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전도·혈당·혈압…웨어러블 데이터, 의료 활용의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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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전도·혈당·혈압…웨어러블 데이터, 의료 활용의 온도차

디지틀조선일보 2026-06-09 06:30:00 신고

  • 스마트워치로 심전도를 측정하고, 팔에 붙인 센서로 혈당을 확인한다. 혈압과 산소포화도를 재는 기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웨어러블 데이터라도 의료 현장에서의 활용 수준은 제각각이다. 어떤 데이터는 치료 결정에 직접 사용되지만, 어떤 데이터는 여전히 건강 관리용 참고 기능에 머물러 있다.

    웨어러블 데이터가 의료 데이터로 인정받는 과정은 하나의 사다리에 가깝다. 측정이 가능하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정확도 검증, 표준 측정법과의 비교 임상, 의료기기 허가, 보험 수가, 진료지침 반영을 거쳐, 마지막으로 진단·치료 결정에 활용되는 단계에 이른다. 대표적인 네 지표를 이 사다리에 올려놓으면 의료 활용 수준의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 혈당·심전도·혈압·산소포화도 등 주요 웨어러블 건강 데이터의 의료 활용 단계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디지틀조선일보
    혈당·심전도·혈압·산소포화도 등 주요 웨어러블 건강 데이터의 의료 활용 단계를 비교한 인포그래픽. /디지틀조선일보

    혈당, 치료 결정에 활용되는 데이터

    혈당은 현재 치료 결정에 직접 활용되는 대표적인 웨어러블 데이터다. 피하에 센서를 삽입하는 연속혈당측정기(CGM)는 측정값을 바탕으로 인슐린 용량 조절 등 치료 결정에 직접 활용된다. 미국에서는 2016년 일부 제품이 ‘비보정(non-adjunctive)’ 적응증을 받아, 확인용 손끝 채혈 없이 치료 결정에 쓸 수 있도록 허가됐다.

    다만 이 단계에 오른 것은 ‘피부를 뚫고 들어간’ 미세 침습 방식이라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같은 혈당이라도 피부에 빛을 비춰 재는 비침습 광학 방식은 아직 같은 수준의 검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측정 지표가 같아도 방식이 다르면 의료적 위치가 달라진다.

    심전도, 허가받았지만 ‘진단’은 아직

    심전도는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 부정맥 선별에 활용되고 있다. 애플워치의 심전도 기능은 2018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디노보(De Novo) 분류를 받았고, 국내에서도 갤럭시워치 심전도 앱이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소프트웨어) 허가를 받아 동리듬과 심방세동을 판별한다.

    그러나 허가받은 범위는 ‘심방세동과 정상 동리듬을 구분하는’ 선별 기능이다. 허가 문구에는 이 기능이 기존의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부정맥이 의심되니 병원을 찾으라는 신호까지가 역할이지, 진단 자체는 아니라는 뜻이다.

    혈압, 진료지침에 포함됐지만 진단의 문턱 앞

    혈압은 웨어러블 데이터 가운데 의료기기 허가와 보험 수가, 진료지침 반영까지 이어진 사례다. 손목이나 반지 형태로 혈압을 추정하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정확도 문제로 참고용을 넘어서기 어려웠다. 최근 반지형 커프리스 혈압계는 청진법과 24시간 활동혈압계(ABPM) 비교 연구 등을 통해 정확도를 검증받고, 국제표준(ISO 81060-2)의 정적 정확도 기준을 충족하며 국내 의료기기 허가와 보험 수가(코드 E6547)를 받았다. 나아가 대한고혈압학회는 2026년 진료지침(제6판)에서 커프리스 혈압계를 ‘진료실 밖 혈압 측정 시 활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커프 없는 혈압계가 공식 진료지침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다만 그 권고 수준은 ‘Class IIb’, 근거 수준은 ‘B’다. 진료실 밖 혈압 모니터링에 활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에서는 이미 다수 의료기관이 반지형 혈압계를 도입해 24시간 혈압 측정에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고혈압학회는 ‘2025 고혈압 관리 가이드라인(JSH2025)’에서 커프리스 혈압계를 측정값의 신뢰성 문제를 들어 진단·치료 목적의 임상 사용에는 권고하지 않았고, 미국과 유럽 학계도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핵심은 검증의 범위다. 안정된 상태의 정확도와 걷거나 자거나 자세를 바꿀 때의 정확도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운동·자세 변화·재보정 이후 등 실제 생활 조건에서의 검증은 학술대회 발표 등을 통해 아직 축적되는 단계에 있다.

    산소포화도, 여전히 건강 관리 영역

    산소포화도는 다른 지표와 달리 아직 건강 관리 기능의 성격이 강하다. 손가락에 끼우는 의료용 산소포화도계는 임상에서 널리 쓰이지만, 손목 웨어러블 형태의 측정은 이와 별개다. 애플워치의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은 심전도와 달리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기능이 아니라 건강 관리용이며, 미국에서는 특허 분쟁으로 2024년 1월 중단됐다가 2025년 8월 소프트웨어 우회 방식으로 재개되는 부침을 겪었다.

    정확도와 형평성 문제도 남아 있다. 빛으로 산소포화도를 재는 방식은 피부색에 따라 오차가 달라질 수 있는데, 이 편차는 허가받은 의료용 기기에서도 확인돼 FDA가 관련 기준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허가가 곧 ‘모두에게 정확하다’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의료 데이터를 가르는 건 검증

    네 지표를 나란히 놓으면, 의료 활용 수준을 가른 것은 단순한 측정 정확도가 아니라 검증의 범위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어떤 조건에서 평가됐는지, 제도 안에 자리 잡았는지, 실제 진료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다양한 환경에서도 일관된 결과를 내는지가 함께 작용했다.

    웨어러블 기기는 빠르게 확산했지만, 의료가 실제 진료에 활용하는 데이터는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 결국 진료 현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순한 측정 정확도가 아니라, 반복된 검증으로 신뢰를 확보한 데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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