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가수' 이지 "진료실서 간직한 열망 이제야 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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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가수' 이지 "진료실서 간직한 열망 이제야 만개"

연합뉴스 2026-06-10 09:15: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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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우리 오빠야'로 17년 만에 신곡…유튜브뮤직 뮤비 차트 상위권

"중년 아이돌 됐으면…이승기 '내 여자라니까'처럼 고백송으로 불리길"

가수 이지 가수 이지

[이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치과 한번 가볼까요 오빠야 나 정말 사랑니가 났나 봐요 (중략) 신경 치료한 것처럼 머리가 빙빙 돌아요∼.'(신곡 '우리 오빠야' 중)

'노래하는 치과의사'로 유명한 이지(본명 이지영·54)가 17년 만에 새 노래 '우리 오빠야'로 가요계에 돌아왔다.

2003년 '스톰'(Storm)으로 데뷔한 그는 맑은 음색과 호소력 있는 가창력을 앞세운 발라드 '아파도 사랑합니다'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2009년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 OST '꿈의 조각' 이후로는 신곡 대신 의료 활동에 매진했다.

2000년대 절절한 감성의 대표곡을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신곡으로 돌아온 그의 변신이 놀라울 수 있다. 통통 튀는 멜로디, 애교 섞인 목소리, 진분홍빛 음반 재킷. 데뷔 이래 처음으로 유쾌한 트로트 장르에 도전했기 때문이다.

이지는 10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진료실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일도 뿌듯했지만, TV에서 가수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부러웠다"며 "마지막 노래 이후 17년이 흘렀는데, 사람으로 치면 태어나 고등학생이 되는 긴 기간이다. 진료실에서 간직한 열망 혹은 피다 만 꽃이 이제야 만개한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기대 이상으로 노래가 잘 나와서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라며 "초등학생 3학년인 딸이 아이브 장원영의 팬인데, 저도 중년들의 아이돌이 되면 좋겠다"며 웃어보였다.

'우리 오빠야'는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경쾌한 리듬과 화려한 색소폰 연주가 어우러진 트로트다. 핑클, S.E.S., H.O.T., 김범수 등 숱한 스타들의 히트곡과 '겨울연가', '발리에서 생긴 일' 등 한류 드라마 OST를 만든 신인수 작곡가가 총괄 프로듀싱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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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우 조재윤과 트로트 가수 조정민이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한 뮤직비디오는 내로라하는 K팝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유튜브뮤직 뮤직비디오 차트에서 30위권까지 올랐다.

이지는 "제가 그동안 마이너(단조) 발라드를 많이 불러서 박자가 빠른 트로트에 도전하는 게 두렵기도 했다"며 "오전·오후에는 진료를 하고 저녁에 보컬 연습을 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신인수 프로듀서가 '할 수 있는데 왜 못한다고 그러느냐. 하면 된다'고 독사같이 엄하게 가르쳤다"며 "정말 연습하다 보니 트로트에 맞는 창법이 됐다. 그동안 제게 '밝은 트로트가 어울릴 것 같다'고 말한 환자들이 꽤 있었는데 대중의 귀는 정확한 것 같았다"고 했다.

이지는 '천록담'이란 이름으로 같은 장르에 도전한 '트로트 선배' 이정에게 조언도 구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면서 목이 트이고 보컬 역량이 향상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치과, 사랑니, 진통제, 신경 치료 등 사랑을 치과 진료에 비유한 재치 있는 가사는 그가 불렀기에 더욱 자연스럽다. 작사에 참여한 가수 박구윤은 실제 충치로 신경 치료를 받고서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웠던 경험을 살려 실감 나는 노랫말을 완성했다.

이지는 "요즘 뉴스를 보면 기분 좋은 소식을 찾기 쉽지 않은 세상"이라며 "첫사랑의 설렘을 담은 제 노래가 사랑을 고백할 때 많이 쓰였으면 좋겠다.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처럼 많이 불렸으면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이지 '우리 오빠야' 이지 '우리 오빠야'

[이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면서 "피나는 노력을 해서 무대에도 서 보고 싶다. 기회가 되면 음악 프로그램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지는 지난 1998년 서울대 치대를 졸업하고 인턴·레지턴트 과정을 밟은 뒤 데뷔 음반을 제작했다. 치대 재학 중에는 '살벌한 학사 과정' 때문에 음악 활동에 힘을 쏟지 못했지만, 간간이 가요제에 나가며 음악을 놓지 않았다.

이지는 "음악이 없었다면 쳇바퀴 도는 듯한 평범한 일상을 보냈을 것"이라며 "이번에 트로트에 도전하고 안무도 만든 것처럼 음악은 제게 늘 열정을 불어넣어 준다. 그래서 더욱 가수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음반이 가수로서 마지막은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도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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