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 대신 이걸 택했다…‘건축탐구 집’ 특별한 세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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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 대신 이걸 택했다…‘건축탐구 집’ 특별한 세입자들

위키트리 2026-06-09 20:5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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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반드시 소유해야 하는 공간일까. 내 집 마련이 인생 목표처럼 여겨지는 시대지만, EBS1 '건축탐구 집'은 6월 9일 방송에서 조금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을 찾아간다. 철거를 앞둔 낡은 벽돌집을 자신만의 작업실이자 안식처로 바꾼 공간 디자이너, 그리고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집을 월세로 빌려 자신들만의 색으로 채워 넣은 부부의 이야기다. 이번 방송 '빌린 집을 고쳐 살기로 했습니다' 편은 소유보다 취향을 선택한 사람들의 특별한 공간 철학을 들여다본다.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첫 번째 집은 서울 중구의 한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집을 찾아가는 과정부터 만만치 않다. 무려 130개의 계단을 올라야 비로소 모습을 드러내는 빨간 벽돌집이다. 숨이 찰 즈음 나타나는 집은 외관만으로도 독특한 분위기를 풍긴다. 하지만 진짜 놀라움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간 뒤 시작된다.

집 안 한가운데에는 일반적인 주택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거대한 암반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집보다 먼저 이 자리에 존재했던 자연이 그대로 실내로 들어온 듯한 풍경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은 압도적인 크기에 시선을 빼앗긴다. 그런데 집주인도 아닌 한 남성이 이 암반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주인공은 국내 1세대 공간 디자이너이자 전시 예술감독으로 활동해 온 강신재 씨다. 그는 상업 공간 디자인은 물론 각종 국제 비엔날레 전시 연출에도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평생 수많은 공간을 바꿔 왔지만 정작 자신만의 공간은 없었다. 그러던 중 지인이 투자 목적으로 매입해 수년 동안 비워둔 이 집을 발견했고, 재개발로 철거될 때까지 자유롭게 고쳐 쓰라는 조건으로 공간을 빌리게 됐다.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처음 집 상태는 심각했다. 4년 가까이 방치된 탓에 곰팡이가 곳곳을 뒤덮고 있었고, 손봐야 할 부분도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하지만 강신재 씨는 오히려 그 안에서 가능성을 봤다. 어차피 철거될 집이기에 큰돈을 들이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목공 시공 대신 수성 페인트만으로 공간을 정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현재의 집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됐다. 천장을 뜯어내며 드러난 벽돌과 구조물은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노출해 공간의 개성으로 활용했다. 벽과 천장은 깔끔하게 정리됐고, 곳곳에는 유럽의 아틀리에를 떠올리게 하는 감성이 스며들었다. 단열 보강도 하지 않은 탓에 겨울이면 두꺼운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지내야 하지만 강신재 씨는 불편보다 자유가 더 크다고 말한다.

특히 그가 가장 사랑하는 공간은 통창 앞이다. 원래 양문 형태였던 창을 과감히 넓혀 서울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오도록 만들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계절마다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원목 테이블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고급 호텔 라운지가 부럽지 않을 정도다. 강신재 씨가 처음 이 집을 보고 이사를 결심한 이유 역시 바로 이 풍경 때문이었다.

화장실도 그의 감각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원래는 노출된 배관이 눈에 띄는 구조였지만 그는 이를 가리기 위해 수석을 배치했다. 덕분에 실용성과 디자인을 동시에 해결하며 오히려 공간의 특징으로 승화시켰다.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두 번째 집은 경기도 파주에 있다.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건축가 김영준이 설계한 주택이다. 김영준 건축가는 영화감독 박찬욱의 집으로 알려진 '자하재'를 설계한 인물이다. 그리고 이 집에는 현재 축구 다큐멘터리 감독 조승훈 씨와 일러스트레이터 노여진 씨 부부가 세입자로 살고 있다.

부부는 원래 살던 신혼집이 갑작스럽게 매매되면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음껏 고쳐 살 세입자'를 찾는 이 집을 발견했다. 당시 공간은 사주카페로 사용되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손볼 곳도 많았다. 하지만 부부의 생각은 달랐다. 낡은 공간일수록 자신들의 취향을 더 많이 담을 수 있다고 여겼다.

실제로 부부는 과감한 변신에 나섰다. 오래된 마룻바닥 대신 강렬한 붉은색 타일을 깔았고,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검은색으로 칠했다. 평범한 주택이 순식간에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갖게 됐다.

거실에는 부부가 오랜 시간 모아온 가구와 소품들이 자리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새빨간 벨벳 커튼이다. 이 커튼은 지인이 참여했던 행사가 끝난 뒤 폐기될 예정이었던 자재를 가져와 재활용한 것이다. 창고에 방치돼 있던 낡은 탁자 역시 유성 페인트를 입혀 새로운 거실 가구로 탄생했다.

침실은 부부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신혼 시절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과거 신혼집 벽과 같은 노란색으로 꾸몄기 때문이다. 공간은 달라졌지만 처음 함께했던 시간의 기억은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EBS1 ‘건축탐구 집’ 예고보기 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자료 사진. / EBS 제공

축구를 사랑하는 조승훈 씨만의 공간도 있다. 작은 방 하나를 통째로 축구 전시실로 꾸몄다. 수십 년 동안 모아온 축구 기념품과 유니폼,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특히 2007년 내한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특별한 추억도 이 공간에 담겨 있다.

이번 방송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예쁜 집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든 떠나야 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누구보다 자신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집을 소유하는 것보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더 집중한 사람들이다.

재개발을 앞둔 언덕 위 빨간 벽돌집과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파주의 개성 넘치는 주택. 서로 다른 두 공간은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진다. 집의 가치는 등기부등본에 적힌 이름이 아니라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삶의 모습에 있는 것은 아닐까.

EBS1 '건축탐구 집 - 빌린 집을 고쳐 살기로 했습니다'는 6월 9일 오후 9시 55분 방송된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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