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법] 1년 성적표 들고 G7가는 李 대통령…2년차 문장은 ‘성과와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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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문법] 1년 성적표 들고 G7가는 李 대통령…2년차 문장은 ‘성과와 책임’

투데이신문 2026-06-09 16:54:00 신고

3줄요약

정치, 겉보다 중요한 건 작동 방식이다. 정치는 말과 행동으로 움직이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고유한 ‘문법’이 존재한다. 법과 제도의 언어, 권력의 계산, 대중의 심리, 미디어 전략과 정치 언어 등이 어떤 타이밍에 움직이며, 무엇을 감추고 드러내는지는 단순한 논쟁 너머의 작동 규칙을 따른다.

〈정치문법〉은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와 정국 전개를 단순한 사건 나열이 아닌 정치 구조, 전략, 심리, 제도 작동 방식의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정치를 이해하고 싶다면, 정치의 문법부터 파악하라.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유럽을 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9일 경기 성남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유럽을 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9일 경기 성남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오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은 세 장면으로 압축된다. 첫째는 6·3 지방선거 결과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방권력의 주도권을 되찾았지만, 최대 승부처인 서울을 내주며 완승의 문턱에서 멈춰 섰다. 둘째는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이다. 이 대통령은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말했지만 동시에 선거 결과를 “국민의 경고”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셋째는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한 유럽 순방이다. 국내 정치의 성적표를 손에 든 대통령이 이제 외교 무대에서 집권 2년 차의 국가 전략을 증명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정치문법에서 선거 직후의 첫 메시지는 늘 중요하다. 승자의 언어가 오만해지면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 다음 승리에 부담이 되고, 패자의 언어가 반성 없이 공격으로만 흐르면 패배는 더 깊어진다. 이번 6·3 지방선거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택한 문장은 ‘자축(自祝)’이 아니라 ‘책임’이었다. 숫자로는 여당이 이겼지만 정치적으로는 국민이 완전한 백지를 써준 것이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다수 지역을 확보하며 지방권력 교체에 성공했다. 그러나 서울시장 선거 패배는 여권에 뼈아픈 대목이다. 서울은 수도권 민심, 중도층의 균형감각, 정권 견제 심리가 한꺼번에 드러나는 정치적 상징 공간이다. 경기와 인천을 가져왔더라도 서울을 잃었다면, 여권은 승리의 숫자 안에서도 경고음을 들어야 한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정 기조는 바뀔 게 없다”고 하면서도 “더 낮은 자세로 더 겸손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은 그래서 주목된다. 이는 노선 전환이 아니라 태도 전환에 가깝다. 정책의 방향은 유지하되 추진 방식은 더 민감하고 더 절박해야 한다는 선언이다. 집권 1년의 국정 운영이 ‘회복과 정상화’였다면 집권 2년 차의 정치문법은 ‘성과와 체감’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李, “선거,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부족함은 자신에게

6·3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진 첫 전국 단위 선거였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지방권력의 재편이면서 동시에 정권 1년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었다. 민주당은 광역단체장 다수 지역에서 승리하며 지방정부 운영의 기반을 넓혔다. 입법·행정 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상당 부분 확보한 셈이다.

그러나 선거 결과를 단순히 ‘정권 안정론의 승리’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했다는 점은 민심이 여권에게 전면적 위임장을 준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갖는다. 서울은 늘 정권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여당이 패했다는 것은 정권 지지층의 결집만으로는 수도권 중도 민심을 완전히 설득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 역시 이 점을 피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최소한 성공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인식을 드러낸 것은 의미심장하다. 대통령이 선거 승리의 공을 당에 돌리고, 부족함의 책임을 자신에게 가져오는 방식은 집권 2년 차의 위험을 의식한 발언이다. 권력은 승리의 순간 가장 쉽게 느슨해진다. 이 대통령은 그 느슨함을 경계한 것이다.

