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사과를 집었을 때 손끝에 끈적임이 남는다고 해서 바로 농약을 떠올릴 일은 아니다. 사과 껍질에는 과일이 스스로 만든 얇은 왁스층이 있다.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늦추고 겉면을 보호하려는 과일의 방어막에 가깝다.
사과 겉면이 반들거리거나 살짝 미끈한 느낌을 내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수확 뒤 선별·세척을 거치며 표면의 천연 왁스가 일부 씻겨 나가면, 유통 중 마름을 줄이려고 식용 코팅을 얇게 입히는 경우도 있다. 식품에 쓰는 코팅재라면 먹을 수 있는 원료를 쓴다. 끈적임 하나만 보고 농약이 많이 남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끈적한 사과, 농약보다 숙성 신호
농약은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냄새로도 가려내기 쉽지 않다. 겉면이 매끈한 사과에도 잔류물이 남을 수 있고, 반대로 끈적한 사과라고 해서 잔류농약이 더 많다고 볼 근거도 약하다. 끈적임은 천연 왁스층, 숙도, 보관 온도, 유통 중 코팅 여부가 함께 만든 결과에 가깝다.
국내 농산물은 잔류허용기준을 두고 관리된다. 기준을 넘은 농산물은 판매 단계에서 걸러진다. 다만 기준 안에 든 농산물이라도 껍질째 먹을 때는 씻는 습관이 좋다. 불안해서 껍질을 모두 깎아내기보다, 제대로 씻어 먹는 쪽이 더 낫다.
버리기에는 아까운 사과 껍질 속 성분
사과 껍질에는 과육보다 폴리페놀 계열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케르세틴도 그중 하나다. 케르세틴은 식물성 플라보노이드로, 우리 몸에서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성분으로 다뤄진다.
껍질과 과육 사이에는 식이섬유도 많다. 사과의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은 장내 미생물이 이용하는 먹이가 되며, 배변 활동에도 쓰인다. 펙틴은 LDL 콜레스테롤 관리와도 함께 언급된다. 사과에 들어 있는 칼륨은 나트륨 배출과 혈압 관리 측면에서 함께 살펴볼 만한 미네랄이다.
다만 껍질에 흠집이 많거나 멍이 심한 사과는 해당 부분을 도려내는 편이 좋다. 곰팡이가 보이면 먹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껍질째 먹을 사과는 표면이 지나치게 상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사과 세척, 식초보다 흐르는 물 먼저
사과를 씻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흐르는 물에서 손으로 문지르기다. 물을 틀어 놓고 껍질 전체를 돌려가며 씻으면 먼지와 일부 잔류물을 줄일 수 있다. 꼭지 주변처럼 오목한 부분은 손가락으로 한 번 더 문질러 씻는다.
식초나 베이킹소다를 꼭 써야 하는 일은 아니다. 오래 담가두면 사과 향과 식감이 떨어질 수 있고, 세척 뒤 다시 깨끗한 물로 충분히 헹궈야 한다. 과일 전용 세정제를 쓴다면 제품 표시대로 희석하고, 마지막에는 흐르는 물로 남은 성분을 씻어내야 한다.
사과의 끈적임은 농약의 표시가 아니라 껍질 표면 성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겉면만 보고 겁낼 일은 아니지만, 껍질째 먹는다면 물로 충분히 문질러 씻는 습관을 지키는 편이 좋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