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엔진이 로봇을 가르친다…엔비디아가 크래프톤·엔씨와 손잡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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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엔진이 로봇을 가르친다…엔비디아가 크래프톤·엔씨와 손잡은 이유

이데일리 2026-06-09 18:04: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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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안유리 기자] 게임 개발에 활용되던 3차원(3D) 가상 세계가 이제 로봇 인공지능(AI)의 훈련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크래프톤(259960)과 NC(036570)(엔씨)가 기존 게임 사업을 넘어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엔비디아 역시 이들을 단순한 GPU(그래픽처리장치) 고객사가 아니라, 디지털 트윈과 로봇 AI 시대를 함께 이끌 핵심 파트너로 바라보며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PC방에서 만난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왼쪽)과 김택진 엔씨 대표(오른쪽) (연합뉴스)


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과 엔씨는 최근 피지컬 AI 전담 조직을 두 자릿수 규모로 확대하고 관련 인력 채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양사는 각각 자회사를 중심으로 로보틱스와 피지컬 AI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로보틱스 법인 ‘루도 로보틱스(Ludo Robotics)’를 설립한 뒤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인재 확보에 나섰다. 링크드인 기준 루도 로보틱스의 인력 규모는 11~50명 수준으로, 현지 빅테크에 버금가는 수준의 보상 체계를 내세워 연구개발 인력을 적극 채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상 환경에서 학습한 AI를 실제 로봇에 적용하는 ‘심투리얼(Sim-to-Real)’ 분야의 박사후 연구원 채용에 나서는 등 조직 확장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PC방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피지컬 AI 공동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JV) 설립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지난해에는 자율주행 데이터 확보를 위해 쏘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65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도 단행했다. 크래프톤은 차량 운영 과정에서 축적되는 대규모 자율주행 데이터를 향후 피지컬 AI와 로보틱스 연구·개발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엔씨의 AI 전문 자회사 NC AI도 올해 초 ‘피지컬 AI랩’을 신설한 뒤 조직 규모를 두 자릿수 수준으로 확대했다. 회사는 추가 채용을 통해 연구개발 역량을 지속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연구 단계를 넘어 산업 현장에서 실제 활용 가능한 피지컬 AI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NC AI는 지난 3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WFM)을 공개한 데 이어 제조·물류·국방 분야를 중심으로 고객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한화오션으로부터 ‘비전 인식 기반 용접 전용 모델 및 협동로봇 기반 자율용접 모델 개발’ 과제를 수주했으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발주한 국책 연구개발 사업의 최종 수행기관으로도 선정됐다. 산업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피지컬 AI 기술력을 잇따라 입증하고 있다는 평가다.

◇엔비디아 AI 생태계 주요 협업 파트너가 된 게임사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가 7일 서울 강남구의 한 PC방에서 열린 AION2 서프라이즈 라이브에 참석,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PC RTX Spark를 소개하고 있다.


크래프톤과 엔씨는 지난 8일 엔비디아가 국내 AI·로봇 기업 대표들을 초청해 개최한 ‘코리아 AI 에코시스템 리셉션’에도 핵심 협력사로 참여했다.

과거 엔비디아와 게임사의 관계는 GPU와 게이밍 PC를 공급하는 기술 기업, 그리고 이를 활용해 게임을 개발하는 고객사에 가까웠다. 실제 엔씨는 2000년대 초부터 ‘리니지2’, ‘아이온’, ‘블레이드 & 소울’ 등 주요 게임 개발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GPU와 그래픽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게임 품질과 서비스 안정성을 높여왔다.

하지만 AI 시대가 열리면서 양측의 관계는 단순 공급자와 수요자를 넘어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크래프톤과 엔비디아가 공동 개발한 AI 캐릭터 기술 ‘CPC(Co-Playable Character)’다. 기존 NPC(비이용자 캐릭터)가 정해진 대사와 행동을 반복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CPC는 이용자와 함께 판단하고 대화하며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술에는 엔비디아의 디지털 휴먼 플랫폼 ‘ACE(Avatar Cloud Engine)’가 적용됐으며, 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에 구현됐다. 크래프톤은 연내 ‘PUBG: 배틀그라운드’에도 AI 동료 캐릭터인 ‘펍지 앨라이(PUBG Ally)’를 선보일 계획이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지난 7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PC방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엔비디아가 올가을 선보일 ‘RTX 스파크’는 게임과 AI의 결합을 위한 칩”이라며 “크래프톤도 이에 맞춰 1~2년 전부터 펍지 앨라이를 개발해 왔다. 이제는 게임과 AI를 함께 이야기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게임 엔진, 로봇 학습을 위한 교과서로

NC AI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사진=NC AI)


게임사가 수십 년간 축적해 온 가상 세계 구축 기술은 휴머노이드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게임 엔진 기반의 3차원(3D) 가상 환경은 현실과 유사한 물리 법칙을 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많은 객체와 캐릭터 간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계산할 수 있다. 덕분에 로봇이 실제 공장이나 도심 환경에서 수개월에 걸쳐 수행해야 하는 학습을 가상 공간에서 훨씬 빠르고 안전하게 반복할 수 있다.

최근 AI 업계에서 주목받는 합성 데이터(Synthetic Data) 역시 게임 기술과 맞닿아 있다. 현실에서 확보하기 어렵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데이터를 가상 환경에서 대량으로 생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봇과 자율주행 AI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학습 데이터 확보 수단으로 게임 기술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이유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도 이러한 가상 환경 구축 기술을 토대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게임사는 더 이상 GPU를 구매하는 고객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 트윈과 로봇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실제 서비스를 구현하는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엔비디아는 디지털 트윈을 구현할 수 있는 글로벌 파트너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며 “가상 세계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역량을 보유한 게임사는 엔비디아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협력 대상”이라고 말했다.

◇게임 시장 둔화 속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

게임사들이 피지컬 AI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기존 게임 사업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도 깔려 있다. 게임 산업은 신작 흥행 여부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큰 반면, 로봇 AI와 산업용 AI 시장은 기업간거래(B2B) 중심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도 이러한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 엔씨와 크래프톤 주가는 지난 4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의 회동 소식이 알려진 직후 큰 폭으로 상승했다.

9일 종가 기준 엔씨 주가는 26만4500원으로 최근 6개월간 30.3% 상승했다. 같은 기간 크래프톤 주가는 24만4500원으로 0.4% 하락하는 데 그치며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국내 게임업계 전반의 주가는 부진했다. 넷마블 주가는 9일 4만600원으로 최근 6개월 동안 17.8% 하락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넥슨 역시 같은 기간 42.4% 떨어진 2194엔에 거래를 마쳤다.

AI와 반도체가 시장의 핵심 투자 테마로 떠오르면서, 단순 게임 기업을 넘어 AI 기업으로의 변신 가능성이 주가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빈 서강대 AI·SW대학원 특임교수는 “게임사들도 이제 엔비디아 중심의 AI 생태계 안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한국 게임업계가 보유한 독특한 기술 역량이 엔비디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주가 흐름 역시 게임 산업 자체보다는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슈퍼사이클의 영향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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