여권 입장에서 이번 지방선거는 ‘확장’의 시험대였다. 민주당은 전국적 승리를 얻었지만, 서울이라는 상징을 놓쳤다. 이는 여당이 더 넓은 중도층을 품는 포용의 정치로 갈 것인지, 아니면 지지층 결집의 관성에 머물 것인지를 묻는 결과다. 이 대통령이 “여당은 그릇이 돼야 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문법상 여당의 승리는 야당의 패배와 다르다. 야당은 공격으로 존재감을 만들 수 있지만, 여당은 책임으로 평가받는다. 야당은 날카로운 창을 들 수 있지만, 여당은 많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불가 대한민국'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대체불가 대한민국'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체 불가 대한민국’, 구호가 아니라 성과의 청구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의 핵심 문장은 ‘대체 불가 대한민국’이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세계가 주목하는 나라를 넘어 세계가 꼭 필요로 하는 나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초격차 산업 강국, 글로벌 외교·안보 강국, 규범과 규칙이 지켜지는 정상 사회, 국민의 생명과 삶을 지키는 정부를 집권 2년 차의 큰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 문장은 긍정적 비전이지만, 동시에 무거운 청구서다. ‘대체 불가’라는 표현은 국내 정치용 수사가 아니라 국제 경쟁의 언어다. 반도체, AI, 에너지 전환, 자주국방, 공급망, 방산, 문화, 외교까지 국가 역량 전체를 끌어올려야 가능한 목표다. 대통령의 말이 현실이 되려면 국정 운영의 속도와 정밀도가 동시에 필요하다.

문제는 국민이 더 이상 이러한 구호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선거 결과가 보여준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국민은 정권의 방향에는 일정 부분 힘을 실어줬지만, 체감 성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보적 판단을 내렸다. 산업 전략이 아무리 크더라도 내 삶의 고용, 물가, 주거, 지역 기회로 연결되지 않으면 정치적 신뢰는 오래가지 않는다.

이 대통령이 성장의 과실이 특정 기업, 특정 지역, 특정 부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도 그래서 중요하다. 초격차 산업 강국이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성장으로만 해석된다면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지역 민심의 요구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지방의 청년에게 기회를 만들고, 지역 산업의 기반을 넓히며, 성장의 결과를 생활 속 변화로 연결해야 한다.

결국 ‘대체 불가 대한민국’의 정치문법은 국가 브랜드의 선언이 아니다. 그것은 국민에게 성과를 돌려주겠다는 약속이다. 집권 1년 차가 위기 수습과 정상화의 시간이었다면, 집권 2년 차는 성과를 배분하고 체감시키는 시간이 돼야 한다. 구호는 이미 제시됐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행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4부 요인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br>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열린 4부 요인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표용지 부족 사태, 큰 주권의 상처

이번 지방선거에서 또 하나의 정치적 변수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였다. 이 사안은 단순한 선거 행정 사고로만 볼 수 없다. 일부 유권자가 투표권 행사에 차질을 빚었다는 문제 제기는 선거 결과의 유불리를 넘어 민주주의 절차적 신뢰와 직결된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 문제를 부정선거론과 구분했다. 정치적 목적의 선동과, 실제 투표권 행사에 대한 문제 제기는 다르다는 인식이다. 이는 중요한 선 긋기다. 선거 제도에 대한 불신이 음모론으로 번지면 민주주의 전체가 흔들린다. 반대로 절차적 문제를 “결과에 영향이 없었다”는 이유로 가볍게 넘기면 주권 감수성이 무너진다.

대통령이 이 사안을 “표의 숫자나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원칙의 문제”로 본 것은 정치적으로 의미가 크다. 선거는 민주공화국의 가장 기본적인 의식이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갔는데 투표를 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면, 그것은 몇 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주권자를 어떻게 대했는지의 문제다.

다만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다. 행정부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따라서 진상 규명은 필요하지만, 정치적 압박이나 제도 흔들기로 흐르면 또 다른 혼란을 부를 수 있다. 대통령이 합동수사와 헌정기관 간 논의를 언급한 것은 이 균형을 의식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투명성이다. 선거 행정의 오류가 있었다면 왜 발생했는지, 어떤 지점에서 통제가 실패했는지, 다음 선거에서 어떻게 재발을 막을 것인지가 명확히 공개돼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방식이다. 선거 결과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선거 절차의 흠결은 바로잡는 것, 그것이 이번 사안의 정치문법이다.

G7 순방, 국제 검증의 시작

이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 다음 날 유럽 순방길에 올랐다. 벨기에와 EU, 이탈리아, 교황청을 거쳐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일정이다. 국내 정치의 큰 분기점 직후 곧바로 외교 무대로 이동한 것이다.

