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 생산량 감소해 가격 폭등…중동전으로 운송 차질 겹쳐
(서울=연합뉴스) 유창엽 기자 = 인도 동부 비하르주에 사는 은행원 쿠마르 아지트(52)는 백금 기반 항암제인 시스플라틴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간암에 걸린 칠순 노모 치료에 필요한 시스플라틴을 확보하느라 최근 1주일 동안 약국 10여곳에 전화를 걸어야 했다.
마침내 수도 뉴델리의 한 약국에서 원하는 분량만큼은 아니지만 소량의 항암제 구입에 성공한 아지트는 지난 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다음 복용량을 어떻게 구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그의 이런 고충은 인도에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백금 기반 항암제 품귀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국가로부터 백금을 수입해 복제 항암제를 만든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수출국의 생산량 감소 등으로 백금 가격이 급등한 데다 중동전쟁의 여파로 선박을 통한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백금 1그램당 가격은 2천루피(약 3만2천원)에서 5천루피(약 8만원)로 뛰었다고 한 인도 제약업체 대표는 말했다.
공기와 물에 노출돼도 녹슬지 않고 녹는점이 높은 백금은 전세계 연간 생산량이 금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적어 매우 희귀하다.
라지브 싱할 전인도약사협회 사무총장은 "최근 두 달간 백금 기반 항암제 공급이 차질을 빚었는데 최근 2주 동안은 상황이 더 심해졌다"면서 "약품 유통업체들은 우리에게 전화를 걸어 항암제를 구할 수 없다고 불평했다"고 말했다.
항암제는 시플라 등 복제약 제약사들이 생산하고 있다고 싱할은 덧붙였다.
인도 남부 기술기업 허브 하이데라바드에 있는 약품 유통업체 대표 바반 쿠마르는 "시스플라틴을 구해달라는 암 환자들의 전화를 매일 10통가량 받는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인도의 암 환자 가운데 최소 25%가 백금 기반 항암제를 처방받는 것으로 추정했다.
인도 남부 케랄라주의 한 병원에 소속된 암 연구자인 민투 아브라함은 "백금 기반 항암제가 암 치료에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며 "그게 없으면 암 치료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도 제약업체들은 백금 가격 급등으로 항암제 생산 비용이 크게 늘었음에도 정부가 묶어놓은 약품가격 한도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도 없다.
업체들은 한도를 약 50% 올려줄 것을 정부에 요구해왔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업체들은 항암제 생산량을 줄이거나 잠정 중단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제약 담당 부처는 이와 관련한 코멘트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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