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주사제를 툭 찔러 단 1분 만에 항암제를 맞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다. 한국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피하주사(SC) 형태로 맞을 수 있게 됐다.
한국MSD는 지난 5월 항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피하주사’의 품목 허가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MSD 측은 약가 등재 및 행위료 수가 산정 등의 후속 절차를 거쳐 올해 4분기(10~12월) 중 국내 시장에 키트루다 피하주사를 본격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키트루다 피하주사제 품목 허가의 가장 큰 의미는 ‘시간의 혁신’이다. 기존의 정맥주사(IV) 제형은 병원 항암 주사실에 누워 약물을 투여받는 데만 보통 30분 이상이 소요됐다. 여기에 약물 조제와 부작용 모니터링 시간까지 더해지면 환자가 병원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2시간(117.2분)을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이번에 허가된 피하주사(SC) 제형은 허벅지나 복부에 간단히 주사하는 방식으로, 3주 주기 환자는 단 1분, 6주 주기 환자는 약 2분 내외면 투여가 끝난다. 1년 단위로 환산하면 기존 정맥주사 대비 투약 시간이 무려 96%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실제 약물 투여 후 이상 반응을 살피는 시간을 포함한 총 병원 체류 시간도 평균 59분으로 절반 가까이 단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키트루다 피하주사는 제형만 바뀌었을 뿐, 기존 정맥주사가 보유하고 있던 폐암, 위암, 삼중음성유방암, 자궁내막암 등 총 18개 암종, 35개 적응증에 그대로 일괄 적용된다. 또한 기존 정맥주사를 맞던 환자가 피하주사로 바꾸거나, 반대로 교차 투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치료를 직접 받는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두 제형을 모두 경험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환자의 65%가 피하주사 제형을 확연히 선호했으며, 68%는 향후 치료 지속 기간에도 피하주사를 선택하겠다고 답했다.
잦은 주사바늘 천자로 인해 혈관 접근이 어려워진 진행성 암 환자들에게는 피하주사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 현장의 과부하를 해소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진이 환자 치료 준비, 투약, 모니터링에 쓰는 시간이 약 46% 감소함에 따라, 만성적인 대기 정체에 시달리던 대형병원 항암주사실의 운영 효율성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대용량의 정맥주사 약물을 피부 밑 좁은 공간에 빠르게 침투시키기 위해서는 피부 속 히알루론산을 일시적으로 분해해 공간을 만드는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번 키트루다 피하주사에는 국내 바이오 기업인 알테오젠이 독자 개발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ALT-B4) 플랫폼 기술이 적용됐다.
앞서 로슈의 피하주사형 유방암 치료제 페스코도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아 활발히 쓰이고 있다. 존슨앤드존슨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 SC’와 BMS의 ‘옵디보 SC’ 역시 글로벌 허가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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