이번 순방은 집권 2년 차 국정 비전인 ‘글로벌 외교·안보 강국’을 국제사회 앞에서 시험받는 자리여서 의미가 있다. 특히 EU와의 정상회담은 통상, 공급망, 핵심광물, 에너지, 안보 협력 등 실질 의제가 걸려 있다. 보호무역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유럽 시장은 한국 기업의 전략적 공간이다.

이탈리아 국빈 방문 역시 상징성이 있다. 이탈리아는 EU와 G7, G20의 주요국이자 제조업과 문화, 항공우주·방산·바이오 협력의 접점이 있는 국가다. 이번 방문에서 전략적 행동계획이 논의되는 만큼, 순방의 성과는 실질 협력의 내용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교황청 방문은 또 다른 문법을 갖는다. 중동 전쟁, 한반도 평화, 국제 규범의 흔들림 속에서 한국 대통령이 평화와 연대의 메시지를 던지는 장면은 외교적 상징성을 지닌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도 주권, 인권, 국제 규범을 외교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 기준이 교황청 방문과 G7 발언에서 어떻게 구체화될지가 관건이다.

G7 정상회의 핵심 의제는 글로벌 경제 불균형, 개발협력, AI와 디지털 문제 등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AI와 초격차 산업을 강조한 만큼, 국내 산업전략과 국제 의제를 연결하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대체 불가 대한민국’을 말했고, 국제무대에서는 그 대한민국이 어떤 책임과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 유럽을 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9일 경기 성남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G7 정상회의 참석 계기 유럽을 방문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9일 경기 성남공항에서 공군 1호기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낮아지는 정치가 강한 정치

이번 한 주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집권 2년 차의 출발선을 그어준 시간이다. 지방선거는 여권에 힘을 줬지만, 서울은 견제의 신호를 보냈다. 기자회견은 국정 비전을 제시했지만, 동시에 국민의 경고를 인정했다. 유럽 순방은 정상외교의 복원이지만, 동시에 국제사회 앞에서 한국의 실력을 검증받는 자리다.

정치문법으로 보면 이 대통령의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승리를 관리해야 한다. 민주당의 지방권력 확대가 오만으로 읽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둘째, 경고를 제도화해야 한다. 서울 패배와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남긴 메시지를 국정 운영과 선거 행정 개선으로 연결해야 한다. 셋째, 비전을 성과로 바꿔야 한다. ‘대체 불가 대한민국’은 말로 완성되는 문장이 아니다.

여당인 민주당에도 숙제가 있다. 지방선거 승리를 계파적 우위나 정치적 독점의 신호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집권당의 힘은 상대를 밀어붙이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다양한 이해관계와 다른 생각을 품는 데서 나온다. 대통령이 말한 ‘그릇’의 정치가 민주당 내부에서 실천되지 않으면, 승리는 빠르게 피로감으로 바뀔 수 있다.

국민의힘 역시 서울 수성만으로 안도할 수 없다. 광역단체장 다수 지역을 내준 현실은 분명한 패배다. 서울 승리는 보수 진영의 마지막 방어선이었지만, 전국적 확장성을 회복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야당이 선거 불신을 자극하는 방식에 기대거나 정권 비판만 반복한다면, 다음 승부에서도 중도층을 설득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국면의 핵심은 책임이다. 대통령은 모든 일을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 말은 정치적으로 위험하지만, 동시에 집권자의 언어다. 비가 오지 않아도 대통령의 책임이라고 느끼는 감각, 선거에서 이겼어도 부족함을 먼저 보는 태도, 외교 무대에서 국익을 실질 성과로 만들겠다는 집념이 필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제 국내 정치의 승리와 경고를 동시에 안고 G7 무대로 향했다. 취임 1년의 문장은 ‘회복과 정상화’였다. 집권 2년 차의 문장은 달라져야 한다. 그것은 ‘성과와 책임’이다. 국민은 이미 신호를 보냈다. 더 낮게 듣고 더 정확히 일하라는 신호다.

정치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이긴 뒤에 겸손해지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이번 선거와 기자회견, 그리고 유럽 순방을 통해 써야 할 정치문법도 거기에 있다. 승리를 말하되 자만하지 않고, 경고를 듣되 흔들리지 않으며, 외교를 하되 국민의 삶으로 돌아오는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취임 1년이 지난 대통령에게 주어진 두 번째 문법 시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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