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 긴장이 장기화하고 있음에도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이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을 지배하면서 금 투자 매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금값은 최근 한 달간 뚜렷한 하락세를 나타냈다.
인베스팅닷컴 기준 이날 오후 6시 금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25% 하락한 온스당 4311달러에 거래됐다. 한 달 전과 비교하면 8.9% 떨어진 수준이다.
올해 1월 29일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온스당 5626.8달러와 비교하면 약 30% 급락했다.
국내 금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은 이날 1g당 21만1920원을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보다 약 5% 낮은 수준이다.
은 가격 하락폭은 더욱 가파르다.
일명 '가난한 자의 금'으로 불리는 은 선물 가격은 현재 온스당 67달러 수준으로, 한 달 새 17% 하락했다. 올해 초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온스당 121.8달러와 비교하면 사실상 반토막 수준까지 떨어졌다.
통상적으로 전쟁이나 지정학적 갈등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자극해 금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물가 불안이 재확산됐고,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금 가격을 압박하고 있다.
금은 이자나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를수록 상대적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시장에서는 현재 금값을 움직이는 핵심 변수가 전쟁보다 금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금리 방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된다면 금리 역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고, 금 가격이 단기간 내 전고점을 돌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통화정책 전망을 수정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을 변경했다.
당초 올해 12월과 2027년 3월로 예상했던 금리 인하 시점을 각각 내년 6월과 12월로 늦췄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 성장세와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추가 긴축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시장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8일 기준 연말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최소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75.7%로 집계됐다.
채권시장 역시 같은 신호를 보내고 있다.
미국 2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5일 연 4.147%까지 상승하며 1년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년물 금리는 연준의 통화정책 전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표로 꼽힌다.
국내 채권시장도 영향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8bp 오른 연 3.94%에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9%대에서 마감한 것은 202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 가격이 금리 변수에 더욱 민감하게 움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동 지역 긴장이 지속되더라도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 불안으로 이어지고, 다시 금리 인상 기대를 높이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안전자산 수요보다 금리 상승에 따른 기회비용 확대를 더 크게 반영하고 있다"며 "연준의 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금 가격의 반등 폭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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