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후폭풍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한데 이어 4부요인을 모아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여야 정치권도 국정조사와 특검, 선관위 개혁을 위한 절차에 착수했으며,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 규명을 위한 합동수사본부도 9일 출범했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은 올림픽공원에 닷새째 모여 사태 수습을 위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그간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던 '윤어게인' 등 극우 인사들이 집회에 동참하면서 집회의 성격이 '재선거'에서 '부정선거'로 변화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4부요인 부른 李대통령 "투표권 보장 못한 문제 심각"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정부가 어영부영 대충 해서 주권행사를 못하게 한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 후 조정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조희대 대법원장 등 4부 요인과 회동하고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그 숫자가 얼마이든, 결과에 영향이 있든 투표권 행사와 충분한 국민주권 행사 실현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이 정한 독립기관이어서 그 누구도 공식적으로 그 업무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도 없게 돼 있다"며 "심지어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감사조차도 할 수 없다는 게 현 헌법의 해석이기도 해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도 공식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해서 이걸 방임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선거는 기본적 헌정 질서의 핵심을 이루는, 국민주권 실현 과정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독립된 헌법 기관의 책임자들이 다 모였는데 우선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공식적 논의를 했으면 싶다"며 "뚜렷한 방법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일단 진상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떤 형태로든 국민 시각에서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 같고, 어떤 가능한 대안과 대책이 있는지도 함께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與 "가장 신속히 국조…선관위법 개정 착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국정조사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는 9일 "이번 주 즉시 본회의를 열어 국정조사 계획서를 보고하고, 다음 주 본회의에서 곧바로 의결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특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관리 체계 전면 개혁을 위해 공직선거법과 선관위법 개정에도 착수할 것이며, 이를 위해 별도로 선거제도 개혁 TF를 신속히 설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를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참정권을 심각하게 훼손한 참사"라고 규정하며 "중앙선관위가 선거관리와 집행이라는 헌법적 책임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단순한 행정 착오로 치부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이미 합동수사본부 구성을 지시했고, 검·경도 신속하고 전면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국민 참정권이 침해된 중대한 상황에서 공당이 해야 할 일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라며 "그런데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를 정쟁화해 혼란을 조장하고 있다. 국정조사 대상에 대통령과 청와대를 넣으라는 주장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목적이냐, 아니면 정치적 이익을 위한 소재로 활용하려는 것이냐"며 "무책임한 선동 정치를 중단하고 국정조사 실시 합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국힘, '투표용지 부족' 선관위 특검법 당론 발의
국민의힘은 이날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특별검사 도입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주진우 법률자문위원장과 박충권·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부정 및 국민 참정권 침해 의혹 진상규명 특검법'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검법은 ▲투표용지 부족으로 인한 참정권 침해 ▲개표 중단 없이 강행된 절차 ▲투표함 불법 반출·이송 의혹 ▲사전투표 개표 숫자 동일 문제 등 전국에서 제기된 선거 부정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규정했다. 필요할 경우 다른 선거까지 조사할 수 있도록 범위를 확장했다.
특검 추천권은 민주당을 배제했다. 국민의힘이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규모는 특별검사보 5명, 특별수사관 100명, 파견 검사 15명, 파견 공무원 130명 등 총 251명으로 구성되며, 수사 기간은 최장 170일이다.
