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바이오 대기업이 손잡고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에 본격 나서면서, 이번에 선발된 기업들의 기술력에도 관심이 쏠린다. 얼핏 어려워 보이는 바이오 기술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주사를 알약으로 바꾸고', '동물실험 없이 신약을 개발하며', '환자 몸에 꼭 맞는 약을 미리 찾는' 혁신 기업들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셀트리온 4기에 선정된 엔바이오셀이다. 최근 전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을 흔들고 있는 GLP-1 계열 치료제를 '먹는 약'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현재 비만·당뇨 치료제 상당수는 주사 형태다. 효과는 뛰어나지만 주기적인 자가주사 부담이 크다.
엔바이오셀은 위산과 소화효소를 견디며 체내 흡수율을 높이는 독자 기술을 통해 '주사 대신 알약'이라는 난제를 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성공할 경우 환자의 복약 편의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 글로벌 시장의 관심도 높다.
에이인비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신약 후보 물질을 설계하는 기업이다. 기존 신약 개발은 수년간 반복 실험을 통해 후보 물질을 찾아야 하는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질병 단백질과 가장 잘 결합하는 항체 구조를 먼저 예측한다. 쉽게 말해 '될 만한 약부터 골라내는 AI'인 셈이다. 신약 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미타사이언스는 '동물실험 없는 신약 개발'이라는 미래 바이오의 방향을 보여주는 기업이다. 실제 인간 장기 환경을 모사한 '장기칩(Organ-on-a-chip)' 기술을 통해 약효와 독성을 미리 검증한다. 쥐나 원숭이 같은 실험동물 대신 인간 세포 기반 환경에서 데이터를 얻어 임상 성공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도 윤리와 비용 문제 때문에 관련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름부터 생소한 포도테라퓨틱스는 '오가노이드(미니 장기)' 기술을 앞세운다. 환자 조직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배양해 실제 장기와 유사한 작은 장기를 실험실에서 구현하는 기술이다. 같은 암 환자라도 약효는 천차만별인데, 이 기술은 환자 몸속에 약을 투여하기 전에 '어떤 약이 가장 잘 듣는지'를 미리 시험해 볼 수 있다. 맞춤형 정밀의료 시대를 여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대원제약이 선택한 기업들도 흥미롭다. 옴니아메드는 암 조직이나 염증 부위에서 많이 발생하는 특정 물질을 감지할 때만 약물을 방출하는 '스마트 약물전달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항암 치료의 대표적 부작용인 탈모와 구토를 줄이면서 병변에만 약효를 집중시키는 것이 목표다.
큐리오사바이오사이언스는 약효가 체내에서 오랫동안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돕는 플랫폼 기술을 보유했다. 한 번 맞으면 오랫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주사제, 또는 주사 대신 먹는 약으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환자의 투약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상업화 가능성도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선정 기업들을 두고 기존 바이오 산업의 한계를 넘어서는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시는 셀트리온·대원제약과 함께 향후 1년간 공동연구와 사업화 검증을 지원한다. 단순 창업 지원을 넘어 대기업 연구역량과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결합해 글로벌 바이오 유니콘을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이수연 서울시 경제실장은 "서울바이오허브의 오픈이노베이션은 스타트업에게는 글로벌 앵커기업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전수받는 사다리가 되고 대기업에게는 혁신 기술을 확보하는 상생의 장"이라며 "이번 선정된 스타트업들이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 시장을 선도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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