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 자금 110억 마늘밭에 숨긴 부부⋯굴착기 기사에게 누명 씌웠다 맞은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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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박 자금 110억 마늘밭에 숨긴 부부⋯굴착기 기사에게 누명 씌웠다 맞은 '역풍'

로톡뉴스 2026-06-09 16:23: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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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마늘밭에서 발견된 도박 수익금 모습. /연합뉴스

굴착기 기사를 도둑으로 몬 밭주인의 뻔뻔한 거짓말이 땅속에 묻힌 불법 도박 자금 110억 원을 세상에 드러냈다.

사건의 발단은 단순한 억지 주장이었다. 김제의 한 마늘밭 주인이 굴착기 기사에게 나무를 옮겨 심어달라고 요청한 뒤, 돌연 "밭에 있던 현금 7억을 훔쳐 갔다"며 도둑으로 몬 것이다.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린 굴착기 기사는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경찰에 신고했고, 이는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은 '마늘밭 110억 원 사건'의 서막이 됐다.

땅속 110억 원의 실체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밭주인의 진술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7억이라던 돈이 12억, 24억으로 계속 불어났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돈의 출처를 캐물었고,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결국 마늘밭을 파헤치기로 결정했다.

수사기관이 타인의 사유지를 파보는 것은 엄격한 법적 절차를 요한다.

8일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에 출연한 로엘 법무법인 박세진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수사 기관의 압수수색 검증은 영장에 의해야 한다는 사전영장주의가 기본"이라며 "긴급한 예외 사유에 해당해 우선 집행 후 사후 영장으로 처리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땅속에서 나온 것은 5만 원권으로 가득 찬 110억 원의 돈뭉치였다. 이 막대한 자금의 출처는 밭주인 처남 일행이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벌어들인 범죄 수익이었다. 밭주인 부부는 이 사실을 알고도 돈을 맡아 마늘밭에 숨겼다.

110억 숨겼지만 징역 1년?

밭주인이 굴착기 기사에게 누명을 씌운 진짜 이유도 밝혀졌다. 본인이 생활비 등으로 임의로 사용한 돈의 빈자리를 처남에게 숨기기 위해 애먼 굴착기 기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 했던 것이다.

세상을 놀라게 한 액수에 비해 이들 부부가 받은 처벌은 가벼웠다. 밭주인은 징역 1년, 부인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는 이들에게 적용된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법정형 상한선이 낮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이 사건 유죄의 중심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4조이고, 법정형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며 "적용 조문이 제4조인 이상 법정형 상한 자체가 제한되어 있고, 구체적인 형량은 법원이 여러 양형 사유를 종합해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법원은 110억 원 전액을 국고로 환수 조치했으며, 돈이 묻혀있던 마늘밭 역시 범행에 사용된 물건으로 판단해 몰수했다.

포상금은 고작 200만원⋯ 일상 무너진 굴착기 기사

정작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110억을 세상에 드러낸 굴착기 기사였다. 그는 범죄 수익금을 찾아낸 공로로 포상금을 받았지만, 그 액수는 고작 200만 원에 불과했다. 환수 금액의 0.02% 수준이다.

이후의 삶은 참담했다. 세상에 사건이 알려지자 '진짜로 돈을 빼돌리지 않았느냐'는 주변의 의심이 쏟아졌다.

가족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여관을 전전하며 도망자처럼 살아야 했고, 한 달에 700만 원씩 벌던 굴착기 일마저 포기해야 했다.

포상금 규모가 터무니없이 적었던 이유는 당시 법적 제도의 미비 때문이었다.

박 변호사는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범죄수익 환수 신고 포상금 제도가 정비돼 있지 않았다"며 "법무부는 이 사건 이후에 범죄수익 환수 포상금 제도를 만들어 2014년부터 시행했다"고 밝혔다.

현재 기준이라면 100억 이상 200억 미만의 국고 귀속 금액에 대해 최대 7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제도가 없던 탓에 굴착기 기사는 200만 원을 끝으로 일상을 잃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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