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이 급락하는 자국 통화 가치를 막기 위해 예정에 없던 긴급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7일물 역RP 금리가 5.25%에서 5.5%로 0.25%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BI는 9일(현지시간) 이 같은 결정을 발표하며 "지난달 회의에서 금리를 올렸음에도 달러 대비 루피아화 약세가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비정기 인상의 배경을 밝혔다.
불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4월 20일 정례회의에서 시장 예상을 웃도는 0.5%포인트 인상이 단행됐던 터라, 이번 조치는 '깜짝 인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루피아화는 3월 말부터 사상 최고 환율을 연일 갈아치우는 중이다. 하루 전에는 달러당 1만8천190루피아(약 1천524원)를 찍으며 또다시 역대 기록을 경신했고, 금리인상 발표 직후에야 1만8천85루피아(약 1천517원) 선으로 소폭 하락했다.
올해 들어 루피아화 가치 하락폭은 7.5%를 넘어섰다.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6% 안팎 떨어진 인도 루피를 제치고 아시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외환보유고 상황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기준 1천449억달러(약 220조4천억원)로, 전월 대비 13억달러(약 1조9천억원)가 빠져나갔다. 2024년 이후 최저 수준이며, 연초부터 5개월 연속 감소해 2018년 이래 가장 긴 하락 구간을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증발한 금액은 총 116억달러(약 17조6천억원)에 이른다.
통화 가치 방어를 위한 외환시장 개입이 보유고 감소의 핵심 요인이다. BI 측도 대외 채무 상환과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루피아화 안정화 노력이 외화 유출로 이어졌다고 인정했다. 지난달 정부가 35억달러(약 5조3천억원) 규모의 달러·유로 표시 채권을 발행했으나 환율 상승 흐름을 꺾지는 못했다.
페리 와르지요 BI 총재와 푸르바야 유디 사데와 재무장관은 지난주 회동에서 외국 자본 유치를 위해 국내 자산 수익률 제고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중앙은행은 현재 외화보유고가 수입액 5.6개월분으로 국제 권고 기준인 3개월치를 상회한다며 "충분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보유고 상당 부분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자금이어서 실질적인 순외화보유액은 우려스러운 상태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시장 관계자는 로이터에 "추가적인 자본 유입이 끊기거나 무역수지가 나빠질 경우 위험이 한층 고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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