세계에 전했다.
외국의 시선에서 복어는 두려움의 대상이지만, 숙련된 손길을 거치면 그 어떤 생선보다 안전하고 깊은 맛을 내는 별미가 된다. 한국 전역에서 복어탕 소비가 많지만 특히 바다를 낀 도시 부산이 중심지로 꼽힌다. 부산의 노포 식당들이 세계적인 식당 평가서인 '미쉐린 가이드 부산' 편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식초 한 방울이 만드는 단백질 응고…부산식 복국 섭취법
부산 복국에는 현지인들 사이에서 구전되는 과학적인 식사법이 존재한다. 바로 끓어오르는 뜨거운 국물에 식초를 한두 방울 떨어뜨려 먹는 방식이다. 이는 새콤한 맛을 더하려는 개인 취향의 영역이 아니다.
식초 속 아세트산 성분은 복어 살에 함유된 단백질을 순간적으로 단단하게 만드는 성질을 지녔다. 이 성질 덕분에 부드러운 생선 살이 한층 더 쫄깃하게 변한다. 동시에 국물 자체의 감칠맛을 몇 배 이상 끌어올리고,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미량의 독소나 생선 특유의 비린내까지 말끔하게 지워낸다.
숨이 죽은 숙주나물과 미나리를 따로 건져내는 것도 부산식 복국을 즐기는 공식이다. 건져낸 채소를 식당에서 제공하는 양념 고추장에 부드러운 복어 살코기와 함께 비벼 먹으면, 시원한 국물 요리와 매콤한 무침 요리를 한 상에서 동시에 맛보는 영리한 식사법이 완성된다.
뛰어난 가성비로 글로벌 여행객 매료
부산의 복어 전문점들은 뛰어난 가성비로 글로벌 여행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숙주나물과 무, 미나리 등 신선한 채소가 들어간 맑은 국물을 중심으로 바삭하게 튀겨낸 복어 튀김과 정갈한 반찬이 포함된 점심 세트 메뉴를 2만 원이 안 되는 가격에 차려낸다.
음식에 들어가는 채소들의 조합도 훌륭하다. 숙주나물과 복어를 함께 끓이면 국물이 개운해져 숙취 해소에 도움을 준다. 미나리 성분은 복어 고유의 풍미를 돋우고 속을 편안하게 가라앉혀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성 가득한 한 상 차림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면서, 수도권을 벗어나 부산처럼 고유한 지역 색채를 지닌 로컬 도시를 찾아 진짜 한국의 맛을 탐험하려는 외국인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청산가리 1200배 신경독 차단하는 국가 면허와 양식 기술
외신이 감탄한 깊은 맛의 중심에는 법적 안전장치가 자리한다. 복어가 품은 독성은 생명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이다. 난소와 간, 내장, 피부 등에 분포한 테트로도톡신은 단 1mg만으로도 성인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강력한 독소다. 이 성분은 불에 끓이거나 구워도 파괴되지 않는 강한 성질을 지녀 일반적인 조리법으로는 없앨 수 없다.
이에 한국 정부는 까다로운 국가 자격시험을 통과하고 공인 면허를 취득한 전문 조리사만 복어를 다루도록 제한한다. 눈과 내장, 뼈를 분리하고 미량의 독소가 포함된 혈액까지 흐르는 물에 완벽히 씻어내는 정밀한 가공 과정은 필수적이다.
여기에 양식 기술의 발달로 안전성은 더욱 두터워졌다. 통제된 환경에서 독성을 생성하지 않는 사료를 먹여 키운 '무독성 양식 복어'가 대중화되었기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독소 유입을 차단한 양식 복어는 체내에 독이 쌓이지 않는다. 현재 부산 식당에 유통되는 복어의 상당수가 안전한 양식산이어서 독성 사고 위험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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