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남부 조지아주에 자리한 서배너항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때 전체 물동량 절반을 점유했던 중국산 화물 비중이 24%까지 급감한 반면, 베트남과 인도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간) 서배너항 현장에서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하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축구장 세 개 면적에 달하는 1만5천TEU급 선박 한 척을 완전히 비우고 다시 채우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60시간이다. 크레인 5~6대가 동시 투입되어 약 1만 회 왕복 작업을 수행하며, 시간당 35~40회 하역이 가능한 고효율 체계가 구축되어 있다.
항만 당국은 숙련된 크레인 운용 인력과 첨단 시스템의 결합이 이 같은 생산성을 가능케 했다고 설명한다. 매일 평균 1만4천 대의 트럭이 이곳을 오가고, 주간 입항 선박은 약 40척에 이른다. 하역 완료된 화물은 평균 18시간 내에 철도망을 타고 미 내륙으로 빠져나간다. 이층 적재 열차만 하루 42편 이상 운행된다.
방대한 물류량에도 불구하고 현장 분위기는 놀라울 만큼 고요하다. 조지아주항만청(GPA)이 도입한 회전교차로 시스템, 신속한 게이트 처리, 디지털 통관 체계가 맞물려 트럭 정체 현상을 원천 차단한다.
서배너항의 비약적 성장은 미국 공급망 구조의 근본적 변화와 궤를 같이한다. 톰 보이드 GPA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는 "과거 중국에서 미 서부 해안으로 이어지던 무역의 핵심 축이 인도와 미 동부 해안을 잇는 새로운 대량 화물 회랑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항만 성장 전략 역시 차별화됐다. 대다수 항만이 해운사 유치에 매달릴 때, 서배너항은 실제 화물 소유주인 수출입업체와 포워더를 직접 공략했다. 인근에 대규모 창고와 물류시설이 들어서자 선사들이 자연스럽게 정기 기항을 시작했고, 물동량 선순환 구조가 완성됐다.
AI 기반 목재 무역기업 팀버아이의 스콧 그레그 CEO는 "GPA가 직접 찾아와 부지 확보와 선사 연결을 지원해줬다"며 "단 3개월 반 만에 월 250만~300만달러 규모 운영 거점을 세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바이오 연료 기업 포엣의 벤 콘래드 매니저는 "아시아 수출에 필수적인 훈증 소독 약품이 섭씨 10도 이상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겨울철 북부 항구는 사실상 수출이 불가능하다"며 "온화한 아열대 기후인 서배너에서는 365일 수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보안 측면에서도 서배너항은 독보적이다. 보이드 CCO는 "미국에서 유일하게 중국산 크레인을 사용하지 않는 항만"이라며 "가격이 20% 높지만 안전성과 생산성을 우선했다"고 밝혔다. 서배너항 크레인 가동률은 98%에 달한다. 그는 "크레인 한 대만 멈춰도 즉각 물류 정체가 발생해 선사와 화주 모두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 항만 크레인의 80%를 점유한 중국산 장비를 둘러싸고 정보 유출과 원격 제어 가능성 등 안보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뉴욕·뉴저지항이나 LA·롱비치항처럼 여러 터미널로 분산되어 확장에 한계를 겪는 경쟁 항만과 달리, 서배너항은 거대한 단일 터미널 구조를 갖췄고 항만 당국 소유의 유휴 부지도 넉넉하다. GPA는 향후 10년간 처리 능력을 현재 대비 60% 이상 확대해 연간 최대 900만TEU, 장기적으로 1천200만TEU 이상까지 끌어올린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러한 물류 인프라는 미 제조업 지형 변화와 맞물려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과거 중서부와 북동부에 몰려 있던 제조업 중심지가 빠르게 남동부로 이동 중이며, 그 정점에 현대자동차 메타플랜트(HMGMA)가 있다. HMGMA는 서배너항 물동량 성장을 이끄는 가장 강력한 동력으로 평가받는다.
GPA는 서배너항을 컨테이너 중심 고효율 거점으로, 남쪽 90분 거리의 브런즈윅항을 자동차 전용 운반선(Ro-Ro) 기지로 특화하는 이원 전략을 펼치고 있다. 북미 최대 단일 컨테이너 터미널과 미국 최대 자동차 관문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조지아주 전체를 거대한 물류 허브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보이드 CCO는 "조지아주 역사상 경제 개발의 황금기가 펼쳐지고 있으며, 서배너항이 바로 그 중심에 서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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