주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투표권 침해 상황을 축소 인식해 사태를 키웠다"며 "선관위가 투표소 수를 41곳에서 91곳으로 뒤늦게 늘려 발표한 것도 신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도 특검법 수용 의사를 밝힌 만큼 강제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선관위는 헌법기관으로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해 왔지만, 소쿠리 투표부터 채용 비리,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까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일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박충권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번 특검을 통해 선관위의 구조적 문제를 명확히 밝혀내고 해체 수준의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며 "민주당은 야당 주도의 특검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재선거 갑론을박…장동혁 "근본적 해결은 결국 재선거"
여야 정치권에서는 '재선거'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당 지도부를 비롯한 대부분 의원이 법과 원칙에 따르겠다는 원칙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박선원·최민희 의원 등 극히 일부 의원이 서울·경남·대구 등 문제가 발생한 지역의 선별적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기는 하지만 개별 의원의 주장에 그치고 있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선거 주장과 관련해 "법과 원칙 따라 처리되어야 할 것"이라며 "향후에 진행되는 소송 과정이나 소청 과정 등 법적인 절차와 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향후 국정조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될 경우 일부 지역의 재선거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재선거를 판단하는 주체가 국회 아니라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힘에서는 재선거에 대한 입장이 크게 세 갈래로 나뉜 분위기다.
장동혁 대표와 신동욱·김재원·김민수·조광한 등 당권파 최고위원 4명은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한 '전면적 재선거' 주장에 앞장서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참정권 박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결국 재선거밖에 없다"며 "선관위가 불법을 인정하고 선거 무효를 선언한 후 재선거를 추진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의원 등 초선 소장파의 한 축에서는 선별적 '핀셋 재선거'를 거론하고 있다. 개혁신당도 증거 보전 신청과 소청 준비를 알리며 비슷한 안을 주장한 바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던 송파구 잠실7동 투표함이 뒤늦게 개표되면서 서울시의회 비례대표 1석이 여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넘어간 사례, 수도권 및 충청 일부에서 '동일 득표' 의혹이 불거진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은 전날 채널A 라디오에서 "오 시장은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재선거가) 불가능한 반면 재선거 실익이 있고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송파구 일대 기초의원이나 비례대표 등은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재선거 자체가 현행법상으로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5선 나경원 의원은 전날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긴급 토론회를 주최, "그동안 법원 판례와 규정에 비춰보면 재선거는 원천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있기 어렵다는 게 제 결론이었다"며 "그래서 선거법 규정을 고치는 게 첫걸음"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장 대표와 최고위원 4명 외) 재선거를 공개 주장하는 의원들은 없다. 국민이 원하는 본질은 선거 관리 시스템 개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관위 수사' 검·경 합수본 출범…본부장에 김태훈 3차장 검사
법원, 잠실 투표용지 보관상자·CCTV 등 증거 보전 명령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하기 위해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가 공식 출범했다. 본부장은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맡았다.
대검찰청은 9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의 참정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한 사안을 신속하고 철저히 규명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합수본은 검찰 12명, 경찰 15명 등 총 27명 규모로 꾸려졌다.
김 차장검사는 공안·기획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선거 수사 경험이 풍부하다. 청주지검 검사로 임관한 뒤 법무부 공안기획과, 대전지검 공공·반부패범죄전담부, 대검 공공수사부 선거수사지원과장 등을 거쳤으며 지난해 법무부 대변인을 지낸 뒤 올해 2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합수본 출범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 이틀 만에 이뤄졌다. 대통령은 "검찰과 경찰이 참여하는 합수본을 구성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라"고 지시했으며, 대검도 "국민적 의혹을 엄정히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미 고발인 조사와 기초 조사를 진행하며 선관위 관계자들의 고의성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다. 특히 선관위가 투표지 최소 인쇄량을 선거인 수의 60%에서 50%로 낮춘 결정 과정과 일부 투표소에서 실제로 용지가 부족했던 정황이 수사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곽준호 변호사는 "투표용지를 절반만 인쇄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고 이는 국민 참정권을 침해한 중대한 사안"이라며 형사처벌 가능성을 강조했다. 반면 장영수 고려대 교수와 이창현 한국외대 교수는 "고의성이나 중대한 과실이 입증돼야 처벌이 가능하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또한 오는 10월 중대범죄수사청 출범과 검찰 직접수사권 폐지로 인한 수사 공백 우려도 제기된다. 경찰은 "합수본 설치 후 차질 없이 이관될 수 있도록 신속히 수사를 진행하겠다"며 "공소시효 만료 3개월 전인 9월 2일까지 1차 현장 점검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법원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계된 일부 투표용지 보관상자 등을 증거로 보전하라고 결정했다.
