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하도급 업체에 계약서를 늑장 발급한 혐의로 삼성중공업에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다. 삼성중공업은 법적 제재를 대신해 총 113억원 규모의 상생안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삼성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동의의결 신청에 대해 해당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피해 구제와 거래질서 개선을 위한 시정안을 제출하고, 공정위가 이해관계인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이를 적정하다고 판단하면 위법 여부를 확정하지 않고 사건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제도다. 민·형사 사건에서 ‘합의’와 유사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동의의결 절차는 사업자의 신청을 시작으로 진행된다. 공정위는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한 뒤 잠정 동의의결안을 작성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동의의결안을 상정한다. 이후 심의·확정을 통해 동의의결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앞서 공정위는 삼성중공업이 사내 협력사에 선체 구조물 탑재를 위해 필요한 선박 임가공 작업을 위탁하면서 작업 시작 이후에 서면 계약서를 발급한 행위에 대해 조사해 왔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하도급법)에는 계약 공사를 시작하기 전 서면을 발급토록 규정돼 있다.
삼성중공업은 법적 공방을 이어가기보다 수급사업자와의 거래 관계을 개선하고 상생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공정위에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시정 방안으로 계약 시스템 개선과 표준 하도급계약서 전면 도입, 임직원·협력사 대상 교육 확대, 원·하청 간 상설 협의체 구성 등이 포함됐다.
또 동반 지원금을 연간 30억5천만원 수준으로 늘리고, 연간 52억5천만원 규모의 명절 귀향비와 휴가비 지원 제도도 새로 마련키로 했다.
아울러 숙련 기술자가 160만원을 적립하면 최대 8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20억원 상당의 희망 공제 사업을 추진하고, 자녀 학자금 등을 지원하는 공동근로복지기금도 기존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통상적으로 서면 지연 발급 행위에 부과되는 과징금 규모가 4천만원에서 2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중공업의 자진 시정방안은 이를 크게 웃도는 수준의 피해 구제책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삼성중공업이 9년 만에 매출 10조원대를 회복하고 12년 만의 최대 영업이익(8천622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 개선을 이룬 점이 이번 상생 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역시 삼성중공업이 제출한 시정 방안이 동의의결 절차 개시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잠정 동의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수급사업자와 적절한 상생 효과를 담은 지원 방안도 함께 반영토록 권고했다.
하도급법 제3조상 서면 발급 및 서류 보존 의무 위반 혐의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가 개시된 사례는 이번이 두 번째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엔터테인먼트 5개 기업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삼성중공업과 함께 시정 방안을 구체화해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하겠다”며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 및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위원회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