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 거주하는 미얀마 출신 피란민 5천500여 명이 합법적 노동 기회를 확보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엔난민기구(UNHCR)는 10일(현지시간) 태국 정부의 난민 고용 허용 정책 시행 이후 이 같은 성과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라우프 마주 UNHCR 부대표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태국의 접근법이 동남아시아 지역 난민 문제 해결의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현지에서 이 방식이 성공한다면 주변국 전체로 파급력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적 테두리 안에서 정부 관리·감독을 받으며 피란민들이 주재국 경제 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는 구조를 태국이 제시했다는 점에서, 로힝야족 등 대규모 난민을 품고 있는 방글라데시와 말레이시아도 참고할 만한 선례가 됐다는 분석이다.
태국 당국은 지난해 8월 미얀마 접경 지역 9개 수용시설에 머무는 피란민들에게 자국 내 근로를 공식 승인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1980년대 미얀마 내전 발발 이래 전화를 피해 국경을 넘어온 피란민 수는 현재 약 8만 명에 달한다.
태국 정부 측은 오랜 기간 인도적 차원의 원조를 지속해왔으나 국제기구와 민간단체의 재정 기여가 감소하면서 자체 부담이 가중됐다고 설명했다. 피란민 자활을 유도해 재정 압박을 완화하는 동시에 국내 인력난 해소, 경제 활성화, 인권 신장이라는 복합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고용주들과 공조 체계를 구축해 난민 노동자에게 법적 보호와 의료보험, 최저임금이 보장되도록 했다. 은행 계좌 개설과 휴대전화 가입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 접근권도 함께 열어줬다.
UNHCR은 현 추이가 이어질 경우 향후 12개월간 1만∼2만 명이 추가로 직장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실질적 고용 성사 여부는 행정 처리 속도와 일자리 접근 용이성에 좌우된다고 덧붙였다.
마주 부대표는 이번 정책이 피란민을 태국 공식 경제 체계에 편입시키는 핵심 기제라고 역설했다. 그는 "자립 역량을 기르면 고국 귀환 후 사회 구성원으로 적응하거나, 제3국 정착 또는 현지 통합 과정에서도 큰 자산이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수십 년간 수용시설에서 배급에 의존해온 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녹아드는 과정은 순탄치 않으며, 이동 자유 역시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지적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초 국제개발처(USAID) 폐쇄와 대외 원조 대폭 축소를 결정한 이후 동남아 각지에서 인도주의 프로그램이 사라지거나 위축된 점도 난민 지원 환경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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