9일 서울 동부지법 민사제51단독(부장판사 김지연)은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의 투표용지 보관 상자 등에 대한 증거보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보전 대상은 송파 잠실7동 제2투표소에 보관된 '인쇄매수 1천900매' 투표용지 보관상자, 6월 3일 오전 8시부터 6월 5일 오후 9시까지 해당 투표소 및 투표함 보관 장면을 촬영한 폐쇄회로(CC)TV 영상 등 4건이다.
담당 법관은 오는 10일 오후 3시 잠실7동 제2투표소 현장을 찾는다. 이른바 검증 절차로 증거물을 봉인, 별도의 장소에 보관하는 등 방법으로 증거를 보전한다.
선관위, '서울시장 선거무효' 선거소청 접수…60일 내 선거 유·무효 판단
6·3 지방선거 당시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선거 소청이 제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9일 "한 유권자가 전날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소청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서울시장 선거의 효력 여부를 공식적으로 심사하게 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유권자·후보자·정당은 선거 효력에 이의가 있을 경우 선거일로부터 14일 이내 관할 선관위에 소청을 제기할 수 있다. 소청이 접수되면 선관위 소청심사위원회가 60일 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소청이 접수되면 선거의 효력 여부를 판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선거 무효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선관위가 소청을 받아들일 경우 결정 통지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재선거가 실시된다. 반면 소청이 기각되거나 각하될 경우, 소청인은 대법원에 다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앞서 지난 3일 서울 지역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등 야권에서도 선거 소청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선관위는 "현재까지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해 접수된 소청은 1건"이라고 전했다.
대학가 선관위 규탄 확산…12곳 총학 내일 시국선언
전국 주요 대학 총학생회들이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국선언을 동시에 진행한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10일 오후 6시, 전국 12개 대학 캠퍼스에서 시국선언과 피켓 시위를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한다"고 밝혔다. 참여 대학은 건국대·고려대·경희대·서강대·서울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숭실대·연세대·전남대·한국외대·홍익대 등이다.
이번 시국선언은 지난 3일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의 참정권이 침해됐다는 논란을 계기로 추진됐다. 각 대학 총학생회는 통일된 메시지를 통해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민주주의와 참정권 수호 의지를 드러낼 계획이다.
총학생회들은 ▲국정조사 및 특검을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국가에 의한 기본권 침해에 대한 실질적 구제책 마련 ▲중앙선관위 구조 개혁 ▲청년·대학생을 포함한 시민 참여형 독립 감시기구 설치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참여 대학들은 이번 사안을 "국민의 참정권을 국가가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 중대한 민주주의 훼손 사건"으로 규정하며, "참정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이라 강조했다. 이어 "국가기관에 의해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된 만큼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림픽공원 집회 닷새째…재선거 넘어 부정선거 주장까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 집회는 닷새째 이어지고 있다.
9일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는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이 집결해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장에서는 투명 투표함 도입, 수개표 전 과정 녹화·공개, 투표함 이동 없는 현장 개표 등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정오 기준 현장 인원은 1만 명에서 오후 2시 1만2000명으로 늘었다. 참가자들은 식사도 미룬 채 구호를 외치거나 애국가를 부르며 자리를 지켰다.
한편, 집회가 이어지면서 참가자 구성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주말까지는 청년층이 주축이었지만 전날부터는 중장년층과 노년층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날 오전 10시50분 기준 체류 인구는 9000~9500명으로 집계됐으며, 60대 이상이 25.1%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현장에서는 '재선거' 요구가 '부정선거 재선거'로 바뀌었고, 일부 참가자들은 'Stop the Steal', '힘내라 윤석열' 등 강경 보수 성향의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자유와혁신 황교안 대표와 유튜버 전한길 씨도 현장을 찾아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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