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9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둘러싼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졌다.
이날 증인석에 선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은 검찰 측 신문에서 핵심 진술을 쏟아냈다. 2018년 대선 경선 시기 이 전 부지사와 통화하며 후원 방식을 문의했더니 "한꺼번에 입금하면 곤란하고 분산해서 넣어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다는 것이다. 기업명이 드러나선 안 된다는 당부도 함께 들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후원 완료 후 입금자 명단을 이 전 부지사에게 보내 점검받았느냐는 물음에도 "그런 기억이 남아 있다"며 긍정하는 답변이 나왔다.
그러나 변호인 측의 반대신문은 사뭇 달랐다. 방 전 부회장이 김성태 전 회장의 해외 도피 조력 등 20여 건의 혐의로 구속된 상태였음을 상기시키며, 형량 감경을 노려 수사기관 의도에 맞춘 거짓 진술을 했을 개연성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객관적 증거가 존재하느냐는 추궁에 방 전 부회장은 "남은 것이 전혀 없다"고 시인했다.
신경전은 곧 충돌로 번졌다. 변호인이 방 전 부회장의 과거 범죄 혐의를 하나씩 열거하며 몰아붙이자,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황장애·우울증을 호소하며 강하게 반발한 것이다. 양측 간 고성이 터져 나오면서 재판부는 결국 10여 분간 정회를 선언해야 했다.
심리가 재개되자 변호인은 과거 검찰 조서에 기재된 후원 금액 3천만 원이 법정에서 1천만 원으로 달라진 점을 부각하며 진술의 신뢰성을 흔들었다. 이에 맞서 검찰은 세부 금액에서 일부 혼동이 있더라도 '우회 후원' 방식을 전달받았다는 골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이 없다고 반박했다. 방 전 부회장 역시 "100만 원씩이라고 콕 집어 말한 적은 없지만, 나눠서 입금하라는 지시를 받은 건 사실"이라고 거듭 확인했다. 다만 그는 "매일 이어지는 조사에 한계 상황이었고, 검사들이 악마처럼 느껴질 만큼 심리적 압박이 극심했다"며 수사 당시의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증인신문 직후 피고인 신문에 나선 이 전 부지사는 본격적인 문답 전 발언권을 요청해 방 전 부회장을 정면 비판했다. "그의 진술 탓에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기소돼 고통받고 있다"며 "수감 중인 내 고통이 훨씬 더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오전에는 양선길 현 쌍방울그룹 회장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김 전 회장 지시로 1천만 원을 후원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전 부지사에게서 분산 후원 지시나 부탁을 직접 받은 적은 없다"며 공모 혐의와는 거리를 뒀다.
전날 자정 무렵까지 이어진 강행군에도 배심원과 예비배심원 12명 전원은 이날도 빠짐없이 참석해 양측 주장을 꼼꼼히 메모하며 경청했다.
증인신문 종료 후 진행된 쟁점별 의견진술에서 검찰은 "면식조차 없는 기업 총수가 피고인의 묵시적 합의 없이 처벌을 무릅쓰고 다수 명의를 동원해 거액을 후원했다는 건 상식 밖의 일"이라며 유죄 심증을 강조했다. 시간이 흘러 증인들의 구체적 기억이 희미해졌을 뿐, 분산 후원 지시·공모의 핵심 정황은 명확하다는 게 검찰 논리였다.
변호인 측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정면 반박했다. 수십 건의 혐의로 구속됐던 김 전 회장 등이 선처를 기대하며 허위·과장 진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뚜렷한 물증 없이 오락가락하는 증언만으로는 범죄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밤 10시를 넘기며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자 양측 감정도 한껏 고조됐다. 변호인이 검찰의 과거 소환 조사를 "위법한 별건 수사"로 규정하자 검찰은 "사실과 다르다"며 격렬히 반발했고, "겁박하느냐"는 말과 함께 삿대질이 오갔다. 재판장은 또다시 10여 분간 정회한 뒤 "법정에서 고함은 용납할 수 없으며, 재발 시 퇴정이나 감치도 불사하겠다"고 엄중 경고했다.
오후 10시 30분께 종료된 이날 심리로 이 전 부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관련 공방은 일단락됐다.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간은 2019년 산림복구용 묘목이 아닌 금송을 북한에 보내도록 경기도 공무원에게 부당 지시를 한 혐의 등 직권남용 사안에 대한 집중 심리가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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