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집행유예 해외여행, 변호사들마저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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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집행유예 해외여행, 변호사들마저 '의견 분분'

로톡뉴스 2026-06-09 09:49: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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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유예 기간 중 해외여행은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사실상 불가능하다. / AI 생성 이미지

“다른 건 다 괜찮은데 해외여행만큼은 꼭 가고 싶습니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 혐의로 재판을 앞둔 한 남성의 황당한 질문에 법조계가 갑론을박을 벌였다.

일부 변호사들이 ‘조건부 가능’을 외쳤지만, 여권법과 출입국관리법을 면밀히 들여다본 결과는 달랐다.

범죄에 대한 반성보다 여행 계획을 앞세운 그의 물음에 대한 법적인 최종 답변을 짚어봤다.

'해외여행 못 가는 건 비참'…반성 없는 성범죄자의 질문

사건은 한 온라인 법률 상담 사이트에 올라온 글에서 시작됐다. 미성년자에게 특정 지시를 하며 사진 3장을 찍게 한 혐의(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로 검찰에 송치된 A씨. 그는 스스로 “징역 5년부터 시작이라… 아마 집행유예가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라며 자신의 처지를 예측했다.

하지만 정작 그의 고민은 처벌 수위가 아니었다. A씨는 “합의금도 집행유예도 다른 건 다 괜찮지만, 해외여행만큼은 꼭 가고 싶습니다”라며 “지난 몇 년 동안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열심히 돈을 모았는데, 해외여행조차 못 가는 건 너무 비참합니다”라고 토로했다.

자신의 중대 범죄에 대한 성찰 대신, 개인적인 여행 계획이 틀어질 것을 걱정하는 모습에 비판이 쏟아졌다.

'된다' vs '안 된다'…변호사들마저 갈팡질팡, 왜?

A씨의 질문에 대한 전문가인 변호사들의 답변은 놀랍게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가능하다'는 의견이 먼저 시선을 끌었다.

조기현 변호사는 “집행유예 기간 중이라고 하더라도 여권 발급에 아무런 장애가 없고, 90일 미만 해외 여행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상대방 국가는 질문자님의 전과나 집행유예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박성현, 장휘일 변호사 등도 미국·일본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유럽이나 동남아 등 단기 무비자 여행은 가능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지만 정반대의 단호한 의견도 있었다. 민경철 변호사는 “집행유예 기간 동안은 불가능하며, 집행유예 기간이 모두 도과해 실효되어야 가능합니다”라고 못 박았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집행유예 기간 중에는 법원의 허가 없이 출국이 제한된다”며 범죄의 심각성부터 인지하라고 지적했다.

법전에 숨은 정답…여권법·출입국관리법이 막아선다

변호사들의 의견이 갈린 혼란 속에 해답은 법전에 명확히 나와 있었다. 바로 여권법과 출입국관리법이다.

'불가능하다'는 의견은 이 두 법률에 근거한다. 현행 여권법 제12조는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에 대해 외교부 장관이 여권 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는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아청법 위반과 같은 중대 범죄의 경우 실무상 여권 발급이 거부되는 것이 원칙이다.

설령 운 좋게 여권을 손에 쥐었더라도 출국 자체가 막힐 수 있다. 출입국관리법 제4조는 '형사재판에 계속 중인 사람'이나 '징역형이나 금고형의 집행이 끝나지 아니한 사람'의 출국을 법무부장관이 금지할 수 있도록 한다.

집행유예 기간은 '형의 집행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해석되므로 출국금지 대상이 될 수 있다. 결국 집행유예 기간 중 해외여행은 법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집행유예 끝나도 '성범죄 꼬리표'…미국·일본行 '빨간불'

그렇다면 집행유예 기간만 버티면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이 또한 장밋빛 전망은 금물이다.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되면 여권법상의 제한은 풀려 발급 신청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성범죄자'라는 꼬리표는 국경을 넘어서까지 따라다닐 수 있다.

조기현 변호사는 “미국은 ESTA를 요구하기 때문에 여행이 어려울 수 있고, 일본은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으면 집행유예형이라도 입국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다수 국가는 비자 발급이나 입국 심사 시 범죄 경력을 자진 신고하도록 요구하며, 이를 속였다가 발각될 경우 민경철 변호사의 경고처럼 “영구적으로 입국이 금지”되는 더 큰 족쇄를 찰 수 있다.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평생의 자유를 옭아매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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