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대응해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차세대 표준으로 꼽히는 '46파이(지름 46㎜)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ESS 시장 성장
9일 업계에 따르면 북미 ESS 시장은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 건설과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며 새로운 성장축으로 부상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미국 ESS 수요가 2025년 59GWh에서 2030년 142GWh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기업들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ESS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하반기 미국 현지에서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준비 중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소재사인 엘앤에프와 손잡고 탈중국 공급망을 구축했다.
SK온은 충남 서산공장 라인 일부를 ESS 전용으로 전환해 연말 시범 생산을 마칠 예정이다. 미국 조지아 공장도 일부 라인을 ESS용 LFP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다. 최근 미국 플랫아이언과 1GWh 규모 공급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추가 프로젝트의 우선협상권도 확보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미시간주 DTE에너지와 2조 4000억 원(6GWh)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말까지 글로벌 ESS 생산능력을 60GWh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 중 50GWh를 북미 지역 5개 공장에 배치할 계획이다.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시장 경쟁 본격화
그간 각형과 파우치형 등 서로 다른 형태의 배터리에 집중해 온 3사는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서 처음으로 동일한 규격으로 경쟁하게 됐다. 테슬라, BMW 등이 채택한 46파이 배터리는 기존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와 출력이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제품이다.
양산 속도에서는 삼성SDI가 앞서가고 있다. 삼성SDI는 계획보다 일정을 단축해 국내 배터리사 중 최초로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 우선 소형 모빌리티에 적용한 후 전기차 시장으로 확대를 추진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테슬라용 4680 배터리와 리비안용 4695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고객사를 확보했다. 제품 공급과 함께 열 폭주를 방지하는 고유의 패키징 기술을 도입해 안전성을 강화했다
SK온은 4680, 4695, 46120 등 3가지 규격의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 지난해 하반기 준공한 파일럿 라인을 통해 품질과 생산 공정 최적화 작업을 진행하며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의 정체기를 ESS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로 돌파하려는 전략"이라며 "다만 완성차 기업마다 요구하는 배터리 규격이 다양해 표준화 과제가 남아있고, 초기 양산 수율을 안정화하는 것이 향후 경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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