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고령층 대상 소액 대출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연금 고객 확보 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50만원 안팎의 생활비 대출 상품이지만, 금융권에서는 이를 단순한 대출 경쟁이 아닌 고령 고객의 주거래 금융사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일 기초연금 수급 고객을 대상으로 연 0.1% 금리의 '신한 기초연금 비상금대출'을 출시했다. 신한은행 계좌로 기초연금을 받는 고객이 대상이며, 한도는 50만원, 대출 기간은 3년이다. 사용한 금액만큼 이자를 내는 마이너스통장 방식이다.
하나은행도 앞서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군인연금의 4대 공적연금 수령 고객 대상 '연금 생활비 대출'을 출시했다. 이 상품 역시 50만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 방식이며 금리는 연 1% 고정금리다.
두 상품의 공통점은 큰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은행이 이자 수익을 얻기 위해 내놓은 일반 대출 상품과는 성격이 다르다.
고령층 고객은 은퇴 이후 소득이 줄어들면서 일반 신용대출 접근성이 낮아지는 반면, 병원비·생활비 등 갑작스러운 소액 자금 수요는 계속 발생한다. 은행들은 이 틈새를 겨냥해 부담이 낮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 접점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핵심은 '50만원 대출' 자체가 아니라 '연금이 들어오는 계좌'다. 연금 수령 계좌를 확보하면 은행은 향후 예금, 카드, 보험, 신탁, 자산관리 등 다른 금융 상품으로 연결할 수 있다. 특히 고령층은 은퇴 이후 금융 관계가 한 번 형성되면 주거래 은행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이 있어 장기 고객 확보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과거 은행권 경쟁은 급여통장을 확보하는 데 집중됐다. 월급이 들어오는 직장인을 잡으면 대출·카드·예적금 등 다양한 금융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구 구조가 바뀌면서 은행들의 고객 확보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은행 입장에서는 앞으로 경제활동인구보다 은퇴 이후 금융 생활을 하는 고령층 고객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다.
특히 고령층 금융 수요는 단순 생활비 대출에 그치지 않는다. 은퇴 자산 관리, 연금 운용, 간병·건강 관련 금융, 상속·증여 서비스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시니어 금융 경쟁은 고객의 은퇴 이후 금융 파트너 자리를 두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령 고객은 금융 거래 규모가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자산관리와 연계된 수요가 큰 고객군"이라며 "은행마다 고객의 연금 수령 단계부터 금융 관계를 형성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호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Copyright ⓒ 비즈니스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