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이 맞물리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계가 수혜를 입고 있다. 북미와 중동을 중심으로 노후 전력망 교체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초고압 변압기와 송배전 설비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는 초고압 변압기 공급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증설과 전력망 현대화 사업,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계통 투자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생산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초고압 변압기는 생산 과정이 복잡하고 제조 기간이 길어 단기간 내 공급 확대가 쉽지 않은 품목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주요 글로벌 제조사들의 생산 일정은 수년 치 물량으로 채워진 상태다. 과거 1년 안팎이던 납기 기간도 최근에는 3~4년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수주잔고 32조 원 넘어선 국내 전력기기 업계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의 수주 실적도 증가하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 주요 업체들의 수주잔액은 32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현재 확보한 물량만으로도 수년간 생산 일정이 채워져 있는 수준이다.
효성중공업은 초고압 변압기와 송전 설비를 중심으로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 체결한 대규모 송전망 공급 계약 역시 장기 사업으로 진행되며 향후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북미를 중심으로 전력 설비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수주 확대 흐름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전력망 교체 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변압기와 개폐기, 배전 설비 등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미 생산 확대·중동 시장 공략 본격화
국내 기업들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도 나서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신규 생산시설이 완공되면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이 확대돼 북미 시장 대응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 내 전력망 투자 확대에 맞춰 현지 생산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LS일렉트릭은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전력청(DEWA)으로부터 공인 시험소 자격을 확보하면서 수출 제품의 시험·인증 절차를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프로젝트 입찰 대응 기간 단축과 수주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중동 지역 역시 대규모 전력 인프라 투자와 도시 개발 사업이 이어지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신규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향후 전력망 구축과 송배전 설비 교체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송전선 건설 지연과 계통 연결 문제는 시장의 변수로 꼽힌다. 발전 설비와 데이터센터 건설이 확대되더라도 전력망 확충이 속도를 낸다면 일부 프로젝트 일정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 확산과 전력망 현대화 수요가 맞물리면서 초고압 변압기를 비롯한 전력기기 수요는 당분간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능력 확대와 공급망 확보가 향후 기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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