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만난다. ‘삼쏘 회동’으로 LG의 인공지능(AI) 인프라·로보틱스 분야 인지도를 끌어올린 구 회장이 엔비디아 본사에서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양측의 AI 협력이 한층 고도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실린다.
9일 LG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피지컬 AI·모빌리티·AI 인프라 등 차세대 AI 기반 산업 전반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날 구 회장과 황 CEO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최고경영진 회동을 진행하며 양사의 협업 분야를 구체화한 결과다.
구 회장은 지난 5일 황 CEO, SK 최태원 회장, 네이버 이해진 이사회 의장과 서울의 한 식당에서 ‘삼쏘 회동’을 진행하며 큰 실익을 챙겼다. LG는 한국을 대표하는 4대 그룹(삼성·SK·현대차·LG) 중 AI 분야 존재감이 비교적 약했지만 식사 한 번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삼성·SK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납품하는 핵심 협력사이고, 현대차는 휴머노이드를 통해 피지컬 AI 분야의 인지도를 키웠다.
LG가 주목받은 부분은 로봇 밸류 체인과 AI 인프라 경쟁력이다. LG는 오랜기간 다양한 가전 제품을 양산하며 제조 역량을 쌓았다. 가전의 핵심 기술인 모터·컴프레서 등을 내재화했고, 에어컨·냉장고 등을 제조하며 열관리 노하우를 얻었다. 이를 통해 로봇 밸류체인과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LG는 휴머노이드를 ‘뚝딱’ 완성할 수 있는 부품 공급망을 갖췄다. LG전자는 모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로봇 원가의 40%를 차지한다고 알려진 ‘액추에이터’를 양산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은 로봇의 눈인 고성능 센싱 모듈과 광학 부품을 생산하고, 로봇의 심장 격인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담당한다. 휴머노이드에서 가장 중요한 ‘두뇌’는 LG CNS의 AI 모델이 완성한다. 실제로 LG는 주요 계열사와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도하는 ‘한국형 휴머노이드 원천기술 고도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LG의 피지컬 AI 전략이 한층 가속될 전망이다. LG는 엔비디아의 가상 시뮬레이션 플랫폼(Issac)과 AI 추론 모델(GR00T)을 기반으로 레퍼런스 로봇을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LG의 방대한 제조 데이터와 엔비디아의 AI 컴퓨팅 기술을 결합해 지능형 자율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글로벌 스마트팩토리의 표준으로 정립하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LG전자 류재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를 ‘로봇 사업 본격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G전자 관계자는 “부품 사업을 고도화하며 로봇 생태계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액추에이터 분야가 가시권에 들어왔고, 엔비디아를 비롯해 다양한 기업과 파트너십을 추진하며 시장 선점 기회를 확보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AI 인프라는 뛰어난 열관리 노하우를 바탕으로 시장에 진입한다. LG는 냉각수 분배 장치(CDU), 칠러 기반 공랭, 콜드 플레이트, 액침 냉각 등 다양한 냉각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다. AI 데이터센터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열관리 문제의 해결사가 될 수 있는 셈이다.
LG전자는 엔비디아와 냉각 솔루션 인증을 협력하고 ‘프리패브(Prefab)’ 설계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프리패브는 서버·냉각 시스템·전력 공급 장치 등 AI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모듈 형태로 제작한 뒤 현장에서 빠르게 조립·구축하는 개념이다. LG유플러스와 LG CNS는 엔비디아의 표준형 AI 팩토리 디자인을 적용해 차세대 AI 팩토리를 구축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차세대 GPU 서버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800V 직류 기반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을 논의 중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가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며 “파트너십을 기회 삼아 실제 공급까지 이어진다면 시장에서 레퍼런스를 확보할 수 있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는 데도 좋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가 LG의 기술력을 추켜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고성능 GPU 서버는 엄청난 전력을 소모하고 열을 내뿜는다. LG는 AI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혀줄 냉각 시스템(LG전자), 통신망(LG유플러스), 설계·운영 능력(LG CNS),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파트너다. LG는 엔비디아의 인증으로 효율성을 입증하면 ‘엔비디아 맞춤형 솔루션’을 내세워 수주 저변을 넓힐 수 있다.
LG와 엔비디아는 AI 산업 전반에서 미래 지도를 함께 그려나갈 계획이다. 황 CEO는 “LG는 엔비디아의 플랫폼을 활용해 가정과 차량을 넘어 공장·AI 인프라 영역까지 리더십을 확장하고, 지능형 시스템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구 회장은 “엔비디아가 그리는 AI 생태계 청사진은 고객의 일상과 글로벌 산업 현장에 가치 있는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LG의 미래 모습과 일치한다”며 “양사의 차별적 역량을 결합해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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