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농어촌 기본소득의 상설화와 지급액 확대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역소멸 대응 정책으로서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지난 9일(현지시각) 유럽 순방 중인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과 관련한 의견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이후 충북 옥천군의 인구가 증가세로 전환됐다는 취지의 게시물을 공유하며 정책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농어촌 기본소득을 2년 한시 사업으로 도입했는데도 이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며 "영구적으로 도입하고 금액을 상향하면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에게 "여러분의 의견도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한 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6.6.10/뉴스1
이 대통령은 재원 마련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규모를 거론하며 "결국 의지와 정책 결단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 활성화에 따라 농어촌특별세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새로운 재원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농어촌특별세를 기존의 기반시설 사업뿐 아니라 주민 지원 정책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다.
또한 농어촌 기본소득이 단순한 현금 지원 정책이 아니라 지역 균형발전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기본소득을 지속사업으로 전환하고 지급액을 높일 경우 농어촌 활성화, 귀농·귀촌 확대, 지역소멸 방지, 수도권 집중 완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고령층의 생활 안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심화되는 지방 인구 감소 문제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청년층 유출이 지속되면서 학교 폐교, 상권 축소, 의료·복지 서비스 약화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과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상당수 군 지역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인구 유입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어촌 기본소득도 그 대안 가운데 하나로 거론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특정 직업군이 아닌 지역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 형태의 정책이다. 흔히 농민수당과 혼동되지만 대상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농민수당은 농업경영체 등록 농민 등 실제 농업 종사자를 중심으로 지급된다. 반면 농어촌 기본소득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라면 직업과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지급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어촌기본소득 입법 촉구 500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농어촌 기본소득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농어촌기본소득 법안은 농어촌 읍·면 지역에 1년 이상 거주한 모든 주민에게 월 30만원(연 360만원) 수준의 기본소득을 단계적으로 확대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25.9.12/뉴스1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경기도 의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다. 경기도는 2022년부터 일부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사업을 실시해 왔다. 대표적으로 연천군 청산면 과 가평군 북면 등이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일정한 거주 요건을 충족할 경우 기본소득을 지급받았다.
지급 대상은 해당 지역에 주민등록을 두고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이다. 사업 시행 당시 경기도는 일정 기간 이상 거주 요건을 충족한 주민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또한 영주권자나 결혼이민자 등 일부 외국인도 요건을 충족하면 지급 대상에 포함됐다. 다만 세부 기준은 사업 지역과 시행 시기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었다.
지급 금액은 월 15만 원 수준이었다. 주민들은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 형태로 지급받았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인당 180만 원 정도를 지원받은 셈이다. 지급된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 내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지역 내 소비를 유도하고 소상공인 매출 증가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27일 오전 충남 청양군 청양읍 행정복지센터에서 한 주민이 농어촌 기본소득 지급 신청을 하고 있다. 2026.2.27/뉴스1
이 대통령이 이번에 언급한 "15만 원에서 그 이상으로 높이면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발언도 이러한 시범사업 지급 수준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현재 정부 차원의 전국 농어촌 기본소득 제도는 시행되고 있지 않다. 일부 지방정부가 제한적인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전국 확대를 위해서는 별도의 법률 제정과 재원 확보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어촌 기본소득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찬성 측은 주민들의 소비 여력을 높여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인구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 일부 시범사업 지역에서는 소비 증가와 공동체 활동 확대 등의 변화가 관찰됐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반대 측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장기적인 재정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시범사업 결과를 보다 장기간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인 인구 증가나 소비 확대가 실제 정주 인구 증가와 지역경제 회복으로 이어지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전국 단위 시행 시 예상되는 예산 규모와 재원 조달 방식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향후 정부와 국회가 어떤 방향으로 논의를 이어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